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구박물관,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 특별전

조선시대 궁중과 민가의 현판 114점 전시
원교와 추사, 영조와 고종이 직접 쓴 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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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국립대구박물관(관장 김규동)에서 개막한 조선시대 현판 특별전 ‘나무에 새긴 마음, 조선 현판’이 12월 12일 막을 내린다. 국립고궁박물과 함께한 이번 특별전에는 원교와 추사, 영조와 고종이 쓴 현판과 덕수궁의 ‘대안문’ 현판 등 조선시대 궁중과 민가의 현판 105건 114점을 전시했다.

▲영조의 ‘均貢愛民균공애민 節用畜力절용축력’과 추사의 ‘端硯竹爐詩屋단연죽로시옥’ 현판_국립대구박물관. (사진=정용태 기자)

총 4부로 구성한 전시의 1부는 현판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글쓴이, 글씨체 등을 살펴볼 수 있게 꾸몄다. 2부는 민간의 집에 걸린 현판을, 3부는 궁중의 현판을, 4부는 민간과 궁중의 현판을 함께 선보였다. 전시물 안내판에는 한자로 쓰인 현판과 건축물 해설, 역사적 배경, 여러 한자 글자체와 비교 등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달았다.

전시장 초입에 영조가 직접 쓴 ‘均貢愛民(균공애민) 節用畜力(절용축력)’과 추사 김정희가 현판용 글씨로 쓴 ‘端硯竹爐詩屋(단연죽로시옥)’ 현판이 나란하다. 영조의 글은 호조에 내리는 칙유(임금이 몸소 내리는 말씀)로 ‘세금을 공평하게 하여 백성을 사랑하라. 씀씀이를 절약하여 국력을 비축하라’는 뜻을 담았고, 추사의 글은 ‘단계(端溪) 지방에서 나는 벼루, 차 끓이는 대나무 화로, 그리고 시를 지을 정도의 작은 집’이란 뜻이 담겨있다.

궁궐 현판인 ‘경운궁’은 덕수궁의 대한제국 시기 이름으로 ‘경사스러운 운수가 가득한 궁궐’을 뜻한다. 1905년 국가의 안녕과 행복을 바라며 고종이 직접 썼는데 네 모서리 장식, 검은색 바탕의 금박을 입힌 글씨 등 가장 높은 등급의 현판이다.

그 외에도 한석봉이 쓴 것으로 전하는 ‘퇴촌’, 류성룡 종택의 ‘충효당’, 순종이 직접 쓴 ‘삼계산방’, 풍산김씨 문중의 ‘화수당’(추사가 쓴 초서체 글씨) 현판 등이 전시됐다.

▲류성룡 종택 현판 ‘충효당’, 순종이 직접 쓴 ‘삼계산방’, 반남박씨 무섬 오헌고택 현판 ‘오헌’ 등_국립대구박물관. (사진=정용태 기자)
▲서울시청 건너편 덕수궁의 정문인 ‘대한문’의 전신인 ‘대안문’ 현판_국립대구박물관. (사진=정용태 기자)

전시장을 나오면서 만나는 ‘대안문’은 가로 374cm 세로 124cm 크기인데 전시물 중 가장 크다. ‘나라가 크게 편안하기 바란다’는 뜻을 지녔다. 경운궁(지금의 덕수궁) 정문 현판이었는데, 1904년 경운궁이 화재로 훼손되자 1906년 고종이 ‘대안문’을 수리하면서 ‘대한문’으로 바꿨다. 큰 하늘을 뜻하는 ‘대한’에 한양이 창대해지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정용태 기자
joydrive@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