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도 함께 사는 대구를···장애인 부모 오체투지

지원주택 없는 대구, 발달장애인 예산도 삭감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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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고, 본인도 자살을 시도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20일, 서울 은평구에서 8살 중증장애인 아들을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한 부모가 체포됐다.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부모에게는 익히 알면서도, 익숙해지지는 않는 이야기다. 장애인 부모들은 똑같은 사례가 반복되는 상황은 ‘사회적 참사’이며, 국가와 자치단체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구에서는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대구시청 일대에서 오체투지를 하며 대구시에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19세 중증 발달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부모 채주희(42, 달서구) 씨는 아침 뉴스에서 서울의 발달장애인 부모 소식을 들었다. 비슷한 뉴스를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매번 새삼스럽다. 주변 사람, 그리고 기대볼 수 있는 행정기관에서도 발달장애인 가족의 현실을 관심 밖의 일로 여기는듯 해서다. 오히려 대구시는 복지예산을 10% 늘렸다면서도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은 15% 삭감하는 예산안을 편성했다. 예산 삭감 소식에 막막했다. 발달장애인 자녀가 올해까지는 특수학교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기 위해 방안을 스스로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채 씨는 대구시가 전향적으로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정책을 검토할지 의심스러우면서도, 이날 아침 무릎보호대를 차고 대구시청으로 향했다. 삭감한 예산 회복과 대구시 지원주택 정책 도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채 씨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심정으로 오체투지에 나섰다. 흰색 민복을 입은 채 씨는 한 걸음 걷고 길바닥에 엎드리길 반복했다.

지원주택이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빈민 등 주거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지역사회와 분리되지 않은 곳에서 주거 지원뿐만 아니라 생활에 필요한 복지서비스까지 통합해 지원받는 제도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지원주택 제도를 통해 주거공간을 제공하거나 자택 재가 상태인 수요자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대구시청 앞에서 장애인 부모들이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23일 오전 11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구지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대구시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오체투지를 진행했다. 발달장애인 부모, 종교인, 시민사회단체 등 관계자 150여 명은 시청 앞에서 1시간 30분가량 사전 결의대회를 진행한 다음, 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 네거리까지 오체투지를 하며 행진했다.

전은애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회장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는 일상이 참사다. 발달장애 자녀가 또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처참하다.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아무리 요구해도 이 참사가 끝나지 않는다”며 “오히려 대구시는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사업 예산을 깎았다. 분리 배제된 장애인들이, 발달장애인 자녀가 내가 없는 세상에서도 지역사회 일원으로 살 수 있도록 하는 길이 인간답게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잊을만하면 들려오는 참사 소식에 우리는 또 한 번 절망한다. 오체투지 행진에 나선 이유”라며 “내가 죽어도 내 자녀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는 인간사회의 당연한 권리이고 사회적 책무 아닌가. 우리가 왜 차가운 바닥에 구걸하듯 절규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답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장애인복지과는 삭감 편성한 장애인 예산 증액은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대구시, 복지 예산 늘렸다더니···발달장애인 예산 15% 삭감(23.11.8.))

▲대구시청 인근에서 장애인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대구시청 인근에서 장애인 자립생활권, 통합교육권, 노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했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