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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의 ‘취재거부할 자유’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대구지방법원은 대구MBC가 대구시를 상대로 제기한 취재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취재의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고 밝혔다.
31일 대구지방법원 제20-1민사부(부장판사 정경희)는 “채무자들(홍준표 시장, 대구광역시)은 직접 또는 소속 직원, 산하 사업소·공사·공단, 출자·출연기관 및 그 소속 직원에 대해 채권자(대구MBC)의 전화 취재, 방문 취재, 인터뷰 요청 등 일체의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하는 방법으로 기자, PD, 작가 등 방송 제작 스태프들이 취재 목적으로 동인청사, 산격청사, 산하 공기업, 출자·출연기관 일체, 소방서 일체, 대구시 각 기관이 주관하는 회의장, 행사장 및 각종 시설에 출입하는 걸 방해하거나 취재하는 걸 방해해선 안 된다”고 대구MBC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동안 대구시가 대구MBC에 취해온 취재방해 조치 일체를 금지하라는 판단으로, 재판부는 소송 비용 역시 대구시가 부담하라고 판단했다. 다만, 취재방해금지에 대한 간접강제 신청은 대구시 공보관실이 최근 자율적으로 취재에 응하라고 지시하는 메일을 돌린 만큼 실효성이 없고, 필요하면 추후에 하면 된다며 기각했다. (관련기사=대구시, 대구MBC 취재방해 멈추나? ‘취재대응, 자율 판단’ 메일 돌려(24.1.23))
재판부는 “헌법 21조 1항에서 정한 언론의 자유, 방송법 4조에서 정한 방송편성의 자유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3조에서 언론 자유의 하나로 정한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그 취재한 정보를 자유로이 공포할 자유 등에 비추어 보면, 언론기관은 일응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공공단체 등에 대한 취재의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를 갖고, 정보원에 대해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를 갖는다”고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갖는 의미를 풀어서 설명했다.
이어 “대구MBC가 대구경북신공항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는 취지의 방송을 보도하자, 홍준표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한 언론의 왜곡, 폄하 보도에 대해 취재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같은 내용을 게시하면서 취재거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며 “대구시는 대구MBC를 상대로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등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대응하는 대신 취재를 거부하라고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또 “홍 시장과 대구시는 대구MBC에 이 사건 공지(취재거부 공지)를 한 것과 관련해 홍 시장의 지시나 명령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입장문에 시장 직인이 날인되어 있고 홍 시장이 간부회의에서 한 발언 내용, 페이스북에 게시한 글 등에 비추어 보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대구시 주장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취재거부 조치 이후 소속 공무원 및 산하 사업소, 공사, 공단 및 출자·출연기관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토대로 취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대구MBC의 취재 내용 및 목적을 불문하고 별지 목록 기재 장소(동인청사 등 대구시 관할 기관 및 장소)에 출입하는 것을 사실상 불허하면서 무조건적으로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별다른 법적 근거가 없음은 물론이고 취재 상대방이 갖는 자유로운 의사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대구MBC가 갖는 취재 자유 및 취재한 정보에 대한 보도의 자유, 정보원에 대하여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됐다. 또한 대구MBC는 채무자 대구광역시 및 산하 기관 등을 직접 취재하지 못한 채 이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제공받은 보도자료만을 근거로 언론 보도를 할 수밖에 없는바, 대구시 및 그 산하 기관 등의 현안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고,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를 할 염려도 크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지난 19일 대구시 공보관실이 뜬금없이 돌린 ‘대구MBC 취재 자율 판단’ 메일을 두고도 “(대구시는) 당초 답변서를 통해 청사 출입이 가능하고 보도자료나 전화, 이메일 등을 통해 정상 취재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답했다가 실제로 취재거부를 당한 자료 등을 제출하자, 1.19 철회했으니 보전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입장을 바꿨다”며 “하지만 이메일의 수신대상이 누군지 밝혀진 바 없고, 그 실효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또한 취재거부 등의 조치를 비교적 장기간 계속했다”고 평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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