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m 태극기 게양대 추진 경주시, 반발 나오자 구글 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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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 황성공원에 56m 높이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추진하다가 여론 반발을 받은 경주시가 최근 구글 설문조사로 게시 적절성을 물어 다시 논란이다. 시민단체는 구글 설문조사가 객관성, 투명성 등 기본적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18일 경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태극기 게양대 설치에 대한 주민 설문조사는 황성공원에 4억 원 예산으로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는 계획에 대한 의견을 묻는다. 지난해 집행부가 편성해 의회를 통과한 예산(6억 5,000만 원)보다 다소 축소된 규모다. 해당 여론조사는 구글 아이디를 통한 복수응답여부만 확인할 뿐, 응답자의 별다른 신원을 확인하지는 않는다.

▲태극기 게양대 게시 설문조사
▲경주시청 홈페이지에 게시된 설문조사 배너

여론조사 질문은 6가지다. 경주시는 질문에서 ▲성별 ▲연령대 ▲주거지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이 애국심 고취에 도움 되는가 ▲경주시민이 국경일 등에 태극기를 잘 게양한다고 생각하는가 ▲황성공원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물었다.

이번 설문은 표본 모집 방식, 질문 구성, 응답의 신뢰성 등 다양한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며, 이 때문에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게양대 설치를 위한 짜맞추기식 ‘답정너‘ 설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7일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성명을 통해 “여론을 살피는 일은 엄정한 중립성, 객관성, 기밀성, 투명성이 요구돼 자격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야 한다“며 “사업에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자 갑자기 구글 설문을 실시한다. 예산이 드는 정책을 구글 설문으로 결정하겠다는 건 누구의 발상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설문 내용도 문제다. 애국심과 자긍심 고취 등 필요성만 제시하고 시민사회가 지적하는 경관 파괴, 문화적 위상 하락, 혈세 낭비 등 비판 의견은 누락됐다“며 “아파트 22층 높이의 대형 태극기 게양대 사업 미련을 버려라“라고 꼬집었다.

경주시는 해당 설문조사가 시민 의견 참고 차원이라고 설명한다. 박주섭 총무새마을과장은 “여론 결과를 보고 (사업 여부를) 상의할 것“이라며 “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런 접근은 황당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주시는 신라의 56왕에서 착안해 56m 높이 게양대 설치를 추진했다. 예산도 6억 5,000만 원이 편성되면서 경주시의회는 물론 시민사회에서도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9월 14일 경주시의회 제27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김동해 무소속 의원은 “김석기 국회의원이 제안한 건가“라고 물었고, 김종우 국민의힘 의원은 “사업 심의를 충실하게 했다. 그런 발언에 유감이다. 집행부에서 했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