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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0명 더 늘어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을 공식 발표했다. 대구·경북 소재 의과대학은 올해대비 내년에 82.3% 더 늘어난 정원이 배정됐다. 정부는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서울 소재 의대 정원은 1명도 늘리지 않고, 비수도권만 증원분의 82%를 배정했다고 설명하지만, 서울 소재 의대의 지역 분교나 서울에 병원을 둔 지역 의대 증원 등을 고려하면, 증원만으론 큰 의미를 얻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 교육부는 지난 4일까지 대학별 신청을 받은 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배정위원회’ 논의를 거쳐 2,000명 증원분의 배분을 결정했다.
큰 틀에서 보면 수도권은 서울 소재 의대는 1명도 증원하지 않고, 경기·인천 소재 대학 5곳(성균관대·아주대·차의과대/인하대·가천대) 증원만 40~90명까지 늘렸다. 늘어난 인원은 모두 361명으로, 기존 209명을 더하면 모두 570명이다. 172.7%가 늘었다.
나머지 1,639명은 모두 지역 소재 의과 대학에 배분됐다. 대구는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대구가톨릭대 등 4개 의대에 40~90명까지, 합계 218명 늘었다. 기존 302명을 더 하면 정원은 모두 520명으로 증원율은 72.2%다. 경북은 동국대 분교가 기존 49명에서 71명 더 늘었다.
이외에도 지역별 거점국립대 대부분을 200명으로 정원을 맞추면서 충북대(충북)가 기존 49명에서 200명까지 늘어서 가장 많은 증원분(151명, 308.2%)이 배분됐고, 경상국립대 의대(경남)도 기존 76명에서 200명(124명, 163.2% 증가)까지 늘었다. 강원대(강원)와 제주대(제주)만 각 83명, 60명만 늘어나는 수준에 그쳤다.
교육부는 모든 국민이 어디서나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3대 배정 기준을 토대로 정원을 배분했다고 밝혔지만, 실제 증원이 정부 의도대로 활용될지는 미지수다.
이른바 빅5로 알려진 서울 소재 대형 대학병원들은 해당 병원 의대 출신 외에도 지역 의대 출신 전공의들이 수련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이다. 지난 19일 정부가 제동을 걸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긴 했지만, 서울대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아주대병원, 고려대의료원, 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등은 수도권에 분원을 추가 건립해 모두 6,600여 병상을 늘릴 계획도 있다. 지역 의대생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빨려 올라갈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번에 공개된 증원 중에서도 지역분으로 분류되긴 했지만, 연세대 분교(강원), 동국대 분교(경북), 천안 단국대(충남), 건국대 분교(충북) 등은 모두 수도권 소재 의대의 지역 분교여서 온전한 지역몫으로 분류하기도 어렵다. 울산대는 울산으로 분류되지만, 의대는 서울에 있다. 한림대나 가톨릭관동대 등도 수도권에 주요 병원을 두고 있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정부는 수도권과 지방이 2대 8이라고 하지만, 지방으로 분류되어도 실제 의대는 서울에 있는 울산대 같은 사례도 있고, 서울 소재 의대의 지역 분교도 증원이 된 것도 있다”며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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