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서 전태일 기림시 노래 발표회 ‘나비가 된 불꽃, 노래가 된 시’

‘나비가 된 불꽃, 전태일이라는 시’ 낭독회 겸한 노래 발표회
대구 출신 시인들과 작곡가 겸 가수 이종일과 황성재 참여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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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사)전태일의친구들은 쎄라비 음악다방에서 전태일 열사 기림시집 <나비가 된 불꽃> 시 노래 발표회 ‘나비가 된 불꽃, 노래가 된 시’를 열었다. 시집 출간에 함께했던 대구 출신 오현주, 이정연, 이철산, 조선남 시인이 낭독자로 참여했고, 이들의 시에 곡을 붙인 작곡가 겸 가수 이종일과 황성재가 시 노래 5편을 발표했다.

▲오현주, 이정연, 이철산, 조선남 시인과 이종일 가수(무대)_쎄라비 음악다방(사진=정용태 기자)

이번 시 노래 발표회 ‘나비가 된 불꽃, 노래가 된 시’는 시집 출간에 참여한 시인을 비롯한 20여 명 참석자 모두 시를 낭독하는 순서를 갖는 등 두 시간 동안 낭독회를 겸한 노래 발표회로 열렸다.

관객 참여자로는 신기훈 시인을 비롯해 정영주, 심대현 씨와 청송 농부 조동현, 창녕의 따오기 춤꾼 형남수 씨 등이 무대에 올라 시를 읽었다.

김채원 전태일의친구들 상임이사는 “전태일 기림시집 ‘나비가 된 불꽃’에 수록된 시편을 우리 지역 싱어송라이터 이종일과 황성재 두 분이 노래로 만들었다. 참석자들이 함께 시를 읽고 그 시로 만든 노래를 같이 부르는 행사인데, 낭독의 매력과 노래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가수 이종일은 발표회에서 조선남의 ‘그리움이 붉어지면’을 비롯해 송경동의 ‘노래, 할 수 있을까’, 이동우의 ‘반코팅 목장갑’, 이철산의 ‘전태일 아니 이소선’을 초연했고, 가수 황성재는 오현주의 ‘ㅇㅇㅇ(동지)’를 불렀다.

황성재는 “재작년 동짓날 경상감영공원에서 열리는 홈리스 추모제에서 오현주 씨가 이 시를 읽는 걸 봤다. 그는 스스로 감정이 격해진 연주자처럼 시를 읽는 속도가 끝날 때까지 계속 빨라졌는데, 속으로 ‘울면 안 돼’ 하면서 들었다. 첫 대목을 들으면서 전해진 감정이 남아 곡을 쓰고 작년에 초연했던 노래”라고 소개했다.

이종일은 ‘전태일 아니 이소선’에 대해 “이 노래는 시민들에게 전태일의친구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하는지, 설명하는 노래가 필요하겠다 싶어서 주제가처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철산은 이종일의 노래에 앞서 자신의 시 ‘전태일 아니 이소선’을 낭독했다.

▲싱어송라이터 황성재_시 노래 발표회 ‘나비가 된 불꽃, 노래가 된 시’(사진=정용태 기자)
▲싱어송라이터 이종일_시 노래 발표회 ‘나비가 된 불꽃, 노래가 된 시’(사진=정용태 기자)

“전태일이 누구냐고 묻습니다
누구길래 시민들이 돈을 모아 잠시 살았던 옛집을 사들이고
무슨 마음으로 노동자들이 손을 모아 허물어진 옛 집터를 되살리고
마침내 ‘전태일’ 문패를 달고
기억의 숲 희미한 길을 되밟아 여기까지 왔냐고 묻습니다
대구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살았던 전태일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일당 50원을 벌기 위해
햇빛도 들지 않고 허리도 펼 수 없는 작업장에서 다락방에서
하루도 쉬는 날 없이 15시간을 일하는 평화시장 어린 시다들을 위해
스스로 근로기준법과 함께 불타올랐던
스물세 살 청년 노동자 전태일
청년 전태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한번은 들어봤다 할 겁니다
하지만 오늘은 전태일 아니라 이소선이 누구냐고 묻습니다
스스로 노동법과 함께 불타버린
전태일의 장례를 치르며 이소선은 전태일의 꿈이 되었습니다
평화시장 청계피복노조 만들었던 이소선은 미싱공의 꿈이었습니다
노동시간 단축 다락방 작업장을 철거했던 이소선은 시다의 꿈이었습니다
어린 여공에게 노동교실을 열었던 이소선은 여공의 꿈이었습니다
원풍모방 동일방직 반도상사 YH무역
노동자들과 함께 싸웠던 이소선은 투사의 꿈이었습니다
소외와 빈곤에 우는 서민들이
인간답게 공평하게 살 수 있는 나라를 꿈꾸었던 이소선
마지막 순간까지
수많은 전태일을 지켜내고 수많은 전태일의 꿈을 키웠던
어머니 이소선의 이야기를 옛집에서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은 전태일 아니라 이소선의 집에서 머물다 가려 합니다”

이철산 ‘전태일 아니 이소선’ 전문

전태일 열사 기림시집 <나비가 된 불꽃>은 전태일 열사 53주기 추념일에 맞춰 (사)전태일의친구들에서 펴낸 시집이다. 시인 29명의 시 58편과 에세이 2편, 판화 ‘전태일’ 연작 14점을 실렸다. 시집의 판매수익금은 전태일 옛집 복원에 쓰인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