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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참패로 끝나면서 정치권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별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2016년, 2020년 총선 직전과는 달리 국민의힘 아닌 다른 정당 소속 당선자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은 거의 나오지 않다.
판도를 움직이려는 노력은 여야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임미애 민주당 경북도당 위원장은 중진의원들에게 이재명 대표의 경북 출마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김병주 의원에게 경북 지역 출마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 및 대구 출마설이 회자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대구경북 여론 지형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갤럽이 지난 10월 13일 발표한 ‘장래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 결과다.
의견유보층 50%, 이것이 지역 정치의 현실
지역내 한동훈 강세는 국민의힘 대안 부재 상태 가리켜
전국적으로는 이재명 대표가 22%,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14%로 1, 2위를 기록했다. 9월 1주차 조사와 견주면 이 대표는 3%포인트, 한 장관은 2%포인트 상승했다. 둘 다 오름세인 것은 ‘이재명 대 검찰 및 법무부’가 정국 구도의 핵심이라는 방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4%, 홍준표 대구시장은 3%를 얻었고, 그 밖의 주자들은 1~2% 수준에 머물렀다. 의견유보층은 46%였다. 전국적으로도 판이 변화하는 조짐은 없다.
대구경북은 어떨까. 의견유보층이 50%에 달해, 서울이나 인천/경기(각각 40%)보다 높았고, 부산/울산/경남(53%), 대전/세종/충청(51%), 광주/전라(48%)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국민의힘의 텃밭’이라고 불리우는 대구경북도 실상은 어떤 대선 주자급 정치인에도 마음을 주지 못하는 민심이 두텁다. 선거 전후의 흐름으로 평상시 지역 정치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 1위는 21%를 얻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었다. 선호 대통령감이 있다고 밝힌 대구경북 응답자 중 4할 가량이 한 장관을지목한 것이다. 2위는 홍준표 시장으로 한 장관의 절반 수준인 10%에 그쳤다. 여타 여권 인사들은 모두 고전 중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5%,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안철수 의원은 각각 1%에 그쳤다.
홀로 선두를 달리는 한 장관은 국민의힘 내부 경쟁으로 좁혀서 보면 그 강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대구경북 국민의힘 지지층은 한 장관 이외에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했거나 찾지 않고 있는 것이다. 홍 시장은 부진하다는 평가를 면할 수 없다. 대구시장 경쟁에서는 독보적인 1위였지만, 대통령감으로 인식되는 수준은 지역 내에서도 약하다. 여름 수해 와중에 있었던 골프 논란과 그에 따른 당내 징계도 그에게 치명타였음을 상기해볼 수 있다.
홍준표 시장, 중앙정치 논평에 더 사활 걸 가능성
이준석 대구 출마? 낮은 고유 지지율에 발목 잡힐 수도
이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대구경북 기반을 강화해 대선에 재도전한다’는 홍 시장의 기획은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자력으로 길을 낼 수 없다면, 여권 내부 구도가 바깥의 힘으로 바뀌는 것을 기대해야 할 처지다. 얄궂게도 2024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배해서 친윤계가 몰락하는 것이 홍 시장에게는 호기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반사이득을 노릴 만한 주자는 여럿이며, 패배한 국민의힘이 ‘대구 출신 정치인’을 대안으로 낼지는 회의적이다. 국민의힘의 총선 승패를 떠나 홍 시장은 전국적 존재감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중앙 정치에 관한 논평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대구경북에 연고가 있고, 지역을 자주 찾는 이준석 전 대표, 코로나19 의료 봉사 등 대구에 공을 많이 들인 안철수 의원은 더욱 부진하다.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층이 친윤에 대항하는 여권내 세력에게 아직 마음을 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서울 노원병에 출마하지 못할 경우 대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러나 그의 당선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당히 갈라서 가져갈 수 있을 때만 가능하다. 그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얻을수 있는 득표율은 대통령감 선호도 조사 결과보다 훨씬 높겠지만, 독자적 지지세가 미약하다는 점은 그의 발목을 잡기 충분하다.
안 의원은 친윤–비윤 양쪽 여론의 지지를 다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입당 이후 새로운 가능성을 피워내지 못한 것이다. 최근 이 전 대표와 벌이는 갈등도 그의 유치함을 부각시켜 국민의힘 지지층의 외면을 받을 공산이 있다. 원희룡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안으로 인해 비윤보다 친윤 쪽의 지지를 먼저 노리게 되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선호도 집계에 끼치 못한 유승민 전 의원은 1% 미만 내지 0%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그렇다. 그가 신당을 창당해도 파급 효과가 약할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해야 대선 주자로 재부상할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단, 현재로서는 확보해둔 ‘현찰’이 거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구경북 국민의힘, 기득권 얻고 새 인물 막혀
결국 대구경북 지역 여론에서 한 장관과 홍 시장을 추격할 만한 국민의힘 주자는 현재로서 오세훈 시장밖에 없다. 대구경북과의 연결고리가 약해 보이는 그가 어떻게 지역 전략을 짜나갈지가 관건이다.
그러고 보면 대구경북지역에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나 당 대표가 배출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사실상 마지막인 셈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최근 지역 인사처럼 비쳐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정치인’은 여유롭게 보수의 미래를 제시하는 인물이 아니라, 기득권자나 상속자에 가까운 이미지를 띤다. 전국적 정치인은 물론 지역내에서 리더 역할을 맡는 정치인도 나오기 어렵게 됐다. 이를 성찰할 지역 정치인이 몇이나 남았는지가 관건이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대구경북에서 7% 선호도에 그쳤다. 대구경북지역 윤석열 대통령 부정평가율이 34%고, 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은 13%였다. 대통령 부정평가자 셋 중 한 명꼴로만 민주당을 지지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게다가 민주당 지지자 절반 가량만 이 대표를 대통령감으로 선호하고 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지지율은 동반 저하되고 있다. 이 대표의 대안이 드러난 것도 아니다. 이낙연 전 총리는 1%였고 김동연 경기도지사 선호도는 아예 잡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지역 지지율 동반 저하
중앙 바람 기대할 수 없다면 ‘지역당’처럼 임해야
이로부터 도출 또는 유추할 수 있는 사항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구경북 지역 민주당 지지율은 2000년대보다 많이 높아진 것 같지만, 고정 지지층은 선거 득표율에 비해도 얕은 편이다. 둘째, 이재명 대표는 민주당의 확장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당의 위축을 낳고 있다(지난 대선 시즌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표는 안철수 의원에게 뒤지며 대구경북 3위를 한 적도 있다). 셋째, 민주당과 이 대표의 한계와 단점을 보완할 다른 정치인이 없다.
대구경북 민주당으로서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계보를 이을 인물을 갈구했던 것 같다.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이 ‘중진 낙향’을 건의한 것도 그러한 차원이다. 그러나 그럴 만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는다. 고로 상향식으로 지역 대표 인사가 떠오르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
대표 인물이 누구냐를 떠나 지역 정가에서 소수당이고 지역 국회의원이 하나도 없는 민주당은 사회운동적인 흐름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점점 지역에서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후광에 힘입어 명맥을 유지한 것도 과거사다. 중앙 바람에 의존하면 이재명 대표 리스크에 같이 묶이게 되고, 시간이 지나서도 회복하기 어려워진다. 민주당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은 특정 지역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하는 지역정당처럼 풀뿌리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김수민 객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