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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역이 다시 ‘박정희’로 홍역을 앓게 됐다. 광주를 다녀온 홍준표 시장이 갑작스레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하고, 동상 건립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즉각 반대 뜻을 밝혔다. 민주당은 “헌정 사상 최초로 암살된 아버지 대통령과 최초로 탄핵된 딸 대통령의 헌정 유린을 기린다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지난 1일 홍준표 시장은 본인의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동상을 건립하는 것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달빛철도 축하 행사차 광주를 가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 업적 흔적이 곳곳에 스며 있다”며 “대구에는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흔적이 보이지 않아 참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구·광주가 달빛동맹으로 서로 힘을 합치고 있는 마당에 대구·광주를 대표하는 두 정치 거목의 역사적 화해도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참 많다”며 “대구에서도 대구를 대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업적을 기리는 사업을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고, 그 앞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방안은 어떨지 검토 중이다. 시민 의견을 수렴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4일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내고 “하필, 왜 이 시기에 동대구역 광장이 박정희 광장이 되어야 하느냐”며 “박정희 대통령의 공과는 논란이 많다. 역사의 흔적이 뚜렷하니 평가가 엇갈리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공은 경제개발이라는 것이고, 과는 민주주의 압살일 것”이라고 반대했다.
민주당은 “공이라는 경제 개발 과정에 허구가 많다.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은 박정희 대통령이 세운 것이 아니다. 이미 장면 정부의 산업개발위원회가 기본 계획을 수립해 시작한 일이다. 박정희의 혜안에서 나온 계획이 아니”라며 “민주주의 압살은 이미 적나라하게 밝혀져 더 말할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뭘 기린단 말인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암살된 아버지 대통령과 최초로 탄핵된 딸 대통령의 헌정 유린을 기린다는 것인가?”라며 “박정희와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국민 평가가 끝난 분이다. 명칭도 바꾸고 동상을 세우려면 세우시라, 아마 두고두고 흉물 논란에 일년 내내 오물 등의 관리가 안 될 것이고 비웃음거리가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대구역이 박정희로 홍역을 치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대구시장에 도전한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이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공약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엔 지역 일부 인사들이 나서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동대구역 광장에 동상을 세우기 위한 모금 운동을 추진 중이다.
4.10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만큼 선거에 나설 후보들이 우후죽순 유사한 공약을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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