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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가 공장 문 앞에서 멈췄다는 이야기를 하잖아요. 사회 전반에서 절차나 내용적으로 민주주의가 발전한 것에 비해 직장의 변화는 느렸어요. 그런데 이런 게 서서히 공장이나 회사의 담을 넘어가서 권위적이거나 비민주적인 회사의 운영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이 깨어나기 시작한 것 같아요” / (심층 면접 조사 답변 中)
대구청년유니온의 ‘상담 및 조사 참여자의 관점에서 본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방향 조사 연구’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직적인 조직의 분위기’가 꼽혔고, ‘구성원간 의사소통 부족’, ‘업무 권한 및 책임의 불명확함’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는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건을 상담하고 조사하는 5개 직군 종사자(공인노무사 또는 변호사, 노동조합 간부, 노동상담기관 상담실무자, 기업 내 고충처리 담당자, 기타 직군)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실태조사와 면접조사 등을 통해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직장 내 괴롭힘은 개인적 특성보다는 조직 구조와 문화에서 비롯되는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완화 및 해결방안으로도 행위자에 대한 처벌보다는 조직적 해결 방안을 재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됐다.
29일 오후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2023 노동상담 사례 발표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보고서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상담기관·노동조합·공인노무사·고용노동청이 함께 토론하는 식으로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사무국장은 발제를 통해 상담 및 조사 참여자들에 대한 지원 체계 마련을 강조했다. 심 사무국장은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접하고, 해결을 지원하는 상담 및 조사 참여자들은 현장에 발생하는 문제와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되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역량 강화‧심리상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근로감독관 증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는 남춘미 대구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과 전현승 한국노총법률원 경북지원 노무사, 조중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부분회장, 노효철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일송), 최형규 대구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참석했다.
전현승 노무사는 “예전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더 이상 당연하지 않은 시대가 왔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소중하다”며 “기업의 각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동청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감독관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사용자의 법 위반을 찾아내다 보면 신고자의 감정에 공감하기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조중래 부분회장은 실제 현장의 고충을 토로했다. 조 부분회장은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판단하기 위해 노사 5대 5로 구성한다. 직장 내 괴롭힘 심의위원회는 노사 입장이 갈리진 않고 개별 위원의 판단 기준을 갖고 심사하는데 병원 사업장 특성상 권력이 의사, 보직자들에게 집중된다”며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되어도 피해자가 퇴사를 하는 등 고민은 계속 남는다. 이런 어려움을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최형규 근로감독관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급하게 만들어졌다 보니 ‘일본은 10년 걸렸지만 우린 10개월 걸려 만들었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며 “법 시행 5년이 지난 지금, 초기와 비교해 문화적 개선이 느껴진다. 3~4년 전 조사했던 사업주를 최근 다시 조사한 적 있는데 인식 변화를 느꼈다. 그럼에도 미비한 점이 많다. 내부에선 매뉴얼을 구체화하는 등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주관, 대구지역노동상담기관네트워크(금속노조대구지부 미조직위원회, 금속노조 성서공단지회 노동상담소, 대구여성노동자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여성회 고용평등상담실, 대구청년유니온, 민주노총 대구본부 부설 노동상담소) 주최로 열렸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