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 장세용과 하태경, 이영, 이혜훈에게 소선거구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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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21일 밤 더불어민주당이 19일~21일 실시한 1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그중 두 군데가 대구경북 지역의 선거구였다. 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에서 김상현 전 경북도의회의원이, 경북 구미시을에서는 김현권 전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따냈다. 이중 구미시을은 그간 큰 관심을 모았던 곳이다.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을 지낸 김 전 의원과 장세용 전 구미시장이 맞대결을 펼쳤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구미시을 총선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김현권 전 국회의원(왼쪽)과 패배한 장세용 전 구미시장(오른쪽)

과거 경북 의성군에서 활동한 김 전 의원은 2016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구미시을 지역으로 이주해 이 지역에서 2020년 총선을 치렀다. 구미 역사에서 유일한 민주당 소속 시장인 장 전 시장은 자신의 고향이 있는 구미시을 지역을 선택하며 김 전 의원과의 격돌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고배를 마셨다. 여전히 경북 지역에서 의원을 배출할 가능성이 낮은 민주당 입장에서, 각각 국회의원과 시장을 지낸 인사가 한 지역구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당히 큰 부담이자 손실이다.

지역을 잘게 가르다 보니 인력 쏠림 일어나
도대체 갑과 을이 무슨 차이? 

국민의힘의 경우는 대구경북이 초강세 지역이다 보니 한 선거구에 중량감 있는 인사가 몰려도 특이한 일은 아니다. 다만 국민의힘에서도 당선이 쉽지 않은 지역에 당의 자원이 쏠리는 일이 일어났다. 국민의힘은 서울 중구·성동구갑에 윤희숙 전 국회의원을 단수공천했지만, 바로 옆지역인 중구·성동구을에는 하태경 의원, 이영 전 의원, 이혜훈 전 의원 등 전현직 국회의원이 경선에서 3파전을 벌이게 됐다.

하 의원은 작심하고 본래의 부산 지역구를 떠났다. 이영 전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지냈다. 이혜훈 전 의원은 당내에서 윤 전 의원과 함께 대표적인 경제통으로 꼽힌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들 일부가 다른 선거구로 옮겨가길 바랐지만, 셋 다 출마 방침이 확실했다. 구미시을 지역 김 전 의원과 장 전 시장 사례처럼 이 사례 역시 정당 입장에서는 ‘과잉중복투자에 따른 손실’이다.

사실 구미 지역에서는 국민의힘 일부 인사들도 지역구 선택에 관해 내면의 갈등을 겪고 비판을 받았다. ‘구미 갑이냐 을이냐’를 놓고 고심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눈치 작전’이라는 뒷말이 따라나오기도 했다. 갑과 을 양쪽에 연고가 있는 인사로서는 억울할 수 있는 일이다.

각당과 정치인의 편익을 떠나 유권자 입장에서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주제가 있다. 구미와 서울 중구·성동구 등의 지역구를 갑과 을로 나눠야 할 필요가 있는가? 구미 갑과 구미 을은 생활권이 다르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구미 강동의 도시 지역과 옛 선산군 지역을 모두 포괄하는 구미 을에 걸맞는 주장이 아니다. 한국의 선거구 구획은 ‘253개’라는 선거구 총수와 ‘인구 편차 2대1 이내’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맞게 짜여져 있을 뿐이다.

필자의 경우 서울시 은평구 내에서 이사를 했을 뿐인데 국회의원 선거구가 을에서 갑으로 달라져 있었다. 또 필자는 양천구 목동, 마포구 상암동, 종로구 광화문 부근을 오가며 일하고 있지만 먼 거리를 이동한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것도 하나의 생활권 아닌가. 하지만 필자가 이동하는 범위안에 존재하는 선거구수가 도대체 몇 개인가. 대도시 지역의 경우 지역을 분할해야 할 필요성이 더더욱 작다는 것이다. 

26명 축구 국가대표를 26개 구역 각 1등으로 구성하는 게 맞나?
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국회다운 국회, 대선 같은 총선 만들어

결국 우리는 소선거구제가 적절하고 타당한지 돌아봐야 한다. 자신이 어느 선거구 유권자인지 모르거나 헷갈리는 시민이 양산되는 제도라는 것만으로도 재고의 대상이다.

소선거구제는 의회 구성의 원리로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의회는 그 지역 전체의 대표자다. 그 지역을 n개로 토막내 각각의 구역에서 1명만 뽑아 구성한 의회가 지역 전체의 대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을까? 국가대표 축구팀 선수 스물 여섯명을 선발할 때, 지역을 스물 여섯개로 나눠 각지 1명씩을 선발한다면 선수들과 국민들은 납득할 수 있을까?

각당의 공천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지금도 총선 선거구의 획정은 끝나지 않았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선거일 6개월 전에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선관위안대로 획정하도록 하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현역 국회의원의 횡포가 분명하지만, 소선거구의 획정이 무척 까다로운 작업이라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지역 인구에 비례해서 선출 인원을 달리할 수 있다. 하지만 소선거구는 인구 기준을 맞춰가며 모두 1명씩만 뽑아야 하니 획정이 수월할 리 없다. 구획이 어려우면 당연히 인력 배치에도 난관이 많다. 

대선거구제 국가였다면 김현권과 장세용은 ‘경북 선거구’ 또는 ‘경북 서부 선거구’에 다같이 출마할 수 있었다. 복수 후보의 당선이 가능하니 서로 협력하면서 경쟁하면 된다. 의성 출신으로 구미에 사무소를 둔 김현권과 구미 전역에서 행정을 담당한 바 있는 장세용은 더욱 자연스럽고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거구제였다면 하태경과 이영과 이혜훈도 ‘서울 제몇선거구’ 정도에 다같이 또는 셋 중 둘은 투입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득표수가 적다 해도 의원 몇명은 당선되는 것이 대선거구제이므로 이들끼리 지지층 표밭을 가르더라도 출마자 일부는 당선될 수 있다. 

