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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을 하나의 돌파구로서 고려해 볼 수 있는 측면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습니다. 지역의 대학들은 지역의 우수한 인재 육성과 지역 산업 활성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나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심각한 위기를 겪기 때문입니다”
경북대와 금오공대 통합 추진 소식이 알려진 뒤 소위 ‘과잠 시위’ 등 학내 반발이 나오자 홍원화 총장이 밝힌 입장문이다. 외교관의 말 같은 애매한 표현, 문제를 완벽히 잘못 짚은 입장문이 대학 홈페이지에 걸려 있다니 지역민이 부끄러울 정도다.
이미 상주대와 통합 경험이 있는 경북대에서 통합 명분으로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 집중화’를 내세우는 건 무지해서이거나, 양심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통합 결정 직전 상주대는 학생 수가 5,000명대였지만, 상주캠퍼스로 통합된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2년 2,648명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2만 302명에서 1만 8,380명으로 축소하는 데에 그친 대구캠퍼스와 상반된다. 상주에서 사람과 자원이 떠나갈 것이란 상주 지역사회 예측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두 대학의 통합 이후 지역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상주 지역사회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통합 추진의 본의는 무엇인가. 2000년대부터 교육부는 국공립대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는 대학에 자원을 몰아주는 정책을 펼쳤다. 노무현 정부 교육부에서는 국립대학을 50개에서 35개로 줄인다는 선언이 나왔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대학간 통폐합을 추진하거나 학교 내 학과를 통폐합하는 학교에 유리한 ‘글로컬대학30’을 추진하고 있다. 공교육 유지개선에 필요한 자원을 축소해서 흡수통합의 주체가 되는 일부 대학에만 다소 지원하는 방식이다. 결국 포장지를 뜯고 보면 공교육의 책임을 덜고 대학 통폐합의 부담을 지역에 떠넘기겠다는 내용물이 나온다.
홍원화 총장 체제에서 경북대는 잦은 채용 비리, 연구비 문제, 교원 대상 수사개시 국립대 1위, 대학원생 인건비 착취, 산학협력단 용역 참가 5개월 제한, 대학 평의원회 형해화와 거버넌스 붕괴 등 문제가 이어졌다. 홍 총장이 흔들리는 경북대의 위신을 다잡을 수 있을까? 통합 논의를 중단하겠다는 언론 보도에도 학생들은 11일 학내 집회를 예고했다. 홍 총장에 대한 신뢰는 이미 추락한듯 하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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