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8月호] 한나네 보호소가 전하는 유기동물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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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7월 23일 오전 8시 반 경, 대구 동구 팔공산 인근으로 차 한 대가 들어섰다. 목적지는 2003년부터 20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구의 유기견 사설 보호소, ‘한나네 보호소’. 내비게이션이 길 안내의 막바지를 알리자 들려오는 건 개 짖는 소리였다. 3층짜리 건물 아래 묶여 있는 예닐곱 마리의 개들은 방문객을 보고 손님을 맞이하듯 더욱 크게 짖어댔다.

건물 앞에 서 있는 소장에게 다가가 봉사 장소를 묻자 보호소 이름이 붙은 표지판을 따라 가라는 답을 들었다. 코팅된 노란색 A4용지에 써 붙여진 ‘한나네 보호소 가는 길’. 유심히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울 정도의 크기였다.

표지판을 따라 평지를 거쳐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랐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었을 때 마주한 것은 어른 키만큼 쌓인 6개 묶음 2L 생수병과 사료 포대였다. 견사 입구에 세워진 가건물 가까이 다가가자 분뇨 때문으로 추정되는 지독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빠와 손을 잡고 온 방진복 입은 남학생, 봉사단체로 추정되는 성인 여러 명이 가건물 앞을 오갔다. 준비해 온 방진복과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나눠준 발싸개를 신발에 씌웠다. 내리쬐는 태양과 후덥지근한 공기에 벌써 등이 흥건해지는 기분이었다.

견사 앞으로 다가가자, 잠금장치가 굳게 걸려 있었고, 문단속 잘 하라는 문구가 철창에 써 붙여져 있었다. 좁은 통로를 가운데 두고 양옆으로 철창이 늘어진 형태. 끝 모르게 번호 붙여진 구역들이 눈앞에 늘어져 있었다. 한 마리에서 열댓 마리가 함께 어울리는 각 견사는 개들의 친화력이나 성향에 따라 구성됐다. ‘빨강반’, ‘파랑반’ 같은 이름과 번호를 붙인 이유는 봉사자들의 편의를 위해서다.

머리가 희끗한 봉사자가 안에서 대야 두 개를 가지고 나와 생수로 밥그릇을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고 알려줬다. 수도가 나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생수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보호소는 인스타그램 홍보 계정으로 접한 것보다 더욱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쓰레받기와 생수병을 들고 봉사자를 따라 견사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배변을 모아놓은 봉분 같은 더미가 있었다. 그 탓에 사방에 파리가 꼬이고 냄새가 심했다. 흙바닥에는 다 쓴 생수병 뚜껑이 점점이 박혀 있었다.

한나네 보호소 정기봉사단체 꾸러기방범대의 조윤성 운영위원(24)에 따르면 견사 주변에는 굼벵이, 구더기, 쥐가 많다. 조 씨는 동물 보호소 중 가장 열악하다고 생각되는 한나네 보호소에 매주 정기봉사를 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네 보호소는 언덕 위쪽의 견사와 아래쪽의 3층 건물을 합쳐 총 430여 마리의 개를 보호하고 있다. 개들을 먹이는데 한 달에 300포의 사료가 필요하다. 포대 당 4만5,000원으로 계산을 해 보면, 한 달 사료값만 1,300여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국경없는수의사회 심포지엄에서 공개된 ‘2022년 민간동물 보호시설 운영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호소 운영비용은 연평균 1억4,052만원이었다.

4월부터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유기동물 보호소를 지원할 법률적 근거가 마련됐다. 하지만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사설보호소 102곳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약 90%의 보호소가 지원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토지 용도와 다르게 운영되는 불법 시설이기 때문이다. 이곳 한나네 보호소도 시민들의 후원금이나 바자회 수익금 등으로 겨우 시설을 유지하는 열악한 재정 상황에 놓여 있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지금도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데. 일단은 애들이 좋은 기회를 찾아서 입양 잘 가면 제일 좋지.”

한나네 보호소의 신상희 소장(58)이 말했다. 신 소장 내외는 6월 말에 계약이 만료된 3층 건물에서 130여 마리의 개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는 곧 건물을 비워주고 언덕 위의 견사에 합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은 자신의 반려견을 유기견이라 속이고 보호소에 맡기거나, 잠시 위탁한다고 했다가 연락이 끊긴 이들을 수없이 봤다고 했다.

개 수십 마리를 데려다 놓고 매달 후원을 약속한 사람이 다음날 번호를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보호소 운영에 도움이 될까 싶어 출연했던 지상파 방송은 오히려 독이 됐다. 170여 마리였던 유기견 수는 방송 출연 이후 버려진 개들로만 300마리를 넘었다. 봉사자들이 보호소를 찾아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상황이 매우 열악했다. 한 명 한 명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국민 4명 중 1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시대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 수는 50만321마리다. 같은 해 전국 269개소의 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보호한 유실·유기된 동물은 11만8,273마리에 달한다. 등록된 개체수만 집계한 것이라 실질적인 유기동물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동물을 질리면 버리는 물건 혹은 액세서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한나네에서 만난 개들은 모두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개성을 가진 소중한 생명이었다. 한나네 보호소는 매주 목요일 미용 봉사와 입양 사진 촬영 봉사, 일요일은 정기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봉사 참여와 입양을 통하여 우리 곁의 유기동물 보호소에 따뜻한 관심을 주는 것은 어떨까.

한나네 유기견 보호소 후원계좌:
농협 신채승 351-0303-3943-73

글_표출지대 김지효
사진_표출지대 김지효, 김지민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