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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대구역 광장에 설치된 기후시계가 지난해 11월과 12월 2차례, 보름 정도 작동이 멈췄다. 아이러니하게도 기후시계가 작동을 멈춘 시점에 대구 기온은 이전보다 급작스럽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기후위기를 경고하기 위해 마련한 시계가 기후위기의 징후인 이상 기온에 직접 영향을 받은 셈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11월 9일부터 13일 간, 12월 19일부터 3일간 간 기후시계가 멈췄다. 대구시가 밝힌 고장 원인은 11월은 컴퓨터 메인 보드 시스템 불량이었고, 12월은 갑작스런 추위에 따른 타이머 오작동이다.
기상청이 발표한 12월 대구 기온을 살펴보면, 고장 일주일 전(10일~16일) 평균 기온은 8.7도였고, 최고 기온은 17.1도까지 올랐다. 반면 고장 이틀 전(17일) 평균 기온은 영하 5.1도로 최저기온은 영하 7.2도까지 떨어졌고, 전날(18일)은 평균 기온이 영하 2.8도와 최저 기온 영하 6.6도까지 내려갔다.
겨울 기온이라 하기 힘들 정도로 따뜻한 기온이 계속되던 와중에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때문에 기후시계가 멈춘 셈이다. 이상 기온으로 대표되는 기후위기 문제가 기후위기를 많은 이들에게 환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후시계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기후시계는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보다 1.5도 상승하는 시점까지 남은 시간을 표출한 디지털 시계다. 독일 메르카토르 기후변화연구소의 정보를 반영해 업데이트 하는데,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전 세계가 배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남은 양을 시간으로 변환해 표현했다. 지구 온도가 1.5도 상승하면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호우나 가뭄 피해가 증가한다. 또 해양 어획량 피해와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현재 기후시계는 9일 오후 5시 기준 5년 194일 7시간 49분이다. 지난 2021년 지속가능협의회가 전세계 세 번째이자 전국 최초로 설치했고, 지난해 1월부터 대구시가 관리 주체가 됐고, 설비 등도 바뀌었다.
지난 1년 동안 기후시계는 별다른 이상 없이 잘 작동해왔고,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의 여름에도 고장은 없었다. 대구시는 무상수리 보증기간에 따라 따로 수리비는 들지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연 200만 원씩 수리에 따른 예산을 책정해뒀다.
대구시 기후환경정책과 관계자는 “1년 간 기후 시계가 잘 작동했었는데, 갑자기 최근에 이렇게 고장이 나서 우리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며 “전자시스템으로 작동해서 온도하고 이런 데서 영향을 많이 받나 보더라. 이런 문제로 올해 전문 수리 업체를 통해 사전 점검과 관리가 이뤄지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장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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