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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발의되고도 여러 차례 좌초한 차별금지법 제정. 21대 국회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그럼에도 차별에 노출되는 당사자들 사이에서는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끊이지 않는다. 대구에서 대표적인 차별의 현장은 이슬람 사원 건축 현장, 그리고 대구퀴어문화축제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사원 건축과 축제 개최에서도 차별과 혐오를 지금보다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한국 사회를 진전시킬 법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5일 오후 3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교육센터에서 세계인권선언 75주년 인권주간, ‘현장에서 불러보는 차별금지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도경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법률위원회 변호사가 차별금지법과 국가의 책무에 대해 발제했고, 서창호 대구이슬람사원평화적해결을위한 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 구인호 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장이 토론에 나섰다. 토론회는 정연걸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장이 진행했다.
이 변호사는 차별금지법 개관하고, 차별금지법상 국가 책무에 대해 설명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에는 국가가 직접적으로 차별하면 안되는 의무뿐 아니라 존재하는 차별을 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시정해야 할 의무도 있다.
이 변호사는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과정에서 크게 2가지 차별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나는 일부 주민에 의한 차별로, 돼지머리 게시 등이 이 사례에 해당한다. 이 변호사는 이 행위가 인종차별이며 종교 차별, 출신 국가 및 민족에 근거한 복합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차별은 이 상황에서 북구청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공사 중지를 통보하는 차별행위를 하며 갈등을 부추긴 점이다.
이 변호사는 주민들에 의한 행위도 일부는 차별금지법 적용 대상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행위 자체는 다툼의 여지가 있겠지만, 돼지머리 전시, 삼겹살 바비큐 등의 행위는 무슬림을 의도적으로 괴롭히는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로 북구청의 공사 중지 조치를 포함해 차별시정과 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점이 차별금지법에 따르는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례로 꼽는다.
이 변호사는 대구퀴어축제와 관련해서도 공공기관인 대구시가 소속 공무원을 동원해 축제를 방해한 행위로, 현행법상으로도 위법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홍준표 시장이 성소수자 혐오를 공연히 드러내고, 공무원을 동원해 집회 장소 사용을 방해한 행위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이며, 이는 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하는 행정절차에서의 차별행위이자 시설물 이용에서의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어떤 대응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변호사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은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존 ‘권고’ 조치를 넘어선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강제력을 부여한다. 피해자는 국가인권위뿐만 아니라 피해 구제 조치를 법원에 신청할 수 있어, 피해자에 대한 차별이 소명되는 경우 법원이 차별 중지 등 임시 조치를 명하고, 차별시정을 하지 않는 경우에 차별행위자에 대해 배상 명령을 할 수도 있다.
이 변호사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는 행위로 명명하고, 차별 행위에 대해 국가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이슬람 사원 건설 현장이나 퀴어축제 방해 등 공공기관에 의한 차별에 유의미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은 10년 넘게 차별금지법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도 4개 법안이 발의됐는데 법사위에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며 “평등권은 인간이 지닌 기본권으로, 국가가 보장할 의무가 있다. 차별금지법은 국가에 새로운 의무를 부여하는 법이 아닌, 이미 국가에 주어진 의무를 보다 구체적으로 규율하고 국가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국민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이주민이 증가하는 한국 사회에서 되짚어보는 대구 이슬람 사원의 혐오 차별과 관련해 발표했다.
서 집행위원장은 “이민청을 설립한다고 하고, 대구시는 할랄 산업을 유치하고 두바이 중동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한다면서 이슬람 사원 문제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점이 모순”이라며 “현행법상으로도 북구청은 돼지머리 처리, 혐오 표현 현수막 철거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방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금지법이 사회적 공기가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의 의무와 역할에 대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 공무원의 퀴어 축제 방해는 축제 당일 이후에도 오랜 기간 여러 방면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배 위원장은 결국 이러한 사건이 퀴어축제가 한국 사회에 ‘광장이 성소수자에게도 자유로운 곳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고 설명한다.
배 위원장은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의 국가폭력이었다. 홍 시장과 대구시의 위법한 방해 행위는 행사 방해에 그치지 않고 소수자의 집회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기본권 침해”라며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성소수자를 비가시화하고 침묵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이어 “충돌 우려가 있어 일부 참가자는 참가를 포기했다. 성소수자 자긍심에도 씻기 어려운 상처를 줬다”며 “차별금지법이 생긴다면 안전할 수 있을까. 사실 안전하게 잘 치러질 것이라는 것에는 의문은 든다. 차별금지법 제정이 된다면 이것은 차별이야라고 규정하기 때문에 차별에 동조할 가능성은 작어지겠지만 종교계에 영향은 제한적일 거 같다”고 설명했다.
구인호 변호사는 이슬람 사원 문제와 관련해 이주민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행정을 포함한 한국 사회가 좀더 평등한 사회가 돼야 하며, 이 과정에서 차별금지법이 정하는 국가인권위 기능 강화 등 방안이 실효적이며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구 변호사는 “북구청은 중재하고 조정할 의무가 있는데 기계적이고 소극적이다. 북구청의 중재회의도 실효적이지 않은 요식행위 수준”이라며 “차별금지법이 아니라도 손해배상 청구 등 강제할 방법이 있긴 하지만, 일반법으로서 차별금지법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 특히 국가인권위에 강제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실효적인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중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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