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은 대구 지원주택 제도화···”장애인 자립지원, 사회적 비용 줄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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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등 장애인 자녀를 돌보다가 삶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는 한국 사회. 국가와 자치단체가 장애인과 가족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문제적 상황의 당사자인 장애인 부모들은 공적 책임이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오로지 가족이나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은 국가와 자치단체의 실패를 의미하며, 이 실패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비용 발생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인에 대한 주거, 사회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근 조명 받는 주거 지원 서비스로는 장애인 지원주택이 꼽힌다. 제도화되지 않은 상황이라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대체로 ▲입주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계약하고 ▲생활 지원 서비스와 결합을 통해 입주자가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고 ▲지원주택은 자가주택에 준하는 일반적 주거유지 조건과 동일한 곳을 꼽는다. 국내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지원주택 서비스를 시작한 서울시의 경우 지원주택 서비스는 공급형과 비공급형으로 나뉘는데, 공급형은 주택을 지원하는 형태, 비공급형은 주택은 제공하지 않고 장애인이 거주하는 주택에서 지역사회에 속해 살아갈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대구시의 경우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자립주택, 공동생활가정(그룹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룹홈과 자립주택 모두 기본적으로 일시적으로만 제공되는 서비스이며, 주거 지원 이외에 생활 지원 서비스는 결합되지 않은 점 등에서 장애인 부모들은 여전히 장애인의 자율성과 지역사회 결합이 제한되는 시설에 가까운 형태로 여긴다. 특히 자립주택에서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지원 대상은 재가 장애인이 아닌 기존 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으로 한정되는 한계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대구에서도 지원주택 서비스를 제도화해 시행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대구 장애인 부모 등 50여 명이 참여한 ‘대구시 지원주택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28일 오전 10시 30분 대구무역회관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광역시지원주택제도화추진위원회가 주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지원주택 제도화 요구 과정에서 대구시와 시의회에서 지원주택 제도화 관련 논의가 이뤄졌지만, 홍준표 시정 들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에서 지원주택에 대한 공론화가 먼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준비됐다.

토론회에서는 토론회 직전 서울시 지원주택을 방문 조사한 변호정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간사가 지원주택 현황과 필요성에 대해, 김정하 사회복지법인 프리웰 대표가 서울 지원주택 제도화 추진 과정, 민소영 경기대 교수가 지원주택 향후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28일 대구시 지원주택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변호정 간사는 “서울시에서는 이미 9개 구에서 253호 지원주택을 운영 중이다. 지원주택이 특별한 공간이라기보다 개인에게 맞춰진 곳, 지역사회에서 속해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보였다”며 “입주자는 다른 이들에게도 지원주택을 권하고 싶다고 했다. 대구는 재가 장애인에게 아직 유사한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 지역에서도 같은 제도가 어서 만들어져 우리 자녀도 부모 없는 세상에서도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하 대표는 국내외 장애인 주거 정책 변화 과정을 설명하며 특히 서울시 지원주택 정책 도입과정과 현황, 바람직한 지원주택 정책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원주택 마련 과정에서 서울시에 지하철 도보 10분 이내, 개조 가능한 주택, 엘리베이터 보유, 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적정한 화장실과 주거공간을 요구했다. 실제 구성 과정에서 사용자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중요한 점은 자립이 혼자 사는 게 아닌 사회 속에서 같이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요구인 점이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만 가는 공간, 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비장애인과 함께 더 어울려 살 수 있는 방향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민소영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의 지원주택 제도화 논의 과정, 지원주택의 특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설명했다. 민 교수는 “지원주택은 지원서비스 결합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독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제도화에 한계가 있어, 지원주택 관련 법을 제정하고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적응을 위해 초기 적응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며, 지원주택 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도 전문성 있는 곳이어야 한다”며 “지원주택은 단지 장애인이 누워있는 곳이 아닌, 삶의 역사를 주는 곳이어야 한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실패할 수도 있고,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지만, 기회는 주어져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문윤경 대구피플퍼스트 위원장의 당사자로서 느끼는 지원주택 필요성, 김경숙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성인부문위원회 부위원장의 대구 지원주택 도입 필요성,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의 노숙인, 쪽방 주민에게도 필요한 지원주택과 입법 필요성, 장준배 대구시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장의 대구 현 상황에서 지원주택 제도화의 어려움과 제도화를 위한 방안,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의 장애인 부모의 돌봄 완화와 자녀의 존엄한 삶을 위한 지원주택 필요성에 대해 토론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지원주택 비용을 문제 삼지만 우리 장애인 자녀와 부모가 처한 재난과 같은 상태, 참사의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장애인 자녀와 부모를 보호하는 것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당연한 책무다. 대구시가 이러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28일 대구시 지원주택 제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