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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는 시간 외 수당도 없고, 야근 수당도 없고, 휴일 수당도 없다. 그렇지만 밤새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 나와서 일한다. 저도 6주 동안 집에 안 들어가고 일 한 적 있다. 그 검사들에게 ‘당신들, 특활비 몇 푼 가져다 따로 쓴 거 아니냐’고 한다. 제가 검사할 동안에 한 달도 월급을 제대로 가져다준 적이 없다. 수사비는 늘 부족하기 마련이다. 검찰이 부패한 집단인 것처럼 얘기하면 저도 정나미가 떨어져 ‘왜 밤새워서, 주말에 일하고 있는가’ 생각이 들 것 같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이원석 검찰총장이 분석한 젊은 검사들이 떠나는 이유다. ‘몇 푼 받지도 못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데, 부패 집단 취급해서 떠난다’는 게 요지다.
따져보자.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보면,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갓 임관한 검사(1호봉)의 월급은 334만 9,800원이다. 여기에 수사지도수당 10만 원, 관리업무수당(월봉 9%) 30만 1,482원, 정액급식비 14만 원, 직급보조비 50만 원 등이 더 붙으면 약 440만 원까지 늘어난다. 봉급조정수당(11월), 명절휴가비(설·추석), 연가보상비(7월, 12월), 직무성과금(6월, 12월) 등을 추가하면 연봉이 약 6,000만 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기상 국회의원이 2011년부터 2020년 사이 검사 임용 자료를 분석한 내용을 보면 이 기간 초임검사의 평균 연령은 35.7세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0대 평균 월임금은 371만 원이다. 정액급여에 각종 수당 등 초과 및 특별 급여를 더한 금액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4,452만 원. 연간 6,000만 원 가량을 소득으로 가져가는 검사들의 70% 수준이다. 그렇지만 검사처럼 가져다 쓸 수 있는 몇 푼 특수활동비는 없다.
물론, 나랏일에 많은 돈이 들어가서 월급을 딱딱 가정에 못 가져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야근도 하고, 시간 외 근무도 하고, 휴일에도 일하는데 적정한 수당을 못 받으니 억울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대한민국에 그런 사람이 어디 검사뿐인가. 평범한 소시민 대부분이 월급은 통장을 스치듯 지나치고, 수당 없는 야근에, 시간 외 근무를 하고, 연가를 쓰고도 출근하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일하지만, 가구당 평균 부채 9,170만 원을 지고 살아가는 시민의 삶이다.
삶의 현장에서 무시로 죽고 다치기도 한다. 지난 13일 새벽, 경기도에서 한 택배노동자가 배달하던 빌라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머리맡에는 배달 중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상자가 널브러진 채였다. 연간 800~900명이 일하다 죽고, 죽음의 일터를 멈춰보자고 만든 법은 형해화되고 있다. 그 법을 형해화하는 최일선에 검사가 있다.
<한겨레>가 지난 24일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기소 사건 1심 판결문 7건을 분석한 결과 7건 중 5건에서 검찰은 원청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대검찰청이 정한 구형 기준(2년 6개월~4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성실한 시민의 삶을 지키는데 쓰여야 할 ‘몇 푼의 특활비’를 제대로 쓰고 있는지 의문을 품게 만드는 정황은 이렇듯 차고 넘친다.
그 몇 푼 특활비가 연간 100억 원 안팎이고, 그 100억 원은 특활비 한 푼 만져본 적 없는 소시민이 성실하게 노동해 내는 세금으로 마련된다. 그 세금을 검사들은 제대로된 증빙조차 남기지 않고, 목적대로 쓰는 것 같지 않다는 지적이 뭐 그리 억울한지, 검찰총장은 젊은 검사의 탈검찰 근거로 내놓는다. 이게 성실하게 일해 ‘몇 푼 특활비’로 쓸 세금을 내는 소시민에 대한 모욕이 아니고 뭔가. 그런 마음가짐의 검사라면, 진즉에 그만두는 게 맞다. 검찰총장 역시 마찬가지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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