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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소각장에 대해 좀 여쭤보려고 하는데요”
“잘 몰라요”, “생각해본 적 없어요”
대구 달서구 성서산단에서 ‘쓰레기소각장’(자원회수시설)에 대한 시민 생각을 물으려 현장 취재에 나섰다. 만난 시민 10명 중 9명의 첫 마디가 이랬다. 시민들의 솔직한 생각을 듣고싶은 것이라며 설득을 해서, 그 중 몇몇의 답변을 들었다. 바로 가까이에 쓰레기소각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았다.
성서쓰레기소각장 인근엔 주거 지역이 없어, 소각장을 인지하기 쉽지 않고 알더라도 상대적으로 관심은 적다. 이를테면 소각장 인근 대기오염 정보를 궁금해하고, 정보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정보를 받아내려는 노력을 하기엔 주민 동력이 떨어진다.
대구시에 쓰레기소각장과 관련한 향후 운영 계획 등을 물어도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대구시 일반생활폐기물 중 종량제 폐기물이 매일 1,145.9톤(t) 발생했다. 57.4%에 해당하는 657.4t이 매립됐고, SRF(폐기물에너지화) 22.1%(253.5t), 소각 20.5%(235t)순으로 처리되고 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30년부턴 쓰레기 직매립이 금지(수도권은 2026년)됨에 따라 소각장 중요성은 더 커졌지만 관련 논의는 없는 상황이다. 해야할 논의이지만, 지자체 입장에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당연한 역할을 자처하는 대신 시민들이 무관심한 현재 상황에 안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행정기관이나 정치, 언론의 역할이 시민을 대신해 이런 문제를 짚고 살피는 일임은 분명하지만, 시민적 무관심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취재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어려움을 느끼게 한다. 특히 언론의 관점에선 작은 관심이라도 확인되면 취재의 방향과 깊이는 달라질 수 있다. 10명 중 9명이 잘모른다고 답을 하던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쓰레기소각장에 대해 묻는 질문에 다른 대답이 돌아온 시민 1명을 만날 수 있었고, 그의 말이 기자를 새벽녘 쓰레기소각장으로 이끌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아, 저 진짜 할 말 많은데. 지금 바로 이야기 해야 할까요? 잠깐 기다려주실 수 있어요?”라고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 답했다.
그는 새벽녘에 쓰레기소각장에 늘어선 쓰레기 수거 트럭 이야기부터 건강이 우려돼 주기적으로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하며, 필터가 있는 비싼 마스크를 꼭 쓰고 다니고, 쓰레기소각장 앞에서 제공되는 대기 정보를 관심있게 보고있다고 속사포처럼 걱정을 쏟아냈다. 관심 있는 사람이 적어 안타까움도 전하면서 뭔가 나설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새벽에 쓰레기 수거가 이뤄져서일까, 직접 그 풍경을 보지않아서 시민들도 더 무감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그가 말한 새벽녘 현장 풍경이 궁금해졌다. 취재하는 기자조차 무심코 넘긴 쓰레기소각장 앞 안내 전광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새벽녘 성서소각장을 다시 찾았고, 현장 풍경을 눈에 담고 메모했다. 오랫동안 문제를 고민하고 지켜본 이의 깊은 이야기가 기자를 다시 취재 현장으로 부른 셈이다.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역시 관심이 적구나’하고, 현장 취재를 마무리 했을지도 모른다. 시민의 관심은 이렇듯 행동과 변화를 이끌어낸다.
장은미 기자
jem@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