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가 1달여 만에 13명이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5년 간 확인된 사망자 7명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결과다. 이에 환경단체는 정부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찾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은 김영주 의원실에 제출된 정부 가습기살균제 피해 접수 현황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25일부터 5월 31일까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접수된 피해자는 전국 2,336명으로 이 중 사망자 462명이다. 대구는 59명, 사망자 13명으로 지난 2011년부터 접수된 사망 피해자 7명보다 두 배 많은 수치다.
대구환경운동연합 등은 “이는 중앙과 대구지역 언론의 집중적인 보도에 힘입어 그동안 몰랐거나 가려졌던 피해자가 드러난 것”이라면서도 “정부는 피해 접수를 기다리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내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가습기살균제 사용 인구는 1천만 명으로 추산되고, 이 중 약 30만~220만 명이 고농도로 노출되었거나 사용 중 건강 이상이 있는 잠재적 피해자에 해당한다.
이날 오전 10시 30분, 이들은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로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지역 사망자 20명에 대한 추모 촛불을 밝혔다.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사용했던 권 모 씨는 지난 2005년, 2007년 뱃속 아이와 생후 120여 일 된 아이를 잃었다.
권 씨는 “우리 아이들이 이 20명에 포함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겠다. 뱃속 아이는 정부 기준에 맞는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거로 알고 있다”며 “저는 바보가 맞다. 정부가 허가했고, 마트에서 팔고, 모두가 아는 대기업이 팔면 안전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권 씨는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하지 않았던 때는 정상적인 출산을 했다.
그는 “피해를 인정받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이 바르게 밝혀져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그것이 저희 아이들의 짧은 삶이 헛되지 않고 가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전국 2, 3차 병원 내원자들에 가습기살균제 사용 여부 전수조사 ▲전국민 역학조사 ▲전국 자치단체, 보건소에 신고센터 설치 등을 요구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검찰은 저희가 고발한 지 4년이 지나서야 수사를 하겠다고 나섰다. 피해가 있었던 12개 제품 중 옥시레킷벤키저, 롯데마트, 홈플러스 제품만 수사했다”며 “나머지 9개 제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오는 국정감사에서 검찰과 정부의 책임을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대구 124명(사망 20명), 경북은 70명(사망 1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