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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70대 HIV 감염인 A 씨는 지난 9월 장애인 등록을 위해 대구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았다. HIV 감염인으로서 사회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A 씨는 장애인으로 등록되면 약간의 수당을 받아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행정복지센터는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에 따른 장애진단심사용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10월 신청을 반려했다. 한국 현행법상의 장애 유형에 HIV 감염인은 포함되지 않은 상황이라, A 씨는 진단서를 받을 수도 없었다.
A 씨는 고민 끝에 장애인 등록 거부 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A 씨는 장애인 등록을 통한 실질적 지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HIV 감염인의 장애인 인정 자체가 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HIV장애인정을위한전국연대는 27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에서 연 2023 HIV 장애 인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A 씨와 함께 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을 알렸다.
이들은 세계 에이즈의 날인 오는 12월 1일 기자회견 이후 연내 대구에서 국가를 상대로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소송이 제기되면 HIV 감염인의 장애인 인정을 위한 국내 첫 소송이 된다.
김지영 레드리본인권연대 대표는 HIV 감염인에 대한 장애인 인정이 사회적 인식 변화도 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 현재 법률대리인 6명이 참여한 소송단을 구성한 상태다.
김 대표는 “수당을 통한 약간의 소득 보전을 기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HIV 감염인이 고용, 의료 등에서 사회적 차별을 받는 상황에서 장애인 등록을 통해 고용 문제 완화, 요양병원 입원 거부 등 의료서비스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의 돌봄 문제 완화 등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UN장애인권리위원회가 한국의 장애인복지법과 장애인차별금지법 대상에 HIV 감염 장애인을 고려해야 한다는 권고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조미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장애인정소송의 의미에 대해, 조윤화 한국장애인개발원 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이 HIV 감염 장애인 권리에 대해 발표했다. 손문수 한국감염인연합회 KNP+대표, 박세준 대한에이즈예방협회 상담지원국장,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의 토론도 이어졌다. 토론회 이후 HIV 감염인 당사자 등 참가자들은 당사자 말하기 대회와 추모제를 진행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