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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대구지하철참사 유족, 세월호 유가족이 함께 일본으로 와 행사를 했다. 그때 슬로건이 ‘잊지 않는다, 잊게 하지 않겠다’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같은 사고가 되풀이될 수 있다. 사회에 알려서 잊혀지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마에카야 서일본 철도노조 위원)
2.18대구지하철 참사를 기억하고, 생명존중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메모리얼 스퀘어 안전문화제’가 18일 저녁 6시 대구 중앙로역 2번 출구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20여 명의 시민 뿐 아니라 일본에서 지하철참사를 겪은 지하철 노동자들도 참석해 연대의 마음을 나눴다.
대구4.16연대가 주최·주관하고 2.18안전문화재단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지난 9월 18일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열렸다. 첫 순서로 최재윤 테너의 노래와 김보미 창작음악연구소 봄은 작곡가의 연주 ‘내 영혼 바람이 되어’가 흘러 나오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정유진 대구4.16연대 집행위원은 “대구지하철참사 이후 안전사회를 위한 발걸음을 잘 밟아 나갔다면 우리가 여기 이렇게 있지 않을 것”이라며 “20년이 흘렀지만 추모비 하나 제대로 서 있지 않다.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를 만들었지만, 당시 약속했던 제대로 된 추모비에 대해선 (대구시가) 아직도 대답하지 않고 있다”고 행사를 기획한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지하철참사에서 어머니를 잃은 황순호 씨(전 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 대책위원회 사무국장)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때 그 시간 현장에 대한 기억이 더 선명해졌다. 지금도 중앙로역 지하를 내려갈 땐 불냄새가 나는 것 같다”며 “물론 변화한 것도 있다. 재난안전기본법이 제정됐고 시민안전테마파크도 건립됐다. 하지만 아직도 대구시가 지키지 않는 약속들이 있다. 중앙로역이 안전과 생명의 성지로 거듭나길 바라고, 더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엔 일본에서 지하철참사를 겪은 서일본 철도노조 위원장과 조합원 4명도 참석했다. 2005년 4월 25일 일본에서 발생한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는 승객 106명과 기관사 1명이 숨진 참사다. 서일본 철도노조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잘못된 체질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마에카야 서일본 철도노조 위원장은 “JR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의 원인은 영리를 우선하는 기업의 욕심이다. 한 번이라도 실수한 기관사에게 잡일을 시키거나 벌을 주는 등 징벌적인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사고 당시 기관사는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며 “사고 현장은 서일본 회사에서 매입해서 공원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고 당시 열차가 곡선에서 튀어 나가는 바람에 아파트에 들어갔는데, 그곳도 보이지 않게 가림막을 쳐놨다. 사고 이후 대구 지하철 노동조합과도 교류하며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김예민 대구여성회 대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는 것, 참사 이후 국가가 제대로 대응하게 하는 것, 그리고 여성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민 개개인이 딛고 있는 자리가 안전해야 한다고 본다. 다 같이 연결돼 있기 때문에 나만이 아닌, ‘우리’가 안전해야 한다. 참사를 기억하는 것과 더불어 고용평등상담실 폐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오는 11월 18일 저녁 6시에도 중앙로역 2번 출구 앞 광장에서 동일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김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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