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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대구경북지역본부 파업 과정에서 노조가 건설 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요구해, 지역 이주민 단체와 민주노총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강령에 어긋나며, 건설노조의 이익에도 맞지 않는 요구라는 지적이다. 건설노조에선 건설 자본의 무리한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유입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현장 공사 안전과 구조물 안전 문제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27일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는 건설노조 사수를 위한 대경건설지부 파업투쟁 출정식을 열면서, 오전 9시 30분부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단속 촉구, 출입국사무소 규탄, 지역민 일자리 사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건설노조는 총파업을 알리는 차원에서 이날 집회를 연달아 열었지만, 대구출입국 앞에서 연 집회가 문제됐다.
건설 현장의 이주노동자 유입과 이로 인한 갈등은 종종 제기된 바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전북지역 건설 현장에서는 건설노조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추방 요구가 있었고,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강제출국 된 사례가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총연맹은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를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총은 “수많은 이주노동자, 차별과 착취에 맞서 투쟁하는 모든 분들께 죄송하다. 정부 노동정책은 이주노동자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박탈하고 자본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착취구조”라며 “이주노동자와 함께 투쟁하며 연대를 강화하는 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사명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잘못된 제도에 맞서 투쟁할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2023년 대구에서도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이를 고용노동부·법무부 등이 단속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지난 10월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불법고용 업체를 단속하라는 요구였다면, 이번 집회는 출입국관리소가 건설현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추방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아갔다.
대구경북이주단체연석회의는 이번 집회에 앞서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에 해당 집회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면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그대로 집회가 열리자 28일 성명을 통해 해당 집회를 규탄했다.
28일 경산이주노동자센터,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 경주이주노동자센터, 대구이주민선교센터, 금속노조 성서공단지역지회, 울산이주민센터, 이주와가치는 성명을 통해 “자본과 정권에 의해 불법이라는 공격과 탄압을 받았던 건설노조가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퇴출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철퇴를 가했다. 이 집회에서 ‘불법고용 이주노동자 퇴출’이라는 구호도 나왔다”며 “민주노총 강령과 규약에는 전 세계 노동자와의 연대,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과 노동 기본권 보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건설노조의 단속 요구는 민주노총 정신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자의 적은 이윤을 챙겨가면서도 노동자 내부를 분열시키고 탄압하는 정권과 자본”이라며 “이주노동자는 배척의 대상이 아닌, 연대해야 할 노동자이자 미래의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정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장은 “건설노조가 겪는 어려움을 알고 있고, 특히 조합원 대중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점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분노를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상황이고, 사실상 이주노동자에 대한 조합원의 분노마저 자극하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주노동자가 취약한 미등록 상태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서 자본과 정권의 부당한 요구에도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민주노조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한편 비판에 대한 건설노조 대경건설지부나 건설노조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태다. 다만 노조 내외에서는 노조가 전방위적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건설현장에서 무리한 공기 단축·장시간 저임금 노동 등을 통해 초과 이익을 추구하려는 건설자본에 맞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건설노동자의 노동권 증진, 구조물 안정을 추구할 수 있는 유일한 주체가 건설노조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건설노조 조합원 현장 배제·건설노조 압박 차원의 이주노동자 유입 확대와 노조 탄압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는 거다.
이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장기적으로 건설 현장에서 건설 노조가 밀려나게 되고, 그때에는 전반적인 노동조건 악화, 숙련 인력 이탈 등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본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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