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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13일 고공 농성 중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노동자를 찾아 응원을 전했다. 김 지도위원은 해고 이후 한진중공업 85호 크레인에서 309일 고공농성을 했으며, 이후에도 노동자가 고통받는 현장을 찾아 함께했다. 오랜 투쟁 끝에 37년 만에 공장으로 복직한 김 지도위원은 노동자를 옥죄는 부당해고, 손배가압류 등 부당한 제도에 대한 저항의 상징과 같은 인물이다.
“거기 올라가니까 마음은 편안하죠?”
김 지도위원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공농성 중인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소현숙 조직2부장에게 힘을 전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김 지도위원은 최근 발가락을 다쳐 농성장까지 올라가 보지는 못했다.
김 지도위원은 2022년 정년을 넘기고도 노사 합의로 이뤄낸 복직과 퇴직 이후, 궁지에 몰린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있다. 2023년 양회동 열사 사망 이후 추도에 나섰던 김 지도위원은 여전히 절박한 노동자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복직 하고부터 마음이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윤석열 정부에서 노동자를 워낙 못살게 구니, 양회동 열사 소식도 그렇고 옵티칼 동지들 소식을 듣고도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제가 크레인에서 내려온 게 13년 지났는데, 여전히 노동자가 이런 심정으로 고공농성을 하는 현실이 서글프네요. 올라가 계신 분들이, 조바심 내지 말고, 불안감도 갖지 말고, 이왕 이렇게 된 상황 느긋하게 버티겠다는 마음가짐이면 좋겠어요.”
김 지도위원은 한국옵티칼이 전향적인 태도로 노동자와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의 복직 또한 사법, 제도와 무관하게 노사협의로 이뤄낸 일이며, 노조혐오적 인식만 내려놓는다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사법체계에서 노동자가 승리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어요. 한국옵티칼에서도 공장철거방해금지 가처분도 났지만, 기본적으로 문제해결은 노사 간에 해야 하는 거예요. 회사가 응하면 문제를 풀 수 있어요. 11명 남아 있는데 이 사람들을 고용승계 못해요? 로펌에 돈을 그렇게 내면서? 그게 아니라 명백하게 노조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거예요. 단물만 빨아먹지 말고, 책임을 져야 해요. 여기에 구미시도 정부도 나서야 해요.”
이날 오후 2시부터는 고공농성장 아래 서울, 부산,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해고노동자를 응원하러 노동자 1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저녁 문화제까지 함께하며 온기를 나눴다. 이들 중에는 저마다 현장 투쟁 과정에서 고공농성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 놓인 이들도 있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2022년 1㎥ 감옥을 설치해 스스로 가둔 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거통고하청지회 소속으로 당시 임금 회복 등을 요구하며 50여 일간 파업을 진행한 안준호(42) 씨는 당시 투쟁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노노갈등으로 몰아가는 세력에 맞서 누구도 다치지 않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투쟁 이후 여전히 손배가압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리 투쟁에서 요구가 과한 게 아니었어요. 조선소에서 호황이 오면 임금을 회복시키겠다고 해 삭감을 감수했고, 그 약속을 지키면 되는 문제인데 그게 그렇게 과한 요구인가요. 투쟁 탓에 수백억 손해를 입었다고 소송을 걸었는데, 이건 그 돈을 받아내겠다는 게 아니고 그저 노조를 탄압하려는 거예요. 한국옵티칼도 마찬가지예요. 불났다고 하지만 화재보상금 받았잖아요. 평택 공장에서 신규 인력 채용하잖아요. 거기서 해고된 노동자 11명 채용하는 게 뭐가 어려워요. 그러고는 대형 로펌 계약해서 거기다 돈 내죠. 그냥 노조가 싫은 거예요. 법은 보수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뒤처져요. 노동자가 생존권을 요구하는 걸 법의 잣대로 보면 안 돼요. 인간의 시점으로 보고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해요.” (안준호 씨)
한편, 이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한국옵티칼 투쟁 승리 문화제를 진행했다. 앞서 법원은 한국옵티칼이 노조 등을 상대로 제기한 철거공사방해금지등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철거 공사 개시도 예상되는 상황이다.(관련 기사=법원, 한국옵티칼 고공농성 등 방해 금지 가처분 결정(24.1.12.))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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