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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68)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경북 경산시에서 무소속으로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최 전 부총리는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2019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 확정판결을 받았고,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 때문에 지역 정계에서는 사면복권 직후 곧바로 출마하는 것은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29일 오전 11시 최 전 부총리는 경산역 광장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다. 최 전 부총리 출마 여부는 경산 정계의 뜨거운 이슈였다. 경북 경산이 전통적으로 국민의힘 계열 정당이 강세이기 때문이다.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던 최 전 부총리는 이날 예비후보 등록까지 마치고 총선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 예비후보는 이날 출마 명분으로 경산 시민의 호출과 경산 지역 발전을 꼽았다. 최 예비후보는 “민생 경청 투어로 경산 구석구석을 둘러봤다”라며 “도시철도 하양 연장은 9년째 공사 중이고 지식산업지구 2단계는 마지막 관문에 막혀 있다. 쇼핑몰 유치도 표류 중이다. 시장에서 만난 주민께서는 낙후된 동부권에 대해서도 많은 말씀 주셨다. 많은 분들이 경산의 활기를 잃어버렸다며 걱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지금은 쉴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적 유배의 시간을 보낼 때 용기를 준 시민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마지막 남은 힘을 경산 발전을 위해 바치겠다고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기자 질의응답 시간 사면복권 이후 곧바로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질문에 최 예비후보는 “대다수 국민들이 제가 문재인 정권의 정치 보복, 탄압의 희생양이라고 생각한다. 특수활동비라는 것이 주요 공직자라면 다 쓰는 돈인데 유독 최경환 혼자만 골라내서 그렇게 처벌하는 게 정당한 처사인가”라며 “윤석열 대통령도 사면복권할 때 이것은 과거 관행에 따라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이나 특활비 문제는 1순위로 사면복권한다는 방침에 따라 사면복권한 것이다. (시민들은) 최경환이 정치보복 당해서 그 고생 했다고 생각하시지 나쁜 짓 한 걸로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복당 계획과 관련해 최 예비후보는 “당에서 저에게 공정한 경선 기회를 보장한다며 경선에 참여해달라는 요청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 기회가 보장된다는 신호가 오지 않는다면 복당 신청은 무의미하다”라면서도 “평생 몸담았던 당과 함께 하지 다른 길로 갈 수 있겠나”라며 향후 복당 가능성은 열어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출마와 관련해 교감이 있었냐는 질문도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은 최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정치적 친박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최 예비후보는 “박 대통령님 어려운 일 당하신 것은 제가 탄핵을 막지 못한 책임”이라며 “정치를 하는 것은 좋은데 자기 책임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 예비후보 출마에 여러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엄정애 경북도당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각자도생 사회가 된 원인에는 정치인의 책임도 있다. 정치인의 가장 기본은 사익이 아니라 공익”이라며 “공직자가 국민의 세금을 사적으로 수령해 쓰는 것이 용납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누를 끼친 것에 대해 반성할 시기이지, 시민 핑계를 대고 출마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경북도당은 “민심을 외면하고 국정을 민간인에게 일임했던 정권 창출에 일등 공신인 사람”이라며 “최 전 의원 출마는 경산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유권자를 얼마나 우습게 여기면 감옥에서 풀려난 지 1년도 안 되어 다시 출마하나. 이런 사람이 출마하고 당선되면 한국 정치 역사의 큰 오점이될 것이다. 더이상 유권자를 우롱하지 마라”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출마 기자회견에는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퇴임했지만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최영조 전 경산시장, 차주식 경북도의원, 오세혁 전 경북도의원, 박미옥 경산시의원과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강수명 전 경산시의회 의장도 참석했다. 최 예비후보 출마로 현재 경산시에는 국민의힘 소속 류인학(55) 수성대 강사, 조지연(37) 전 윤석열 대통령실 행정관과 남수정(42) 진보당 경북도당위원장까지 총 4명이 등록한 상황이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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