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대구 한 장애인 부모가 돌봄 부담으로 자녀를 살해한 ‘간병 살인’ 사건에서 부족한 사회보장 체계 문제가 거듭 확인된다. 장애인 자녀 돌봄 부담이 장애인 부모에게 전해지면서, 비극적인 사례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3일 오전 11시 대구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어재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65, 무직) 씨 공판기일이 열렸다. 공판에서는 A 씨 배우자가 양형 증인으로 참석해 선처를 호소했다.
A 씨 변호인과 배우자에 따르면, 살해된 40대 아들은 2014년 뇌출혈 발병 이후 장애인 주간보호센터 등 일체의 기관 지원을 받지 않고 집에서 거주했다. 변호인에 따르면 A 씨 아들에게는 하루 최대 4시간의 활동지원급여가 지원됐다.
당초 지적장애인이던 아들은 2014년 뇌출혈 발병 이후 중증 뇌병변 장애까지 생겼고, A 씨에게 간병 노동은 더욱 가중됐다. A 씨 배우자는 주중 타지에 파견나가 조리사 업무를 하다가 주말에나 집에 올 수 있었고, 그래서 A 씨가 욕창 치료 등 간병, 신변처리도 전담했다.
그러던 중 2021년 3월, A 씨가 교통사고로 발가락 절단, 신경 손상 등 부상을 입었다. 치료를 병행하며 간병에 나섰으나, 2023년 8월 보험사가 약제비 지급을 하지 않는다고 통보하며 경제적 타격도 입었다. 변호인에 따르면 A 씨는 치료를 받으며 1,000만 원 상당의 약제비 영수증을 모아뒀으나, 보전받지 못했다. 이후 보험사와 소송까지 진행했고, 이 과정에서 심리적 타격도 받았다.
증인으로 출석한 A 씨 부인은 “바우처(활동지원사)가 하루 3시간에서 4시간 왔었고, 그때 (A 씨는) 병원에 가고 볼일도 보고 물리치료도 받고 했다. 바우처가 없는 시간에는 전부 남편이 돌봤다”며 “교통사고 후 건강 상태도 나빠지고, 우울증도 심해졌다. 나는 조리사 일을 30년 하다 보니 무릎도 어깨도 탈이 나서 40대 건장한 아이를 돌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기관(장애인 시설)에 보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남편은 착하고 겁이 많은 사람이다. 구치소에서도 힘들어 하고 있어 걱정된다”며 “우울증 재활치료도 했고, 저는 돈 번다고 아픈 남편에게만 맡겨뒀다. 남편도 우울증인데 나는 또 아파서 돌볼 수도 없었다. 자기가 죽으면서, 이 아이를 누가 키울 수 없으니 그랬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 제발 참작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약 40년간 직접 돌보며 간호해 왔던 피고인의 희생과 노력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사람의 생명은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피해자가 (살해를) 요청했다고 (A 씨가 주장)하지만 함부로 처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후 진술에서 A 씨는 “이번 일을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죄송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며 말끝을 흐렸다.
공판을 방청한 허미연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은 “장애인 자녀 돌봄이 전적으로 개인에게 떠맡겨진 사례로 보인다. 부모 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겠지만, 과중한 책임이 가족에게 떠넘겨진 것도 맞다”며 “보호자는 극단적인 상황도 극복하려고 했던 것 같다. 다른 누군가가 그 상황에 놓였더라도 반복될 수 있는 사회적 참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부족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탓에 (A 씨가) 욕창 관리, 드레싱까지 했을 텐데 이는 활동지원사가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번 사건은 사회가 같이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 선고는 오는 5월 31일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