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금오공대 통합 중단 선회···학생 500여 명 궐기대회

홍원화 총장, 통합 추진 중단 선언···대책본부도 활동 잠정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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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화 경북대학교 총장이 금오공대와 통합 추진을 중단한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은 11일 5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학내 민주주의 상실을 비판하며 통합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학생들은 이날 1만여 명의 통합 반대 서명을 모아 본부에 제출했다.

11일 낮 12시, 경북대학교 총학생회와 통합대책본부는 경북대 본부 앞에서 통합 추진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책본부는 지난 7일 홍 총장과 면담을 진행했지만, 통합을 전면 백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다시 집회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11일 낮 12시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본부 앞에 모여 경북대-금오공대 통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는 김소원 총학생회장 발언 후 학생 자유발언으로 진행됐다. 자유발언에 학생 10명이 나섰고, 교가 제창, 교내 행진을 진행하며 집회는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집회 후에는 홍 총장과 면담 자리에서 통합 반대 서명과 입장문을 전달했다. 통합대책본부 측은 집회에 1,5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소원 회장은 “교육 당국과 지자체에도 말씀드린다. 경북대의 미래와 교육 현장을 사업적 효율에서 보지 말아달라”며 “민주적 절차와 숙의 과정을 통해 나아가야 한다. 인구감소라는 위기는 중요하다.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결단한다면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이 때문에 함께 결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상현 학생(IT대학)은 “IT대 학생은 구미 반도체 특화단지 사업과 더불어 실제로 통합이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혼란에 빠져 있다”며 “이런 민감한 사안을 직접 듣지 못했고 총장은 소통 없이 언론을 통해 의견을 보였다. 무책임하게 진행된다. 대학본부는 학생은 나중에 알아도 된다는 마인드를 버려라”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오후 2시 30분 총장과 면담을 마치고, 홍 총장이 향후 통합 추진을 하지 않으며, 내년도 글로컬대학 사업에서도 통합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구두 확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대책본부는 통합 반대 시위 등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경북대학교와 금오공대 간 통합 추진 소식이 언론 보도를 통해 전해지면서, 5일부터 경북대 학생들은 본부 입구에 재학증명서, 근조화환 등을 두고, 학생 유니폼을 벗어 놓는 소위 ‘과잠’ 시위를 벌였다.

홍 총장은 시위가 이어지자 7일 담화문을 통해 “구체적으로 진행된 바가 없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통합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공감한 바 있지만, 통합 자체가 확정된 것처럼 보도되어 유감”이라며 “본부는 구성원들에게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졸속적인 통합 추진은 경북대 본부가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따른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북대학교 인권모임’은 본부 입구 등 학내에 게시한 대자보를 통해 “정부는 재정 지원을 무기 삼아 통폐합을 강제해서는 안 된다. 글로컬대학 사업은 사실상 통폐합을 감행한 대학에 지원을 몰아주겠다는 협박성 정책”이라며 “글로컬대학 사업을 통한 막무가내 통폐합은 지역 소멸을 가속할 뿐 지역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학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등교육 재정 규모를 확대하고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대학 생태계를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1일 낮 12시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본부 앞에 모여 경북대-금오공대 통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11일 낮 12시 경북대학교 학생들이 본부 앞에 모여 경북대-금오공대 통합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