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세월호 유가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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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은 아빠, 웅기 엄마, 지성 아빠, 제훈 아빠⋯.

지난 26일 일요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하루 앞선 25일, 4.16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협의회 등은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아직 세월호 인양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이달 30일로 종료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26일 세월호 유가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4.16연대)
▲26일 세월호 유가족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사진=4.16연대)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 ① 위원회는 그 구성을 마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세월호진상규명법)

문제는 이 법, 이 조항에서 시작됐다. 정부와 세월호 유가족은 똑같은 법을 두고 해석이 판이하다. 세월호진상규명법은 2014년 11월 국회를 통과했고, 2015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같은 해 3월 5일 이석태 특조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 5명이 정부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법의 구체적 사안을 명시하는 시행령은 누더기가 되어서 5월에 만들어졌고, 특조위 운영예산은 8월에야 통과됐다.

정부는 법이 시행된 2015년 1월 1일을 특조위가 구성된 시점으로 본다. 때문에 공식적인 위원회 활동은 2015년 12월 31일로 끝났고, 법에 따른 한 차례 활동 기간 6개월 연장도 이달이면 종료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빠르고 신속하게 특조위 활동 종료를 압박했다.

종합보고서, 백서 발간 위한 최소 정원안 6월 3일까지 보내달라.
– 5월 27일, 행정자치부

종합보고서 관련 예산 편성 후 14일까지 제출하라.

– 6월 7일, 기획재정부

특조위 조사활동 기간 이달 30일 만료 예정, 7월부터 9월 30일까지는
종합보고서, 백서 작성기간이므로 현재 92명인 특조위 직원 72명으로 줄이겠다.
– 6월 21일, 해양수산부

세월호
▲지난 4월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2주기 대구시민문화제

행자부 포문, 정부 전방위적 특조위 압박
7일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특별법 개정안 발의

지난달 행자부가 포문을 열고, 기재부, 해수부도 가세하면서 사방에서 특조위를 압박하며 활동 종료를 기정사실로 했다. 하지만 특조위도 세월호 유가족도 정부의 법 해석을 인정할 수 없다. 예산이 통과된 2015년 8월, 그것도 아니면 적어도 상임위원이 공식적 임명장을 받은 2015년 3월부터가 특조위 구성 시점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적어도 3개월은 더 활동 기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더구나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법 발효 시점과 특조위 구성 시점의 상이함으로 인한 충분한 조사기간 미비, 조사시기와 종기에 대한 해석상의 논란, 특조위 조사활동의 독립성 보장의 부실 등에 대한 보완이 절실”하다며 특별법 개정안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개정안은

제7조(위원회의 활동기간) ① 위원회는 사무처를 포함한 조직의 구성을 마치고 기획재정부 가 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최초로 배정한 날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여야 한다. 다만, 이 기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위원회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 세월호진상규명법 개정안(6월 7일 발의)

고 하여 특조위 구성 시기를 분명하게 명시하도록 했다. 개정안이 아직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먼저 특조위 해체에 혈안이 된 모양새다.

특조위는 행자부 공문에 대해 특조위 활동 기간은 내년 2월 3일까지(2015년 8월 예산 편성 기준)라고 회신했다. 또, 기재부의 종합보고서 관련 예산 편성 요구가 있기 앞서 올해 하반기 조사활동 예산 배정도 요청했다. 그럼에도 기재부는 ‘조사 예산’ 대신 종합보고서 예산만 편성하려 하고, 해수부가 특조위 활동 종료를 기정사실화하는 모습에서 정부가 특조위 해체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세월호참사대구대책위, “해수부 일방 발표, 월권, 위법적”

세월호참사대구시민대책위원회 등은 27일 오전, 대구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특조위를 강제 종료하려 한다”며 박근혜 정부 규탄에 나섰다.

▲세월호참사대구대책위가 27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세월호참사대구대책위가 27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해수부의 21일 발표를 두고 “월권이며 위법적 행위”라며 “해수부는 독립적인 국가위원회인 특조위의 상급기관이 아니며,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조사를 받아야 할 대상기관”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또 “특조위 활동기한 문제를 두고 새누리당이 ‘청와대를 조사대상에서 제외하고 조사기간을 연장하자’는 정치적 거래를 제안한 것이 드러났다”며 “세월호 참사에 조금이라도 책임 있는 기관과 사람이라면 성역은 있을 수 없다. 청와대 조사 얘기만 나오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냐”고 일갈했다.

끝으로, “진실 앞에 거래란 있을 수 없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흥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세월호 진상규명, 제대로 된 선체조사, 안전사회 건설, 피해자 치유와 지원을 위해 특조위 조사활동은 절대로 강제종료 되어선 안 된다.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 강제종료를 위한 위법적이고 월권적인 공작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