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사전투표 전국 최저···‘보수결집’ 이룰 ‘한동훈 읍소’는 언제쯤?

21대 총선 당시도 사전투표는 최저···본투표에 보수결집

14:29
Voiced by Amazon Polly

사전투표가 시작된 첫날 대구는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전국 대비 저조한 사전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1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최종 투표율 역시 꼴찌일 거라고 단정하긴 힘들다. 상대적으로 보수적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에선 본 투표일에 투표장으로 향하는 유권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5일 낮 2시까지 진행된 사전투표 진행 상황을 보면, 대구는 전체 유권자 205만 1,656명 중 15만 2,420명이 투표에 나서 투표율은 7.4%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시각 전국적으론 4,428만 11명 중 423만 6,336명이 투표에 나서 투표율은 9.6%다. 전국 대비 대구는 2.2%p 투표율이 낮고, 전국 17개 광역지자체 중에서도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 중이다.

전국적으로 사전투표율은 지난 20대 총선이나 21대 총선과 비교해서도 높게 형성되고 있어서 최종 투표율도 상당 부분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대 총선은 사전투표 첫날 전국 투표율이 5.5%에 그쳤고, 최종투표율은 58.0%였다. 21대 총선은 첫날 투표율이 12.1%까지 올랐고, 최종투표율도 66.2%까지 올랐다.

이번 총선은 낮 2시 전국 투표율 기준으로 21대 총선보다 2.4%p 높고, 20대 총선보다는 6.2%p 높다.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오전 7시 기준으로 0.2%p 더 높은 수준이었지만, 8시 0.4%p, 9시 0.7%p, 10시 1.0%p, 11시 1.4%p, 12시 1.7%p, 13시 2.0%p로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곤 있지만 이같은 추세는 대구도 마찬가지로 확인된다. 21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2시 기준으로 1.6%p 높고, 시간대별로도 점점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오전 7시엔 0.1%p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11시에 1.0%p까지 차이가 늘어났다. 지금 같은 추세면 21대 총선 첫날 투표율인 10.2%는 훨씬 상회하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부정선거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하지만, 사전투표가 완전히 자리 잡은 걸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대구의 최종투표율은 사전투표율만으로 예측하기 쉽지 않다. 21대 총선의 경우 대구는 사전투표 이틀 동안 투표율이 23.56%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최종투표율은 67.0%로 전북과 함께 17개 광역지자체 중 7번째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1대 총선은 코로나19라는 유례 없는 감염병 위기 속에 치러진 선거였음에도 전국적으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선거였는데, 대구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이다.

이는 21대 총선이 전국적으로 더불어민주당 강세 속에서 치러지면서 이른바 보수결집이 대구에서부터 이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당시엔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이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코로나19 정국과 맞물려 차명진, 김대호 후보의 막말 파동 등이 일면서 먹혀들지 않았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막판에 가서 개헌 저지선도 어렵다며 읍소 전략까지 펼쳤다.

결과적으로 대구에선 선거 당일 보수 유권자들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가면서 높은 투표율을 견인했다. 당시 대구에서 두 번째 배지에 도전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사전투표와 본투표 득표율을 비교해 보면, 본투표에서의 보수결집이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당시 김 전 총리는 최종적으로 39.3%를 득표해 59.8%를 득표한 주호영 의원에게 패했다. 격차 20.5%p. 그런데 관외·관내 사전투표와 거소·선상 투표, 국외 부재자 투표 등 본투표 전까지만 해도 주 의원에게 8.3%p 가량 뒤지고 있었다. 본투표에서 주 의원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대거 투표장으로 나섰다는 의미가 된다.

득표수를 봐도 김 전 총리의 최종 득표수 6만 462표 중 47%가 사전투표 등에서 나왔고, 주 의원은 9만 2,018표 중 36.5%를 사전투표 등 본투표 외 투표에서 얻었다. 그탓에 김 전 총리는 대구에서 파란을 일으키며 당선된 20대 총선에서 약 3만 표의 국민의힘 지지표를 자기 것으로 끌고 온 걸로 분석됐지만, 21대 총선에선 국민의힘에서 이탈한 표가 1만 표 가량에 그쳐 결국 낙선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난 총선과 마찬가지로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국민의힘이 열세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만큼 본투표 당일 보수결집이 상당 부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현재까진 “죽어도 서서 죽겠다”며 ‘읍소’ 전략은 취하지 않고 있지만, 한 위원장이 읍소 전략으로 돌아서면 그 효과는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