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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청년초점은 청년 예비언론인의 눈으로 본 우리 사회에 대한 칼럼으로 매주 수요일 연재합니다.]
“30살이면 멋진 외교관이 돼서 결혼도 하고 완전 어른이겠다!” 외교관이 꿈이었던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과 그려본 30살은 그랬다. 부모님이 30대 초반에 나를 낳으셔서 더욱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30살은 으레 하고 싶었던 일을 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나이라고. 물론 20대 중반인 지금은 전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산은 고사하고 당장 4~5년 안에 결혼한 내 모습부터 상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 주변을 봐도 마찬가지다. 또래의 친구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인 것은 물론, 나이 차이가 좀 있는 선배들에게서도 아직 결혼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
피부로 와 닿는 사회적 흐름은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국의 합계출생률은 0.72명으로 전년(0.78명)보다 감소했다. 특히 연령별 출생률(연령별 출생률의 단위는 해당연령 여자인구 1천명당 출생률)에서 30대 초반의 출생률이 전년 대비 6.8명, 20대 후반의 출생률이 2.6명 줄었다. 한 국가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합계출생률이 2.1명인 걸 생각하면 심각한 수치다. 가파른 하락세는 인구 감소, 곧 국가 경제와 연결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18년 발행한 자료를 통해 저출생이 지속될 경우 2060년 GDP가 예상보다 3.3~5.0% 하락할 것이며, 투자, 소비, GDP 등 주요 경제 활동이 모두 줄고,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전조라도 되듯 작년 6월 OECD가 추정한 한국의 2024년 잠재성장률은 경제 규모 1위인 미국보다도 낮은 1.9%였다.
유독 한국에서 저출생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뭘까. 다양한 이유가 작용하겠지만, 청년의 한 사람으로서 소위 말하는 괜찮은 삶을 위해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싶다. 최근 인상 깊게 본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의 인터뷰 속 ‘심리적 밀도’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다. 그는 인구밀도가 높아질수록 생존을 위해 출산을 꺼리는데, 이 인구밀도에 비교를 통한 심리적 밀도가 포함된다고 봤다.
나와 또래들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갖기 위해, 괜찮은 수준의 삶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 왔고, 아직도 그 속에 있다. 과거보다 상향평준화된 생활수준에 비해 이에 맞는 고임금 일자리는 적고, 숨 막히는 생존 경쟁에 금전적, 생활적으로 큰 변수일 출산을 넣을 자리는 없다. 이를 두고 청년들이 욕심이 많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높아진 생활수준이 하향되기는 어렵고, 과거엔 가끔 듣던 엄마 친구의 아들 이야기가 이젠 SNS에 매일 전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 해결에 있어 이런 구조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은 보이지 않는다. 제시된 대부분의 정책이 한시적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하거나, 휴직 기간을 늘려주는 등이다. 얼마 전 열린 청년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도 윤석열 대통령은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는 등의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동안 시행하겠다고 했던 정책과 법안 개정이 얼마나 잘 이뤄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간 공익단체 직장갑질119는 제21대 국회에서 발의된 모부성보호제도 법안 중 실제 개정된 법안은 병합심사에서 폐기된 의안까지 포함해 12.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특히 2023년에는 관련 법안이 1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시행되고 있는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평가도 미비하다.
이제는 눈앞에 놓인 문제만을 의식해 산발적인 정책과 법안을 쏟아내기보단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생 해결을 명목으로 사용한 정부 예산은 280조였지만, 결과는 지금의 수치였다. 실질적으로 저출생 해결을 위해 사용된 예산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 때문에 저출생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 해당 부서에서 구조 변화를 장기적인 목표로, 세부 법안을 구상하고 실효성 평가와 같은 피드백을 이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오랫동안 1에도 미치지 못하는 합계출생률을 겪고 있다. 혁신적인 변화 없이 한 두 개의 정책과 법안으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힘들지 않을까. 오늘도 정치권에서는 한 달 뒤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저출생 공약을 내걸고 있다. 말뿐인 공약이 되지 않길, 좀 더 큰 변화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김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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