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054] 정보공개 업무를 맡은 대구 공무원 노동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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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일 법원은 대구시가 현재는 숙소라고 명칭을 바꾼 관사 리모델링 비용 상세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거부한 결정을 취소하라고 판결(관련기사=대구법원, ‘홍준표 관사 정보공개 거부’ 결정 취소 판결(‘23.12.13)했습니다. 대구시가 정보공개를 거부한 2022년 8월 29일으로부터 1년 4개월 만, 행정소송을 제기한 지 1년 1개월 만입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의 첫 번째는 ‘국민의 알 권리’, 두 번째는 대구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 의무)에는 “모든 공무원은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어 제57조(복종의 의무)에는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상충하는 조항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상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은 직무상 명령에 한하고 있고,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는 법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겁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6조에는 “공공기관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하는 국민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이 법을 운영하고 소관 관계 법령을 정비하며, 정보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조직문화 형성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대구시 공무원 노동자들은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고, 이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물론, 정보공개법에는 비공개 대상 정보를 정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가 애초에 비공개한 이유는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서 대구시는 정보공개청구한 목적이 불순하다고 대응했습니다. 대구시 쪽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빙자하여 오로지 피고를 괴롭히기 위한 목적에 의한 것”,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사생활을 훤히 들여다보고자 하는 일종의 스토킹에 지나지 않는다”, “숙소는 기본적으로 사적 주거공간”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행정소송에서 피고는 홍준표 대구시장이 아닌 대구시입니다. 대구시를 괴롭힐 목적이 없으며, 단체장을 스토킹할 목적이었다면 공개적인 방식으로 정보공개청구를 할 이유도 없는 일입니다. 숙소 내에서 행해지는 어떤 활동은 사적인 시간이겠지만, 재산의 취득 및 운영에 대한 비용은 공적으로 관리하는 것입니다.

행정소송을 진행하면 할수록 대구시의 준비서면과 주장을 보는 것이 서글퍼졌습니다. 대구시 행정소송 수행은 법무담당관, 총무과 공무원 노동자들이 맡았습니다. 애초 비공개 처분을 하지 않았더라면 1년 1개월 동안 이들이 서면을 제출하고, 법정에 출석하는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어도 될 일이었습니다. 무리한 주장을 할 이유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보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대구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법령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면 될 일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해당 정보를 공개하면 안 된다고 지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공무원 노동자 스스로 자기검열 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시가 항소하지 않고 판결이 확정될지는 며칠 더 지켜봐야 합니다만, 판례가 생겼습니다. 대구시 공무원 노동자들이 법령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도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