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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생활임금제를 도입하지 않은 대구시가 지난달 생활임금위원회를 꾸렸지만, 위원회 구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시가 당사자 조직을 배제하고 편파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비판했으며 대구시는 “내부 선정위원회가 절차를 밟아 선정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는 지난 9월 21일 생활임금위원회 명단을 공개했다. 이들은 9월 20일 임기를 시작했으며 오는 12월 31일까지 내년도 생활임금을 정해 고시하게 된다. 대구시가 발표한 위원회 명단에는 박창석 대구시의원(국민의힘, 군위), 안중곤 대구시 경제국장, 김옥흔 대구시 예산담당관 외에도 한국노총 대구본부, 대구경영자총연합회, 대구정책연구원, 노무사, 교수 등이 포함됐다.
‘대구광역시 생활임금 조례’에 따르면 생활임금위원회는 생활임금의 ▲수준 ▲적용대상의 범위 ▲운용 실태 및 개선사항 발굴을 위한 연구 및 건의 등 제도 전반에 관한 사항을 심의한다. 당연직 위원은 ‘시 업무담당 실·국장 및 공공기관 업무담당 실·국장’이 맡으며 위촉직 위원은 ‘시의원, 전문가, 관련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 중 시장이 위촉한다. 임기는 2년, 1회에 한해 연임 가능하다.
23일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성명을 통해 위원회 선정 과정에서 당사자 조직인 민주노총이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대구시 산하 생활임금 적용대상 기관 중 대다수인 8곳(대구시, 엑스코, 대구테크노파크, 대구문화예술진흥원, 행복진흥사회서비스원, 대구정책연구원, 대구교통공사, 대구도시개발공사)이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음에도 대구시가 지난 8월 10일부터 진행한 위원 공개 모집에서 민주노총 신청 위원을 배제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생활임금 적용, 심의와 관련 없는 대구경영자총연합회조차도 위원으로 선정됐는데 생활임금의 직접적 적용대상을 조합원으로 포괄하고 있는 민주노총을 배제한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구시에 위원 선정위원회 구성과 위원 선정 기준 및 근거를 투명하게 밝힐 것, 위원회만의 심의가 아닌 당사자 목소리를 직접 듣고 생활임금 결정에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구본부는 대구시가 ‘대구광역시 생활임금제 도입의 필요성과 추진방향(2022)’ 연구용역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무강 민주노총 대구본부 정책기획국장은 “올해 초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통해 신청했는데, 연구용역보고서를 담당한 대구경북정책연구원도, 대구시도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문도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생활임금위원회는 대구시청 내 선정위원회에서 조례에 따라 절차를 밟아 선정했다”며 “연구용역보고서는 어떤 지표나 통계를 사용하는 게 적합한지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공개된다면) 위원회가 적절한 판단을 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임금은 주거‧교육‧문화비용‧물가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노동자가 최소한의 문화적 생활이 가능한 소득수준을 보장하는 임금을 말한다. 통상 최저임금의 110~125% 임금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올해 공공기관 기간제 노동자 등을 대상으로 생활임금제를 처음 시행했다. 경상북도가 고시한 2023년도 생활임금은 시급 1만 1,228원으로, 법정 최저임금인 9,620원보다 1,608원(16.7%) 높다. (관련기사=경북도 2023년 생활임금 도입···전국에서 대구만 미실시(‘22.12.02.))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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