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대구 대중교통 요금 인상···“윗분들이 올린다고 하면···”

반월당, 중앙로에서 만난 대구 시민들에게 물어보니
대중교통 인상 소식 모른다는 청년층
"대중교통 잘 이용 안 해"···편의성 문제도 지적
웬만하면 걸어다닌다는 대답도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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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요금이 오른다는 이야기는 뉴스를 통해 들었어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뭘 어떻게 하나. 그냥 그런갑다 하는 거지. 우리 같은 서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요? 저기 윗분들이 올린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는 거지. 안 올리면 좋지요. 근데 우리가 내려달라고 하면 내려줍니까?

1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문화예술회관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곽서연(61, 상인동) 씨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곽 씨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거의 매일 버스를 탄다는 그는 2~3일에 한 번 1만 원씩 버스카드를 충전해 이용한다.

곽 씨는 “내가 차가 없으니 버스를 거의 이용한다. 오늘은 여기 근처에서 볼 일이 있어서 나왔다”며 “각종 물가도 많이 오르고, 공과금도 올라서 더 걱정이다. 버스 요금이 오르면 충전을 더 많이 하거나 자주 해야 하니 아무래도 부담된다”고 말했다.

곽 씨를 비롯해 대구 반월당, 중앙로 일대 등에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을 알고 있는지, 의견은 어떤지 물었다. 중고령층 대부분 인상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들었다고 했고, 청년층은 잘 모른다는 답이 많았다.

뉴스민이 만난 시민들은 고물가를 고려하면 인상이 납득은 되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되도록 걷거나, 편의 문제로 자가용을 주로 이용한다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특히 구체적인 인상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해 대구시가 인상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시민들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방증됐다.

▲ 대구시에서 대중교통 요금 조정 시민공청회가 열린 16일 반월당, 중앙로 등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을 들었는지, 인상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이날 중앙로 대중교통지구 약령시앞 버스정류장 모습.

반월당 현대백화점 대구점 앞 ‘약령시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이은희(56, 월성동) 씨는 버스 요금 인상 소식을 뉴스로 접했다면서, “350원은 과하다고 생각한다. 버스를 매일 이용하니까 부담된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서 요금 인상이 이해가는 측면도 있지만 최소한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귀분(63, 남산동) 씨도 비슷한 의견을 전했다. 김 씨는 “버스요금이 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것저것 다 올라서 어쩔 수 없는 것 같긴 하다”면서도 “버스를 평소에 잘 안 탄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는데, 오늘은 비가 오고 날씨가 안 좋으니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중교통 인상 소식 모른다는 청년층
“대중교통 잘 이용 안 해”···편의성 문제도 지적
웬만하면 걸어 다닌다는 대답도

대구도시철도 반월당 지하철 역사에서 만난 25세 여성 김 씨는 “지하철 요금이 인상된다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 요금이 오르면 비쌀 것 같다. 부담된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러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주로 자가용으로 출퇴근한다는 41세 남성 박 씨(율하동)는 동성로에서 볼일이 있어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다. 그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을 몰랐다.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당장은 체감이 안 될 것 같다”며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많이 걸어야 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불편하다. 집 위치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애매해서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후부터 내린 비로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약령시 건너(동성로 입구), 약령시 앞 버스정류장의 지붕 아래는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 꽉 찼다. 정류장 주변에서 우산을 든 채 버스가 오는 방향을 주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배동현(22, 본리동) 씨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 소식을 알고 있냐고 묻자 “몰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배 씨는 “집에서 성서에 있는 학교를 가기 위해 거의 매일 버스를 타고, 종종 지하철도 탄다”며 “요금이 오르면 부담이 많이 될 것 같다. 안 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로 자차로 이동하지만, 매주 한 번씩 시내에서 있는 모임 참석을 위해 버스를 탄다는 박정민(69, 서변동) 씨는 “요금 인상 이야기는 들었다. 주로 차를 타고 다니는데, 편의성 문제가 크다”며 “서울을 보면 구석구석 마을버스가 많이 다니는데, 대구는 노선이 그렇게 잘 안 돼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일주일에 2~3번 볼일을 보러 시내에 나온다는 석정훈(27, 용산동) 씨도 “버스비가 오르는 줄 모르고 있었다. 버스를 매일 타는 건 아니고 시내에 나올 때 탄다. 당장은 체감이 잘 안될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며 “동네에서 거의 모든 것을 해결하기 때문에 걸어 다니는 편이다. 반값 버스나 무상버스라면 안 탈 이유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시민 없는 공청회, 대구 진보정당 등 비판 목소리

같은 날 대구시는 문화예술회관에서 ‘대중교통(시내버스, 도시철도) 요금조정 시민공청회’를 열었다. 공청회장은 대부분 공무원으로 채워졌고, 인상 여부에 대한 공청회가 아니라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진행됐다. (관련기사=시민 없는 대구 대중교통 요금 인상 ‘시민 공청회’···내달 인상 절차(‘23.11.16))

정의당 대구시당 등 16개 정당·노동·환경·시민단체는 논평을 통해 공청회가 사실상 요식 행위였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공청회에 시민은 없었다. 관계공무원이나 유관기관 임직원, 언론사 기자들이 전부였다”며 “공청회가 대중교통 접근성과 편의성이 낮은 곳에서 열렸고, 대부분 요금조정안과 지정토론자에게 발언이 할애됐다. 종료시간 5분을 남기고 청중에게 발언기회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듣지 않고 우리 말만 하겠다는 전형적 모습으로 공청회에서 대구시의 대중교통요금 인상의 근거와 향후대책은 부실했다”며 “부실한 산술적 근거를 바탕으로 요금 인상만 주장했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범시민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관련기사=대구시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추진···진보정당 반대 나서(‘23.11.14))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