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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은 ‘책임’을 자주 말하는 정치인이다.
2023년 10월 14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를 두고 그는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다.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고 했다. 10월 13일에도 보선 결과를 두고 두 차례 당 대표 사퇴 이력을 소개하면서 “정치책임은 사법책임과는 달리 행위책임이 아니라 결과책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퇴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책임정치가 실종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지만, 그래도 비루하게 책임을 회피하고 다른 사람에게 미루면서 살면 안 된다”고 했다.
대구시장직을 수행하고 두 달 만인 2022년 9월 7일에는 대구시청사를 팔아서 신청사를 짓겠다는 발표에 시의회 의장이 반발하자 “대구시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모두 대구시장의 책임이다. 공무원들은 시장 방침에 따라 도와주는 조력자일 뿐이지 업무 수행 과정에 고의·중과실이 없다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2014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인 홍준표의 경쟁력을 묻는 물음에 “정치에 입문한 이후 지금까지 어떤 계파에도 속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독고다이’라는 말도 듣지만 정치는 자기책임으로 하는 것”이라며 “무리의 힘에 얹혀서 하는 정치는 자기 정치가 아니다. 책임과 원칙이 홍준표 정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치인 홍준표에게 ‘책임’은 일종의 정치 철학이자 원칙이고 기반인 셈이다. 그런 홍 시장이 대구MBC 취재방해 문제에 대해선 자신의 책임을 면하려는 발언을 하는 건 의아한 일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법원이 대구MBC에 대한 대구시 취재방해가 잘못이라고 판정하자, 이를 “의미 없는 결정”이라고 평가절하했지만 “산하기관에 지시하지 말라는 건데, 지시한 지 안 했는지도 몰랐다. 그것도 철회를 했단다”고 말했다.
홍 시장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책임’을 면하려는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법원의 결정에 있다. 법원은 대구시가 취한 일련의 취재거부 조치가 “별다른 법적 근거가 없고, 취재 상대방(대구시 공무원 및 산하기관)이 갖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대구MBC가 갖는 취재의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법적 근거 없이, 공무원 및 산하기관의 의사결정권을 제한해, 대구MBC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인데, 이는 형법상 123조 직권남용죄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직권남용죄를 규정하고 있다.
이쯤 되면, 그가 강조한 책임이란 게 ‘사법책임’이 아니라 주로 ‘정치책임’이라는데 눈길이 간다.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와 그 결과는 정치책임의 영역인가, 사법책임의 영역인가. 아니면 둘 다 인가. 홍 시장의 태도를 보면 답이 나온다. 아, 그전에. 모두 자신의 책임이라던 대구시정은 아니던가?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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