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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코리아)가 또다시 사내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해 이들을 해고했다. 2015년 해고된 후 투쟁 중인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이번에 해고된 이들이 대체로 10여 년 꾸준히 일한 비정규직이었다며, 법원이 불법파견 판결을 지연하는 동안 회사가 또다시 비정규직을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27일 오후 6시 30분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비정규직지회는 공장 앞에서 ‘아사히투쟁승리 송년문화제’를 열었다. 매년 연말 진행한 송년문화제이지만, 이날 문화제에 향하는 조합원들의 발걸음은 예년보다 무거웠다. 2015년 해고 이후 2023년 또다시 사내하청업체 두 곳이 계약 해지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됐기 때문이다.
계약 해지된 곳은 건호·우영으로, 지난달 20일 해고 예고 통보를 받았고, 한 달 뒤 실제로 해고됐다. 노조는 두 업체를 합쳐 해고된 노동자가 70명에서 100명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두 업체에서는 일부 직원이 대응을 고민했으나,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노조는 두 업체 직원들이 아사히글라스를 상대로 법률대응에 나서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비정규직지회의 소송이 2015년 이후 10년 가까이 이어져온 걸 지켜본 영향이라고 노조는 짐작하고 있다.
노조는 “문자 한 통으로 사내하청 노동자 178명을 해고한 회사가 다시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마음대로 해고해도 되는가. 아사히글라스는 면책특권이라도 있는가”라며 “불법을 행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으니, 또 아무렇지 않게 대량해고 칼날을 휘두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아픔을 우리도 함께 느낀다. 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법과 사회가 당신들 편이 아니라도 먼저 해고된 우리는 당신들의 문제까지 함께 담아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9년 전에 대량 해고를 하고도 아직까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사법기관이 잘못된 걸 잘못됐다고 처벌하고 바로잡지 못하는 동안 또다시 같은 잘못을 반복한 것”이라며 “해고되어 2023년 한해 마지막을 보낼 사람들의 심정에 우리도 아프다”고 말했다.
<뉴스민>은 사내하청 해고 관련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아사히글라스에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한편, 이날 문화제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위원회 노래패, 금속노조 몸짓문선대, 박경화밴드의 공연으로 꾸려졌으며, 공연 이후 참가자들은 우리밥연대가 준비한 저녁을 함께 먹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