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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가 가맹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카카오가 입장을 바꾸게 된 배경에는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시세조종 의혹으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고, 카카오모빌리티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감리도 진행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카카오택시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면서 코너에 몰린 모양새다.
2015년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T 앱을 출시하고, 초기엔 무료로 호출 서비스를 제공했다. 독점 시장이 구축된 이후인 2019년부턴 가맹사업을 본격화했다. 일반택시 서비스와 달리 택시기사들에게 수수료를 받는 가맹택시 서비스는 중개뿐 아니라 홍보, 교육 등 운영 전반을 지원하지만 수수료가 과도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일반택시 서비스가 별도로 있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최근 카카오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불거지고, 윤 대통령이 직접 카카오를 언급하면서 압박이 커졌다. <한겨레> 등에 따르면 지난 7월부터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의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하고 회계 감리에 착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회사인 케이엠솔루션을 통해 가맹택시들과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 명목으로 받는 계약과 제휴 명목으로 16% 내외를 다시 돌려주는 계약을 별도로 맺고 있다. 금감원은 이러한 이중구조로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을 부풀렸고 불공정 거래 소지까지 있다는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에서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참석해 카카오를 향해 “부도덕한 행태”라면서 “시장을 완전히 장악해 독점이 됐을 때 가격을 올려서 받아먹은 것이라 부도덕하고 반드시 정부가 제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같은 날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을 위한 긴급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혔고, 7일에는 ▲택시 플랫폼의 수수료 수준과 서비스 운영 방식 전면 개편 ▲가맹택시 사업구조 원점 재검토 ▲독과점 논란과 관련, 다른 택시 플랫폼에 카카오T 플랫폼 개방 등을 검토해 연내 실행안을 발표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법리스크에 밀려간 카카오
7일, 택시플랫폼 개선안 발표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지난 8월 대구시가 공정위에 제기한 ‘카카오모빌리티의 가맹택시 수수료 이중 부과’ 문제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대구시는 카카오 가맹택시 매출액에 대구로 택시 호출 수입을 포함해서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카카오모빌리티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고, 공정위는 조사를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대구시가 불붙인 카카오택시 수수료 부당 논란, ‘대구로택시’에 득될까?(‘23.08.16.))
7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입장문에는 대구시가 지적한 내용이 담겨 있진 않지만, ‘국민 눈높이에 맞게 운영 방식과 시스템 체계를 전면 개편하겠다’고 언급한 내용의 방안 중 하나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지난 2일 대구시는 ‘대구가 쏘아올린 개혁의 신호탄, 공룡 카카오를 흔들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카카오가 밝힌 일련의 입장이 대구시의 선제 조치에 의한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김보현 기자
bh@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