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 조치를 약 9개월 동안 이어온 대구시가 지난 19일 돌연 공보관 명의로 부서로 메일을 보내 “대구MBC의 취재 요구를 자율적으로 판단해 대응하라”고 안내했다. 취재방해 조치를 금지해달라며 대구MBC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 심리에서 대구시가 각 부서에 취재를 거부하라며 메일을 보낸 사실이 쟁점이 된 후 이뤄진 조치다. 사실상 대구시가 조직적·행정적 조치로 취재방해를 해온 걸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구시 취재방해를 법원에서 인정받게 될 가능성은 줄어들 게 됐다.
지난 19일 오후 대구시 공보관실은 공보관 명의로 안내 메일을 각 부서에 전달했다. 공보관은 메일을 통해 지난해 5월 1일 ‘대구MBC 왜곡 편파보도 관련 취재거부 대응’이란 제목으로 부서에 전달한 메일에 대한 해명 성격의 내용과 추후 대구MBC 취재는 부서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면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대구MBC 왜곡 편파보도 관련 취재거부 대응’ 메일을 두곤 “편파 왜곡 방송에 대한 즉각 사과와 상응한 조치를 대구시가 공식 요구했으나, 대구MBC의 미이행으로 취한 공보관실의 입장”이라고 부연했다.
‘대구MBC 취재방해’가 공보관실의 자체적 판단에 따른 것이란 걸 강조한 셈인데, 지난 9일 열린 취재방해 금지 가처분 소송 심리에서 대구MBC가 홍준표 시장의 부당한 지침으로 취재 기회 자체가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을 고려해 홍 시장과 관련성을 차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관련기사=대구MBC의 질문할 권리 vs 대구시의 질문 봉쇄할 자유(‘24.1.19))
하지만 대구시는 이미 일련의 취재방해 조치가 홍 시장 지시에 의한 것임을 밝힌 바 있어서 공보관실 입장이라는 주장이 뒤늦은 감이 있다. 대구시는 지난해 5월 1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거부의 자유도 있다’’는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홍준표 시장은 1일 간부회의에서 시정에 대한 언론의 왜곡·폄하 보도에 대해서는 취재거부 등 강력한 대응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일련의 과정과 상관없이 대구시가 실제로 대구MBC 취재방해 조치를 거두는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23일 현재까지 대구시가 대구MBC 취재진에게 별도로 이같은 사실을 알려오진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취재거부 선언 이전까지 대구MBC 대구시 출입기자에게 제공됐던 취재부스나 보도자료 제공에 대한 설명도 해온 것이 없다.
때문에 대구시가 소송에 대응하는 근거로 메일을 활용만 할 뿐, 실제로 대구MBC에 대한 취재방해 조치는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알리바이’는 남기고, 실제로 대구MBC에 제공되던 취재 편의는 여전히 제공하지 않으면서 암묵적인 취재방해 여지를 남기는 것이다.
더구나 대구시는 해당 메일을 대구MBC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실효성 없다는 주장의 새로운 근거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대구MBC를 대리하는 강수영 변호사(법무법인 맑은뜻)는 “메일 취지를 보면 취재거부가 홍 시장과 무관하고 공보관이 임의로 한 것처럼 말하는데 그 전제부터 잘못됐다”며 “홍 시장의 지시 여부는 이미 여러 대구시 입장으로 확인된다. 홍 시장의 직권남용 문제를 의식한 조치로 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해당 메일로 대구MBC 권리가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도 힘들다. 메일을 수신한 기관 전체를 알 수 없어서 지난해 거부 메일을 받은 전체 기관에 전달된 건지 알 수 없고, 공문도 아니”라며 “공보관 개인 입장이라고 밝혀서 대구시나 홍 시장이 거부를 철회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대구MBC에 취재거부를 알리며 보낸 공문에는 관인까지 찍혔는데, 이에 준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권리의 회복이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민>은 해당 메일을 부서에 전달한 배경과 대구MBC에 대한 취재 편의 제공 여부 등을 확인하려 정은주 대구시 공보관에게 수차례 전화하고, 문자를 보냈지만, 정 공보관은 “문자로 보내달라”는 문자만 남긴채 답이 없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