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홍준표의 ‘사적인’ 공무(公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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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시장이 고등학교 친구를 대구미술관장으로 임명해 논란이다. 하필이면 그는 지난해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직접 그려 선물한 홍 시장 초상화를 내걸려고, 이미 걸었던 작품까지 내린 이력이 있는 인물이다. 논란이 일어도 “왕성하게 정계 활동하는 친구 모습을 생각하며 그린 작품”이라고 설명하면서 작품을 내리지 않았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복수로 추린 관장 후보 중 그 ‘친구’를 낙점한 건 홍 시장이라고 알려진다.

필요하다면 친구도 미술관장으로 임명할 수 있다. 다만, 그럴 땐 좀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해진다. 아무리 홍 시장이 대구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더라도, 비판과 논란이 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나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를 관장에 임명할 수 밖에 없는 타당한 논거가 있다면 이를 수용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비판이 일 때면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는 태도를 일관하는 홍 시장은 이번에도 같은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노중기 관장이 그린 홍준표 시장 초상화는 현재 홍 시장이 주요 내외빈을 만나는 접견실에 전시되어 있다.

홍 시장의 친구 사랑은 남다른 면이 있다. 노중기 관장을 미술관장으로 낙점하기 전에는 대구메트로환경 사장에 또 다른 고등학교 동기가 내려앉았다. 변태현 사장은 영남고 21회 동기회 회장도 맡고 있는 인물이다. 평생 사서 공무원으로 살아온 그가 대구메트로환경 업무와 관련해 어떤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경영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이력조차 알 수가 없다. 공개된 그의 이력 중 그나마 ‘경영’과 관련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력은 수성문화재단 사외이사 정도다.

지난해 2월 대구시의 새 법률고문으로 들인 이우승 변호사는 또 어떤가. 그는 고려대 법대를 나왔고, 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 14기다. 홍 시장은 이 변호사보다 4살 더 많긴 하지만 마찬가지로 고려대 법대 출신이고, 사시 24회 합격, 연수원 14기 출신이다. 대학 동문, 연수원 동기인거다. 이 변호사는 성완종 리스트로 홍 시장이 위기에 몰렸을 때 변론을 맡았고, 2020년부터 2022년 3년 동안에만 2,500만 원을 홍 시장에게 후원할 만큼 친밀한 관계다. 2007년에도 홍 시장에게 200만 원을 후원한 이력이 확인될 정도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

‘동기 사랑’을 1명만 실천해도 논란이 되는 자리가 그 자리인데, 홍 시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그러고 보면 홍 시장은 정치를 하면서 ‘사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모습을 꽤 자주 노출했다.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부터가 그랬다. 조폭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국회의원이 되기로 했다는 이야기는 홍 시장 스스로도 여러 번 밝힌 유명한 일화다. 정치적 소명이나 관철하고자 한 공적 가치가 있어서 시작한 정치 역정이 아니란 의미다.

그가 경남도지사 시절이나 대구시장이 되어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채무 문제는 어떤가. 채무 문제를 언급할 때면 홍 시장은 어린 시절 어머니 이야기를 꺼낸다. 고리대금업자가 어머니에게 휘두른 무자비한 폭력을 보고 빚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게 됐다면서 빚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그 빚과 이 빚을 같은 범주에서 보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지만, 빚은 일단 안 된다는 거다.

2017년 탄핵 대선에 나서면서 경남도지사를 퇴임할 때 밝힌 퇴임사도 상징적이다. ‘스트롱맨’이라 불린 그가 눈물로 퇴임사를 읽어서 의외의 모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지금도 영상이 남아 있는 당시 모습을 보면 홍 시장은 약 10분 동안 담담히 퇴임사를 읽다가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가 가까이 있어 자주 갈 수 있어 좋았다”는 대목을 앞두고 눈물을 보인다. 보궐선거를 불발시키려 철저하게 계획해 사직서를 내놓은 그가 눈물을 보인 대목이 ‘아버지, 어머니의 산소’를 언급하는 부분이라는 것에서도 그의 ‘가족 사랑’이 도드라진다.

월급이 아니라, 공적 비용인 시장 업무추진비로 직원들에게 방한복이나 부식을 사줬다는 소식이 대단한 선행을 한 것처럼 포장돼 언론에 알려지고, 그걸 알리는 부하 직원이 “시장님은 지역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자리에서도 자신의 밥값을 개인 카드로 결제할 정도로 공사구분이 명확하다”고 ‘홍비어천가’를 부르는 것에서도 공사에 대한 구분이 일반과 다르다는 게 엿보이긴 했다. 국회 특수활동비도 아껴 생활비로 가져다줬다던 그가 아니던가.

시민의 세금을 들여 관사를 새로 구입하고, 그 구입 비용과 조례로 정한 운영비를 공개하라는 요구에도 ‘사생활’을 들먹이며 비공개하고 소송까지 간 그다. 소송 비용 역시 세금이라는 걸 생각해 보면, 대구시정의 사유화가 이 정도로 심각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