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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구는 이준석의 상징자본이 될 수 있을까? (1) /허필
[기고] 대구는 이준석의 상징자본이 될 수 있을까? (2) /허필
part 4. 교집합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던 이준석의 출마 조건은 다음과 같다. ① 출마 자체가 어그로, ② 타격감 좋은 상대, ③ 지지층의 존재. 우선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이 가진 상황을 SWOT 분석의 형태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하겠다.
S: 청년남성에게 강한 호감, 전국구 인지도
W: 청년여성과 노년층에게 강한 비호감, 정치적 세력 부족
O: 총선 승리시 보수·대구경북 대표주자로 성장, 젊은 나이와 아직 많은 기회
T: 국민의힘의 포용 제스처, 불확실한 정치적 제3지대(금태섭, 류호정 등)
이준석의 정치적 성공은 결국 약점을 얼마나 보완하고, 얼마나 위협을 제거하느냐에 달렸다. 그리고 앞으로 설명할 달성군은 그의 약점을 80% 이상 상쇄시킬 수 있고, 그에게 올 위협을 어느 정도 떨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첫째, 어그로: 박근혜의 땅
대구 밖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달성군의 이미지는 바로 ‘박근혜의 고향’이라는 것이다. 달성군은 박근혜 대통령이 과거 연속해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이자, 현재도 그녀가 살고 있는 지역이다. 그런 지역에 이준석의 출마는 박근혜라는 대구경북의 정치적 아이돌을 강제로 소환할 수 밖에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사실 그것이 포지티브가 될지 네거티브가 될 지는 대구경북 사람들이 박근혜를 바라보는 시선만큼이나 복잡미묘하다.
노년층에게는 박근혜라는 이름은 여전히 아이돌과 같은 포지션이겠지만, 청장년층에게 박근혜라는 이름은 구시대와 보수정권 실패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때문에 이준석의 달성군 출마는 박근혜를 소환해서 대구경북 선거판에 복잡한 전선을 만듦과 동시에, 자칫 국민의힘에게 ‘박근혜 선거’라는 수도권에 부정적인 프레임을 만드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달성군은 대구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낮은 지역구이다.
둘째, 상대: 윤핵관 또는 박핵관
현재 달성군 지역구 의원은 재선의 추경호 의원이다. 추경호의 국회의원 경력만 따진다면, 대구경북에 흔하디 흔한 재선 의원 중 한 명에 지나지 않겠지만, 현재 그의 직함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즉, 재선의원이지만 내각의 3인자인 동시에 당내 중진에 필적하는 정치적 영향력을 가진 이라고 할 수 있겠다.
때문에 추경호라는 인물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이준석은 추경호를 상대로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심판 프레임을 짤 수도, 혹은 TK 윤핵관 중 한 명이라는 프레임을 짤 수도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셈이다. 그러나 현재 국민의힘(정확히 말하면 용와대)에서 중진의 수도권 출마를 종용하는 현 상황에, 추경호 또한 달성군을 사수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을 하기는 힘들다. 때문에 두 번째 전제가 무의미해질 수 있지만, 다른 강한 독립변수가 하나 더 존재한다.
유영하. 박근혜의 복심으로, 박근혜의 하방 이후 지역에서 조원진과 최경환을 제치고 그녀의 상징을 고스란히 흡수한 인물이다. 그러나 그가 원래 정치생활을 하던 곳은 경기도 군포였으며, 그가 대구에 가진 연고라고는 대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전부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지선에서 대구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고작 18.62%의 득표율로 탈락한바 있으며, 지역 언론에서도 끊임없이 그의 출마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는 등 그를 보는 대구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만은 않다.
그러나 박근혜가 본인이 사는 지역에 스스로의 보위와 안위를 위해서 용와대에 그의 공천을 강권한다면, 용와대는 이를 거부할 명분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 본인의 대구경북 장악력 강화를 위해 박근혜에게 큰 공을 들이고 있는 형국이며, 친박 후보로 출마가 유력한 최경환과 우병우 등의 제어를 위해서라도 박근혜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문에 그와 국민의힘이 그녀의 요청을 거절할 요인은 그리 많지 않은 듯 보인다.
하지만 (한 번 더)후술하겠지만 달성군은 대구에서 가장 젊은 지역으로, ‘지역 연고 없는 박근혜의 호위무사’라는 이름은 어드밴티지가 아닌 더욱 강한 페널티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때문에 유영하는 이준석이 언급한 ‘대구에서 가장 나쁜 분’이라는 조건에도 정확히 부합하는 인물이다. 게다가 민주당 출마 예상 후보 또한 낮은 인지도를 가진 이로, 그에게 이보다 좋은 상대적 조건은 단언컨대 대구 내에선 없다.
셋째, 지지층: 대구에서 제일 젊은 지역
대구 밖의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는 달성군의 이미지 중 또 하나는 바로 ‘군’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낙후성에 기인할 것이다. 그러나 달성군은 대구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지자체이자, 평균연령 또한 가장 젊은 지역구이기도 하다. 테크노폴리스와 다사 지역에 위치한 신도시는 대구의 구 신도시 지역(성서, 시지, 지산범물)의 인구를 스펀지와 같이 빨아들이고 있으며, 국가산단의 설립으로 인하여 대구에서 몇 안되는 ‘일자리가 존재하는 지역’이 되었다. 그림에서 설명하는 대구 지역구별 남성 인구 연령대 분포에서 알 수 있듯, 대구의 20대 남성 비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30대와 40대 남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50대 이상 인구는 타 지역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이준석의 약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지역구이기도 하다.
게다가 달성군은 대다수의 지역이 신도시 지역으로, 지역 토호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은 동시에 각종 인프라(특히 교육)의 부족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이는 곧 상대적으로 약한 지상전 역량을 공중전으로 커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그가 과거 상계동에서 가졌던 교육전문가(배나사)라는 브랜드를 그대로 달성군에 이식할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존재한다. 한편, 지역의 40대 유권자 비율이 많은 것을 들어, 이들 유권자의 대다수가 민주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수도권 40대 유권자에 비해 대구의 40대 유권자가 민주당에 대해 가지는 정당일체감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이준석이 출마할 경우 지역 유권자에게 각종 경쟁력이 떨어지는 민주당은 그리 큰 선택지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로 인해 그가 달성군 출마를 결심할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하겠다. 뭐 그랬거나 말았거나, 달성군을 모르는 ‘서울 언론’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이준석에게 ‘험지 출마’ 또는 ‘박근혜 선거’ 등의 프레임을 씌우기 바쁠 것이다. 이는 이준석이 가장 바라는 바가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언론의 보도는 그의 신당(특히 수도권 비례대표 득표율)에 보다 날개를 달아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그가 달성군을 발판으로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그는 단번에 보수와 대구경북의 대표주자로 성장하는 동시에, 박근혜라는 구시대의 보수 정치 아이돌을 정치 무대에서 끌어내리는 그 누구도 하지 못한 대업(?)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그의 본적지는 대구직할시 중구 달성동이다. 그 달성과 이 달성은 위치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달성’이라는 말의 동의어가 ‘대구의 뿌리’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뭣도 모르는 ‘서울 언론’은 이러한 우연성을 더욱 과장할 개연성이 크다.
허필(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