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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구의 한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환자가 구급차에서 2시간 30분가량 병원을 찾아 떠돌다 숨졌다. 사고지점을 중심으로 5km 인근에 병원 응급실 7곳이 있는 상황이었다. 정부는 당시 환자 수용을 거부한 병원 4곳에 보조금 지급 중단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권역외상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위를 가진 경북대병원은 환자를 직접 보지도 않고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은 병상과 의료인력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응급환자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49.1%가 제때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했다. 그 결과 재이송 과정에서 심정지와 호흡정지로 희생된 사람은 총 3,815명에 이른다. 소방청의 ‘119 구급서비스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2년 가장 빈번한 재이송 사유는 전문의 부재(31.4%)였다.
보건의료노조는 “지역 의료체계 붕괴는 더 심각하다”며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의 5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역 공공병원은 항상 의료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대구는 비수도권 지자체 중 상급종합병원이 가장 많은 도시다. 전국적으로 45개의 상급종합병원이 있는데 그중 5개가 대구 소재다. 대구에는 약 3,800개의 병의원이 있고, 보건의료 인력도 2만6,493명에 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감염병과 같은 국가적 재난에 대처할 수 있는 공공병원은 사실상 서구에 위치한 대구의료원 하나라는 실상이 밝혀졌다. 큰 병원들은 서남쪽으로 치우쳐 있어 대구 지역 내에서도 인프라 격차가 벌어져 있기도 하다.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 조승연 회장은 “3차 병원인 대학병원은 특수한 병을 다루는 전문병원이 되어야지 많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2차 병원이라 말하는 지역 거점 병원들이 튼튼하게 곳곳에 있어야 하는데, 상급병원이 많은 대구는 피라미드의 꼭대기가 큰 형태다. 접근성이 지나치게 좋으니 자꾸 3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의 지역 책임의료기관 계획을 봐도 2차 병원이 최소한 두 군데는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급실이 일반 환자들로 꽉 차 응급환자를 받을 수 없는 문제는 전국적이며, 이는 병원 의료 기관들의 체계적인 전달체계 구조나 배치 구조가 엉망진창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 인프라는 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노동계는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제2 대구의료원 설립을 재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2 대구의료원은 권영진 전 대구시장이 설립을 추진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 확충에 관한 관심과 요구가 커진 것이 계기다. 8개월에 걸친 타당성 조사와 시민의 찬성 여론에도, 홍 시장은 취임 후 공공병원 제2대구의료원을 사실상 백지화시켰다.
기존 대구의료원 기능을 강화해 공공병원의 역할을 재정립한 후 제2 대구의료원 건립 추진 사업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조승연 회장은 “동북부 쪽에 의료기관이 많이 없다”며 “지금 있는 대구의료원은 30명대의 의사가 500병상을 담당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질적으로 향상하겠다는 홍준표 시장의 방향도 중요하고, 중장기 과제로는 제2 대구의료원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많이 만들어 이 병원들이 지역 보건의료계의 전달체계를 통솔할 수 있는 중심적 역할을 하도록 크기를 키우고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며 “지역의 공공의료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공공의료원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글_표출지대_김지효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