대선거구제에서 유권자들의 이익은 정치인들의 편익보다 훨씬 크다. 현행 소선거구제는 잘개 쪼개진 칸막이안에서 1명의 국회의원만 정하는 것이다. 반면 대선거구에서는 유권자가 최소한 그 선거구 여러 국회의원의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 나아가 전체 의석과 지지율이 연동될 경우는 자신의 한 표로 의회 전체의 구성을 결정할 수 있다. 이러면 총선은 대선보다 더 중대한 선거가 된다.   

“미국과 영국 같은 민주주의의 본고장이 소선거구제를 실시하므로 소선거구제가 민주주의의 정통”이라는 주장은 무지의 소산이다. 이런 때는 ‘본고장’이 아니라 ‘몰락하는 구도심’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민주주의 초창기에는 국가 체계와 과학기술이 미숙했기 때문에 각지에서 1명의 대표자를 뽑아올렸다. 이것은 지역 엘리트와 국가 권력의 결탁이기도 하다.

이미 1백여년전 스웨덴, 네덜란드 등 유수의 국가들은 대선거구제로 전환했다. 국가가 무르익고 사회가 다원화된 것을 반영한 결과다. 미국과 영국은 ‘도심재생’에 실패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소선거구제가 농어촌에 이익? 정반대다

혹자는 대선거구에서는 농어촌의 권익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야말로 농어촌에 대한 편견이며 몰이해다. 첫째, 오늘날의 농어촌 위기는 작은 지역의 대표자 1명이 타개하는 게 아니다. 국가적으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자치 문제는 군수의 소관이다. 둘째, 여러 군수가 한 명의 국회의원에게 매달리게 만드는 현재 농어촌 소선거구가 외려 농어촌의 위기를 부채질하고 지방자치를 위협한다.

셋째, 소선거구제를 해봤자 군별 대표자는 나오지 않는다. 서너개군이 하나의 소선거구를 이루는 지역에서 어차피 최소 두어개군은 출신 지역 의원을 갖지 못한다. 심지어 타지 출신이 의원이 되어도 못 막는다. 한때 경북의 봉화군, 영덕군, 영양군, 울진군(가나다 순)은 한 선거구를 이뤘는데 포항시 출신의 강석호 전 의원이 여기서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다.

넷째, ‘우리 군 출신 국회의원이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농어촌의 문제가 한 명의 국회의원만 보고 살아야 하는 현실이다. 강석호 전 의원이 포항 출신임에도 봉화영덕영양울진에서 당선된 이유가 무엇인가.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유력 정당이 공천을 내리꽂으면 거의 당선되는 것, 1명뿐인 지역 국회의원이 마음에 안 들면 대안이 없는 것이 무슨 농어촌 존중인가. 

다섯째, 설령 농어촌 지역 출신 의원이 없다 해도 대선거구의 여러 국회의원 중 누군가는 농어촌을 돌보게 되어 있다. 도시 지역도 예전 도농복합의 결과로 농촌을 끼고 있으므로 도시 지역 의원 중에도 농촌을 잘 아는 이들이 있다. 만에 하나 의원들이 전부 챙기지 않는 농어촌 지역이 있다고 해도 그 틈은 원외정당이 치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대선거구제는 공정하고 공익적인 경쟁체제다. 여섯째, 대선거구제에 농어촌 출신 할당제를 붙이면 농어민 대표를 확보할 수 있다. 의원을 여럿 뽑으니 할당제를 실시하기 더욱 편리하다.

중소정당과 거대정당 ‘험지 종사자’, 이제 대선거구제 정면 거론해야

지난해 5월 국회가 실시한 공론조사에서 시민 패널의 다수는 소선거구제를 지지했다. 다른 설문 항목에서는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지지도 높았으니 농어촌 내지 소도시만큼은 소선거구제를 하라는 것이 중론인 셈이다. 단기간에 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다만 언제까지고 토론을 유보할 수는 없다. 중대선거구를 소선거구로 바꾸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워도 소선거구를 중대선거구로 바꾸는 것은 그보다 훨씬 용이하다. 광역 행정구역을 기본으로 해서 선거구를 획정하고 선거구별 인구에 맞춰 선출인원을 설정하면 되는 게 대선거구제의 획정 원리기 때문이다. 

대구경북 지역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의 단기 목표로 ‘석패율제’를 밀었다. 경북 지역의 민주당처럼 지역 지지율에 비해 의석수가 낮은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주면서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선거제도는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 이럴수록 소폭의 틈새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틀을 바꿔야 한다. 중소정당은 물론 거대정당의 ‘험지’ 종사자들이 대선거구제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끝으로 다시 말하지만 ‘2인선거구제’는 절대 안 된다. 오히려 유권자의 민의를 소선거구제 이상으로 왜곡시킨다. 인구와 행정구역상 세종시 같은 구역이 2인선거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2인선거구를 기본으로 해서 선거제도를 짜서는 안 된다.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각당에서 1명씩만 공천하자’는 주장도 단호히 기각되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의 취지는 ‘얻은 표만큼 의석을 갖는다’이다. 지지율 40%인 정당도 한 석이고 지지율 20%인 정당도 한 석인 제도는 몰지각하고 위헌적일 뿐이다. 대선거구제를 실시하는 민주주의 선진국 중 그런 나라는 없다. 소수정당 당원 일부가 이런 주장을 펼치면 펼칠수록 ‘선거제 개혁은 특정 소수정당을 위한 제도’라는 오해만 퍼질 뿐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