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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참사 지휘책임자 불처벌 반대! 세월호 참사 책임자 엄벌하라!” 지난 3일, 세월호참사 10주기를 맞이해 전국도보행진을 하는 세월호시민위원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대구 시내 일대를 걸었다. 대구시민위원 중 한 명인 나도 그들과 함께 걸으며 힘을 보탰다. 유가족, 수녀님들 그리고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부터 나와 같은 또래 대학생들까지 모두가 ‘잊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노란 조끼를 입고 묵묵히 걸었다. 길 막지 말라며 위협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사람들, 뭐 하는 거냐며 순수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 이어폰을 꽂은 채 시선도 주지 않고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우리는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런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주인공 경하는 사고를 당해 입원한 친구 인선의 부탁으로 제주도에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인선의 슬픈 가족사를 마주한다. 인선의 어머니 정심을 통해 밝혀지는 가족사의 배경엔 제주 4·3사건이 있다. 정심은 자신이 살던 곳 제주에서 한날한시에 온 가족을 잃고 그날 이후부터 생사를 알 수 없게 된 오빠를 찾아 수십 년간 외로운 싸움을 해나간다. 끝까지 포기를 택하지 않았던 정심은 오빠와 그리고 그 학살의 기억과 끝끝내 작별하지 않는다.
‘작별하지 않는다’로 작가 한강이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 에밀 기메 아시아 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제주 4·3사건을 상기하는 기회가 생겼지만. 여전히 4·3사건에 대한 관심은 적다. 이념 문제로 취급되어 반세기 넘도록 금기의 영역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 4·3사건은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서북청년단과 같은 우익 세력과 경찰의 탄압 그리고 5.10 단독선거 반대를 이유로 무장봉기 하며 시작됐다. 그 후 7년여 동안 군경토벌대와 무장대 간의 무력 충돌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당했다. 기록에 따르면 2만 5,000명에서 3만 명, 당시 제주도 인구의 10분의 1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한국 현대사에서 6·25전쟁 다음으로 큰 인명 피해 규모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빨갱이들의 폭동’이라며 민간인 희생을 정당화하거나 그들을 추모하는 일조차 방해하는 목소리가 만연했다. 민주화 이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이어졌고 2003년 4·3사건의 진상을 담은 공식 보고서가 확정되면서 정부는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인정하고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사과했다. 폭도라 지목당하는 것만으로 희생당한 무고한 사람들, 행방불명된 4·3 관련 재소자들, 연좌제로 고통받아 온 유가족들은 혐오와 이념의 시대가 낳은 피해자임을 국가가 인정한 것이다.
오늘은 2024년 4월 3일, 제주 4.3사건이 있고 70여 년이 지났고 곧 세월호 참사 10주기인 4월 16일이 다가온다. 생명이 꽃 피는 4월 일찍 져버린 그들을 생각하면, 그리고 여전히 누군가의 권력을 위해 잊히길 강요받는 죽음들과 비전과 희망 대신 혐오와 이념이 난무한 정치를 보면 이따금 좌절감을 느낀다. 하지만 침묵을 강요하는 그 모든 시도 앞에서 작별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음을 난 안다. ‘작별하지 않는다’ 속 주인공들처럼, 한 달 전 나와 함께 도로 위를 걸었던 사람들처럼 세상엔 여전히 작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있는 한, 우리의 4월은 추모와 평화의 달로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어김없이 찾아온 4월, 나도 여전히 작별하지 않는다.
장혜수
hs0124j@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