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출지대 8月호] 묵념만 하는 대구교육청…교사들은 해결책이 필요하다

12:00
Voiced by Amazon Polly

[편집자 주=뉴스민은 ‘대구 아트 시사저널 표출지대’와 전재 계약을 맺고, 온라인으로 글을 게재합니다. 원본은 표출지대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7월 24일 강은희 대구교육감이 서울 서이초등학교 1학년 담임 신입 교사 고(故) A씨(23)를 추모하는 대구지역 분향소를 방문해 헌화하고 묵념했다. 하지만 대구 교사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대구교육청이 생전 과도한 학부모 민원 등 교권침해로 고통받았던 A씨에게 추모를 표했을 뿐, 또 다른 A씨를 만들지 않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날 부산교육청은 A씨의 죽음과 관련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교권침해 대응책을 마련했다. 하윤수 부산교육감은 ▲교육청 주도 교육활동 침해 즉시 대응 ▲피해 교원 치유 지원 확대 ▲교육공동체 간 갈등 조정 강화 및 공감대 형성 등 3가지 영역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상위법의 뒷받침 없이 방안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교육청 차원의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 자체에 의의가 있다는 평이다.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 인한 교권침해는 대구 교육계에서도 심각한 문제다. 정년퇴임을 1년 앞둔 대구 초등교사 최 모 씨는 복도에서 울고 있는 학생이 스스로 진정하고 교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기다렸다가, 학부모 측으로부터 방임이라는 항목의 아동학대죄로 신고당한 경험을 밝혔다. 최 씨는 “과거 학생 간 몸싸움을 말리기 위해 팔을 잡았던 것만으로도 학부모 민원이 빗발쳤던 경험이 있어 그리 대처한 것인데, 되레 아동학대범이 될 위기에 처해 약 6개월 동안 교사로서의 업무와 무죄 입증 증거 수집을 병행했어야 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대구 교사들은 학교 시스템이 교사 개인을 과도한 학부모 민원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에게 정신적 노동의 성격이 짙은 학부모 민원 응대를 전담시키고, 그로 인한 교사의 정신적 피해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교장 등 관리자 측이 학부모 민원 대응 등 실무에 적극 참여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관리자 측은 학부모·학생의 민원이 접수될 시 관리자 본인이 역으로 신고당할 것을 우려해 교사를 신고하거나, 민원과 관련해 도움을 청하는 교사 개인의 무능함을 지적하는 등의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개별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와 대구교육청 주도의 교육권보호센터 또한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개별 위원의 전문성 문제 등으로 비슷한 내용의 사건을 다르게 판단하거나, 교내 분란을 우려해 아예 개최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육권보호센터의 경우 지역 교사가 2만여 명인 데에 비해 상담사 인원은 겨우 2명뿐으로, 교사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구교사노조 이보미 위원장(33)은 “업무용 투폰 체제보다 챗봇(대화형 인공지능) 등 1차적인 전자 민원 체제의 보강이 필요하다”며 교권침해 대응책을 제시했다. 교사에게 집중된 민원 중 간단한 사항들은 챗봇과 나눠 교사 개인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교육청은 교사와 학부모가 근무 시간에는 유선전화기로, 근무 외 시간 중 긴급한 경우에는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개인번호는 노출하지 않고 상담할 수 있게 하는 ‘신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해당 서비스가 결국 모든 민원이 교사 개인의 부담이 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해당 서비스는 이를 통해 학부모와 연락할 때 사진 전송 오류 등 문제점이 있어 결국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해야 하거나, 교사의 휴대전화 기종에 따라 통화 녹음이 불가능할 시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그저 듣고 흘려야 하는 등 불편한 점 또한 많다고 전했다.

A씨의 사망에 관해 교육부와 서울교육청이 원인을 밝히기 위해 합동 조사를 했으나 의혹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동료 교사들의 증언 등을 고려하면 A씨가 학급 내 학교 폭력과 이에 관련한 학부모 악성 민원 과다로 고통받았던 정황을 포착할 수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각 지역의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여름방학이 끝난 후 아무런 대책 없이 일선 현장에 내던져질 현직 교사들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구교육청은 아직 이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이에 대구의 한 초등교사는 “대구는 대한민국 교육 수도가 아니다. 모든 민원이 교육청이나 관리자 측에서 걸러지는 것 없이 교사에게 다 흘러오게끔 하는 하수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을 뿐이다”며 대구교육청에 발 빠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글_표출지대 조희수
pyochule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