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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가수 이종일이 자신이 운영하는 쎄라비음악다방에서 봄맞이 ‘봄비’ 연주회를 열었다. 가수 신폴, 딸 이수아와 마련한 무대에서 이종일은 자신이 곡을 붙인 ‘봄비’와 ‘노래, 할 수 있을까’ 같은 시노래를 불렀다.
약 30명이 자리한 이날 무대에서 이종일은 변정선의 시 ‘봄비’를 시작으로 어린이 시 ‘엄마가 왔다’와 초설의 시 ‘사소한 것들로 봄은 온다’, 송경동의 시 ‘노래, 할 수 있을까’ 등 시노래 6곡을 연주했다. 경북대학교 성악과에 다니는 이수아가 연주자로 무대에 올라 부녀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몄다. 이수아는 건반을 맡고, 퍼커션은 하재승이 맡았다.
”깊어가는 밤
봄비는 내리네보스락 바스락
창가에 들려오네옆에는 영감님
코 고는 소리내일이면 봄기운이
더 풍기겠네봄나들이 가야겠네.“
– <시가 뭐고? 칠곡 할매들, 시를 쓰다> 가운데 변정선의 ‘봄비’ 전문
이종일은 “내 무대를 따라다녔던 딸이 자라 성악을 전공하면서 나랑 같이 무대에 오를 기회가 생겼는데, 새봄을 맞은 연주회라 오늘 같이 노래했다. 내가 만든 노래만으로 무대를 꾸미다 보니 전부 시노래로 불렀는데, 알려진 시인들의 시만큼 어린이 시, 어르신 시도 아름다워 직접 곡을 붙이고 노래했다”고 말했다.
계명대학교 노래패 ‘함성’ 출신인 이종일은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집회 무대에 자주 오르는 민중가수이고, 어린이 놀이 개발자이자 동요가수다. 2017년부터 쎄라비음악다방이 있는 건물 지하층을 작업실로 쓰고 있던 이종일이 2022년 8월 쎄라비를 인수했다. 그와 그를 지지하는 지인들의 노력으로 쎄라비는 현재 지역의 기타 동호인 연주회와 시인 책담회가 연이어 열리고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쎄라비음악다방은 KBS 드라마 ‘사랑비’를 촬영했던 세트장을 그대로 살려 한국의 80년대 문화를 눈으로 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시대의 오락기와 공중전화를 비롯해 LP판으로 가득한 뮤직박스와 영화 포스터 등으로 꾸민 쎄라비는 계산성당을 마주하고, 뒤로는 청라언덕이 가깝다. 청라언덕에는 3·1만세운동길과 근대 의료 선교사들의 집, 의료선교박물관 등이 있어 대구근대골목투어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