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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문제는 사실 고양이와 전혀 상관이 없어요. 고양이를 둘러싼 사람들 간의 문제입니다. 개인적인 돌봄에만 치우쳐 있으면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31일 오후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열린 ‘길고양이 인식 개선 및 공존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길고양이 사진사’로 활동하는 김하연 작가가 강연자로 나섰다. 2004년부터 길고양이의 모습을 기록해오며 인식 개선 활동을 해온 김 작가는 관악구 사례를 통한 길고양이 돌봄 정책도 제안했다.
김하연 작가는 ‘동네고양이’ 돌봄의 이상적 모델을 민관협력이라고 했다. 김 작가는 공공자원을 활용해 길고양이 급식소와 군집 TNR(길고양이 중성화), 인식개선활동에 나서고, 지역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지역의료기관(동물병원)이 이를 위해 긴밀하게 연계해야 한다고 했다.
김 작가는 “법으로도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고 하지만 사람은 계속 죽임을 당한다. 길고양이에 대한 여러 인식과 제도, 예산이 늘어나도 길고양이 문제(갈등)는 계속 생기게 된다”며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 관심 없는 사람도 있다. 고양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지역에 맞게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활동가) 개인이 모든 걸 쏟아부어서 고양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와 지역의료기관과 함께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한다”며 “공무원이나 수의사를 욕하거나 ‘악’으로 보기도 하는데, 이들과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결국 길고양이 문제는 사람 간 문제다. 사람 간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접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자원이 활용되어야 하는 근거 중 하나로 김 작가는 2014년과 2023년에 찍은 길고양이 ‘뭉치’ 사진을 보여줬다. 김 작가는 “뭉치는 2012년생으로, 사람으로 치면 100살이 넘었을 것”이라며 “길고양이들은 길에서 3년도 채 살지 못하는데, TNR을 한 길고양이들이 금방 죽으면 그건 예산 낭비다. 적절한 돌봄으로 길고양이가 오래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작가는 서울 관악구 사례를 들면서, 구체적으로 민관협력 모델 적용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활동가들과 모여 모임을 만들고, 관악구청에 길고양이 돌봄에 대한 여러가지 제안을 했다. 그중 하나가 길고양이와 공존을 해야한다는 안내문을 공동주택(아파트) 등에 정기적으로 보내는 거였다”며 “구청에서 예산이 없다고 해서 디자인 제작도 모임에서 했다. 감수와 발송을 구청에서 맡았다”고 말했다.
구에서 발송한 공존 안내문에는 쥐의 천적인 고양이가 전염병을 막아주고, 길고양이가 동물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대상이라는 것, 고양이는 영역동물이며 안정된 급식소와 TNR를 통해 개체수 조절 및 소음 민원 해소로 주민들과 공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 들어갔다.
김 작가는 “처음부터 구청이 우호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시간을 갖고 상식선에서 길고양이 돌봄 사업이 왜 필요한 지 공무원을 설득해 나갔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 결과 관악구에는 급식소 300여 개와 화장실 60여 개가 있고, 그걸 묶어 어르신 일자리까지 만들었다. 관악구엔 1년 내내 길고양이 인식 개선 버스 광고도 돌아다닌다. 민관협력을 통해 이뤄낸 결과”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참여예산으로 인원동 주민센터에도 급식소를 설치했다. 단순히 고양이 밥 주는 사업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이를 정책적으로 알리기 위해 공공시설에 길고양이 급식소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길고양이 민원도 줄어들 거라고 설득했다”며 “기초의원을 통해 4년 치 길고양이 민원을 살펴봤더니 실제 부정 민원이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다. 길고양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존재 하지만, 고양이를 지키겠다는 사람도 숫자로 보였다”고 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임미연(더불어민주당, 비례) 달서구의원은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에 감사드린다. 토론회를 통해 달서구에서 길고양이와 공존할 수 있는 돌봄정책이 민관협력을 통해 함께 잘 구현되길 기대한다”며 “구청 로비에 열린 길고양이 사진전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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