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산 이주노동자, 무면허로 지게차 운전해야 했던 이유

대구법원, 교통사고처리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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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 가서도 피해자 가족을 돌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판결을 존중합니다.”

노란 미결수용자 옷을 입은 40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A 씨가 선고를 마친 판사에게 말했다. A 씨는 지난 9월 경북 경산 유리공장에서 피해자인 네팔 이주노동자 인드라(23) 씨와 함께 일하던 중, 인드라 씨가 사망하면서 교통사고처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A 씨는 사고 당시 3톤짜리 지게차를 운전했고, 인드라 씨는 지게차에 깔렸다. A 씨는 지게차 면허가 없었다.

6일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제8형사단독(재판장 이영숙)은 A 씨에게 교통사고처리법위반죄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가 무면허로 운전하게 된 경위를 참작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되면 A 씨는 출신국으로 강제 추방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무면허 지게차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내고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는 무거운 결과가 발생했다. 외국인인 피고인이 체류 기간 만료 후에도 무단으로 체류했고, 그동안 교통사고를 일으킨 점을 고려했다”며 “피해자 스스로 비닐 포장지를 지게차에 올린 상태에서 올라탄 점, 피해자 가족과 합의한 점, 한국에서 처벌받은 적이 없는 점, 강제 출국이 예상되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스리랑카 출신인 차민다 성서공단지회 부지회장은 A 씨와 앞서 한 차례 면회했다. 판결에 대해 차민다 부지회장은 안타까움을 전했다. 차 부지회장은 “A 씨도 실수를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고인과 유족에게 미안한 마음에 사죄도 하고 있다. 돌아가신 이주노동자와 가족들도 너무 안타깝다”며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안전이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주노동자에게 가혹하게 일을 시켰던 회사의 문제다. 강한 책임을 물어야 할 곳은 바로 사업주”라고 강조했다.

한편 A 씨 등 이주노동자들에게 지게차 운전 면허와 상관없이 지게차 운전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 공장 사업주는 아직 조사를 받는 중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사업주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수사는 진행 중이다.

공장에서 일하던 다른 이주노동자들은 회사 지시로 면허 없이, 특별한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스스로 지게차 운용 방식을 익혔다고 증언하고 있다. A 씨는 본 업무가 유리 강화였지만 마찬가지 이유로 지게차 운용 방식을 익히고 운전했다. 뉴스민은 사고 발생 후 무면허 이주노동자에게 운전을 지시한 이유를 묻기 위해 업체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관련기사=경북 경산서 지게차에 깔려 사망한 23살 이주노동자(‘23.9.25.))

▲사고난 A 업체 지게차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