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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가짜뉴스 규제를 명목으로 한 정부의 언론규제가 한창이다. 고의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언론사는 문을 닫게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포털 알고리즘 공정성 조사, 인터넷 언론사 기사·동영상 심의 등이 그 예다. 그러나 가짜뉴스의 정의는 여전히 모호하다. 단순 오보와 허위 조작 정보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보는 실수로 잘못된 정보를 보도하는 것, 허위 조작 정보는 거짓인 줄 알면서도 나쁜 마음을 먹고 진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이다. 즉 일부러 그랬는지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인데, 그를 분별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지난 1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가짜뉴스의 정의를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야당 의원들이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해당 감사 당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의 정의에 대해서는 사회적 공감대가 어느 정도 정립됐다고 발언했으나, 사회적 공감대라는 표현 또한 그 정의가 모호한 것이라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정부의 현 방침이언론탄압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가해지는 이유다. 이에 언론이 직면한 난관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불과 몇 달 전 대구에서 자행되었던 언론탄압 사례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대구시는 지난 5월 숨 돌릴 틈 없이 ‘취재 거부와 고소의 향연’을 벌였다. 대구MBC가 ‘대구경북신공항 새로운 하늘길? 꽉 막힌 길?’이라는 제목의 대구경북신공항(이하 신공항) 비판 보도를 한 것이 서막이었다. 대구시는 대구MBC에 대해 취재거부 조치를 내렸고, 또한 대구MBC 보도국장과 해당 보도를 한 프로그램 ‘시사톡톡’ 출연자 4명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뒤이어 대구시에 대한 비판 보도를 해온 스픽스대구, 뉴스민, 프레시안에도 취재 거부 조치가 내려지는 모양새였으나 사실상 무산됐다.
문제는 그 후 약 반년이 지난 지금도 대구MBC 취재 거부 조치는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신공항을 통한 지역 발전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대구시의 입장에서 대구MBC의 비판 보도가 달갑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신공항 유치가 대구 시민 전체의 염원은 아니며, 다양한 관점에서 이에 반대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대구MBC가 이를 포착해 활주로 길이 등 지적할 수 있는 요소에 대해 논한 것은 언론사로서 직무를 행한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보도가 가짜뉴스라는 오명 하에 취재거부의 명분이 된 원인을 찾다 보면, 홍준표 대구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경남MBC에 1년이 넘는 취재 거부 조치를 내렸고, 대구시장인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언론사 보도 내용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경우 우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그럼에도 중재되지 않을 때 법적 절차를 밟는다.
그런데도 홍 시장이 이를 무시한 채 취재 거부 조치를 내렸다는 것은 언론사를 동등한 입장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독립기관으로 대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러한 태도에서 미뤄볼 때, 홍 시장은 취재 거부의 자유를 논하기 이전에 선출직 공무원으로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대구경북 내 언론사 및 유관 단체들도 비판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대구시의 언론탄압에 그 어느 곳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언론사의 경우 회사의 광고 수익과 직결된 지자체장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다. 대구MBC, 매일신문 등 총 14개 언론사가 소속된 대구경북기자협회 내에서 대구MBC 취재 거부에 대해 성명을 내는 안이 부결된 것 또한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실망스러운 마음을 감출 수는 없다. 언론출판의 자유는 헌법상으로 보장되는 권리로, 단서 조항에 따라 특정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여지 등 타 권리와 충돌할 때도 보호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사회 내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공기관에 대한 감시 등 공적 목적에 따른 보도를 했을 경우 그렇다. 이렇듯 반론의 여지가 있음에도 대구경북 언론계가 제 권리를 챙기지 않는 것은 권력층에 대한 감시라는 직무를 게을리하는 것이다.
대구시에서 해당 사건이 시작된지 몇 달 후, 가짜뉴스를 빌미로 한 언론탄압은 전국의 문제로 번졌다. 대구MBC 기자협회가 “자신에게 불편한 보도를 했다고 대구시라는 공적 조직 전 직원에게 취재 거부를 지시한 것은 더 큰 권력을 잡았을 때 언론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미리 보여준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꼬집은 부분이 생각나는 대목이다.
지자체보다 더 큰 권력인 정부는 더 끔찍한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고, 이에 영향을 받은 일부 사람들 또한 그에 가세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구 반월당 동아생명 앞에서 기독교복음선교회(이하 JMS) 교인 5,000여 명이 집회를 열고, 교주 정명석의 흠결을 파헤친 각종 보도를 가짜뉴스라 매도했다. 이는 지난달 26일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가 설립된 후 지난 6일까지 센터에 접수된 신고 총 123건 중 54건이 JMS 관련 민원으로 채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짜뉴스라는 표현이 허위 조작 정보뿐 아니라 특정 집단의 이익에 상충하는 정보를 칭하는 방향으로 끝없이 악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된다면 살아남을 수 있는 뉴스는 자치단체 홍보성 기사, 출입처 보도자료 베끼기 기사뿐일 것이다. 진실에 접근하려는 뉴스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 더 이상은 그 어떠한 정치인과 언론인의 직무유기도 이뤄져선 안 된다.
글_표출지대 조희수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