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구 살림] 중소기업육성기금 폐지 후···하나 남은 사업도 내년엔 폐지

16:25
Voiced by Amazon Polly

대구시는 지난해 고강도 재정혁신 추진 과정에서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를 폐지하면서 사업 규모 축소는 없을 거라고 확언했다. 하지만 2024년도 예산안에선 기금 폐지 후 일반회계로 넘어 온 사업이 보이지 않는다. 대구시는 직접 대출 사업이던 해당 사업을 폐지하는 대신, 간접 대출을 늘렸다고 설명한다. 내년도 기업경기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도 경제국 예산은 올해 대비 1,207억 원(28%p) 가량 감소했다. 전체 예산 감소에 따른 긴축 기조에 따른 것인데, 경제국에서도 중소기업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경제정책관 부서 예산은 714억 원(58.7%p)까지 삭감됐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 관련 사업이 대폭 줄었다.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40.9%p(53억 원) 줄었고, 중소기업육성 자금지원 정책은 54.4%p(454억 원) 삭감됐다.

내년도 예산안 살펴보니…중소기업 지원 예산 전반 줄어
직접 지원 사업 없애고 간접 지원인 ‘대구신용보증재단 출연금’ 늘려

중소기업 육성 정책 예산이 삭감되면서 이전까지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를 통해 지원하던 사업도 자취를 감췄다. 대구시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는 조례에 기반해 ▲중소기업체에 대한 직접융자금 ▲예탁 및 예수금에 대한 원금상환금 및 이자 ▲중소기업체 융자를 위해 금융기관에 대여 및 예탁 ▲금융기관의 저리융자에 대한 이자차액 보전 ▲유망중소기업·벤처기업 육성 및 기업 구조조정을 목적으로 한 사업 지원 등의 목적으로 사용돼 왔다.

지난해 대구시가 고강도 재정혁신 방안 중 하나로 기금 다수를 폐지하면서 ‘중소기업육성기금 특별회계’도 폐지 후 일반회계로 전환됐다. 이 과정에서 대구시의회는 일몰제에 따라 1년 후인 2023년 12월 31일 자동으로 폐지되는데, 재정혁신 기조 때문에 무리해서 시기를 당긴 건 아닌지, 예산 변동이  많은 일반회계에서 기존 지원이 유지될 수 있는지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정의관 당시 경제국장은 “일반회계로 통합하면 예산 운용 측면에서 효율적, 탄력적인 예산 편성이 가능하고 의회의 사업 예산에 대한 엄격한 심사와 투명한 감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대구시는 기금 폐지 직후부터 정 국장 설명대로 효율적(?)이고 탄력적(?)으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기금이 예산안에 반영된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중소기업 육성자금 융자’, ‘청년창업펀드조성 운영’ 사업이 기금 사업으로 운용됐지만,  ‘청년창업펀드조성 운영’ 사업은 기금 폐지 시점과 펀딩 조성 시점이 맞물려 2022년 투자가 종료됐다. 총 240억 원 결성됐으며 대구시가 투자한 건 20억 원이다.

하나 남은 ‘중소기업 육성자금 융자’ 사업도 내년부터 자취를 사라진다. 2022년 기준으로 해당 사업은 550억 원을 예산으로 썼다. 대구시는 직접 지원에 해당하는 사업을 줄이는 대신 간접 지원을 늘리는 정책 기조에 따라 해당 사업을 없앴다고 설명한다. 애초 기금 관련 사업이 폐지 영향을 받진 않을거라고 공언한 말은 지키지 않았다.

대구시는 간접 지원에 해당하는 ‘대구신용보증재단 기본재산 출연금’은 전년 대비 2배인 100억 원을 증액해, 200억 원으로 예산액을 배정했다. 서정혜 대구시 경제정책관은 “재정 여건이 악화됐을 땐 직접 대출보다는 신용보증서 발급이나 간접 대출 형태로 운영해야 대출 규모를 적은 돈으로 크게 키울 수 있다”며 “신용보증재단은 출연금의 10배~15배의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론 1,000억 원의 효과가 있다. 재정 여건이 어려워 간접 대출이나 이자 지원 형태로 운영하려고 방향을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정책관은 “개인 기업마다 한도만 넘지 않으면 (신용보증재단에서) 대출을 받는 데 크게 지장이 없다. 중소기업 육성 자금 같은 경우엔 기존에 낮은 금리로 (대구시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부분을 신용보증재단이 대체할 수 있도록 별도 보증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