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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회사 통근버스를 운행하던 사람이 출입국관리사무소 공무원 차량을 박아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판결문을 살펴봤다. 그는 단속에 나선 공무원 11명이 다치도록 했고, 출입국 소유 차량 3대를 손괴했다고 한다. 오전 7시 25분 45인승 통근버스를 운행하던 중 갑자기 스타렉스 2대와 승용차 1대가 앞뒤와 옆을 3방향에서 가로막았다. 출입국 공무원들은 신분증을 제시하며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한다고 고지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출입국 공무원은 영장이 없어도 미등록으로 의심되는 이주노동자를 불심검문하고 체포(보호)할 수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출근길에 갑자기 추방될 위기에 놓인 사람들은 그에게 외쳤다. “살려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러자 그는 순간적으로 엑셀을 밟았다. 차량을 충돌해 틈을 만들고, 150m 가량을 더 운전하던 중 다시 출입국 차량에 둘러싸이자 이주노동자가 피할 수 있도록 차량 문을 열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상황에서 취한 그의 행동을 ‘놀라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듯 하다’고 평하고 실형 3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했다. 놀라서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의 대가 치곤 가혹하다는 생각도 든다.
좀더 자세한 소식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이주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활동가와 변호사다. 그들에게서 확인한 바로는, 그는 제조업체에서 일하면서 궁핍한 생활에 보태려, 통근 버스 운행까지 겸했다. 그리고 같은 회사에서 20년 근무하는 동안 이주노동자들과 인간관계를 맺어왔다.
살려달라는 외침을 들은 그는 순간적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황한 가운데, 오래 알고 지낸, 외국에서 왔지만 함께 공장에서 일하고 함께 밥 먹었던 사람들의 살려달라는 그 한마디를 들은 그의 마음은 어땠을까. 재판부는 이러한 사람의 마음을 눈여겨보지는 않은 듯 하다.
그를 도우려는 사람들은 그의 마음을 살펴본 이들이다. 살려달라고 외친 이주노동자의 절박함을 이해하고, 이를 무시하지 못한 사람의 마음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다. 조만간 그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 나는 재판부가 눈여겨 보지 않은 것을 살펴보려 갇혀 있는 그를 만나보려 한다.
도주한 이주노동자들은 다시 붙잡혔다. 그는 최대 전치 3주의 부상을 입은 공무원들에게 위로금을 공탁하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공무원들은 그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물론 공무원 개인도 피해자다. 무리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으로 이주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사례는 흔하지만, 이번 일처럼 종종 단속 공무원이 다치는 일도 있다.
적정 수준을 넘어, 차량 충돌을 무릅쓰면서까지 추격과 추방에 나서도록 하는 사정이 있다면 그 또한 가혹한 압박이다. 그런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 강경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시행했지만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 수는 증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속으로 인해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실제로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기나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된다.
수감 중 그가 쓴 편지에는 그가 살아오며 항상 누군가의 보호자였으며, 다른 사람의 도움은 기대하지 못했다며 그를 돕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절박한 사람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한 그의 마음만큼은 지켜지기를 염원한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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