사망 사고에도 전세사기피해자센터 고려 않는 대구시···“미온적인 태도로 일관” 규탄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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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한 후 대구전세사기대책위는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시는 대책위 요구의 핵심 중 하나인 전세사기피해지원센터 설치에 대해 ‘국토부가 선정해 운영하는 기관’이라거나 ‘센터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지원책을 실시하고 있다’며 사실상 센터 설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내고 “대구시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에 따라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지원 TF팀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TF팀은 센터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이달 8일 기준 444건의 피해 사실을 접수해 사실조사를 거쳐 국토부로부터 323건에 대해 피해인정을 결정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센터는 전세사기 피해가 다수 발생한 수도권, 대전, 부산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해 운영되고 있고, 대구 등 그 외 지역은 센터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피해지원센터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돌려받지 못할 걱정이 있는 이들을 위해 상담부터 지원 프로그램 연계까지 통합해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서울, 경기, 인천, 부산, 대전에서 센터를 운영 중이다.

대구시는 보도자료에서 센터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선정해 운영된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일부만 사실이다. 전세사기 특별법 제11조에 따르면 전세피해지원센터를 설치,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법률에 근거한 공공기관과 지방공사 등이다. 대구시가 설치하려면 설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구시는 줄곧 타 지역과 비교해 피해 건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센터 설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올해 4월 기준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결정된 건수를 보면 서울이 3,950건, 경기 3,320건, 인천 2,330건, 대전 2,067건, 부산 1,671건, 대구가 323건이다. 정태운 대구전세사기대책위원장은 “건수가 중요하냐고 되묻고 싶다. 전세사기는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많다. 지금도 달서구, 북구 등 피해 사례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관할 지자체에 이를 통합해 지원하는 센터 유무는 피해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부산은 피해사례가 100여 건일 때 센터를 만들었다.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원회 실무를 맡고 있는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도 “지금은 대구시 토지정보과에서 단순히 피해자 인정을 위한 서류 접수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경매가 끝나서 퇴거해야 하는 피해자는 주택 관련 부서로 다시 전화해야 한다. 피해자들은 공무원이 계속 전화를 돌린다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며 “센터가 있는 지역에선 원스톱으로 생계 지원, 법률 지원, 주택지원이 된다. 센터가 생기면 전수조사를 해서 드러나지 못한 피해자를 끌어 올려 지원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대구대책위는 13일 오전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및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13일 오전 대구대책위는 동인동 대구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를 추모하고 대구시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고인이 생을 마감한 다음 날인 5월 2일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 안건이 통과됐다. 하지만 여전히 여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고 있어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 보인다.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모든 공적 자원과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대구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구시도 적극적인 노력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와 같은 건물에서 피해를 입은 이들도 참석했다. 피해자 B 씨는 “전세사기 특별법은 반쪽자리 법이다. 정부는 그럴싸하게 포장해 피해자를 도울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었다고 하지만 내가 사는 다가구 건물은 법의 사각지대로 해당되는 부분이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다가구 후순위의 경우 경매가 끝나면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야 했다”고 말했다.

B 씨는 “고인이 된 A 씨의 마음을 잘 안다. A 씨의 집과 우리집을 포함해 임대인, 바지 임대인의 건물 중 총 5채 이상이 경매 개시가 됐다. 경매가 끝나면 우리는 빚더미 속에 살아야 한다. 아무리 외쳐도 달라지는 게 없기에 더 허망하다.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기 전에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덧붙였다.

대구 전세사기대책위는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운영한다. 18일 오후 6시 30분에는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