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주] 뉴스민은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가 진행한 <검찰의 금고를 열다> 프로젝트 시즌2에 대구/경북 검찰청 검증을 담당하는 언론사로 참여했다. 뉴스타파와 뉴스민을 포함해, 경남도민일보, 뉴스하다,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언론이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고,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했다. 결과는 14일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전국 6개 언론과 3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공동취재단)’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검찰이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쓰는 것으로 보이는 근거를 보도했다. 대검찰청은 오남용 사례는 소규모 청의 일탈이고, ‘떡값’ 또는 나눠먹기 의혹에 대해선 정당한 수사활동에 사용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공동취재단이 2차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사실상 전국 검찰청이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써온 것으로 의심된다.
12일 오후 공동취재단은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리영희홀에서 2차 검찰 특활비 검증 보고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의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특활비 집행 869건 761건(87.6%)을 검증한 결과를 공개했다.
고양지청은 문서 보호 보안 스탬프 롤러 도장을 사용해 증빙자료를 가렸는데, 공동취재단은 도장 패턴 뒤에 식별되는 정보를 하나하나 확인해 고양지청 자료의 대부분을 판독했다. 그 결과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에 써야 하는 특활비를 목적에 맞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판독 자료 분석 결과 지급사유는 60.8%가 ‘수사활동 지원’, ‘수사업무 지원’이라고 막연하게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취재단은 “추상적으로 집행명목을 적어 놓은 것 자체가 감사원 계산증명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지침에선 지급사유, 지급일자, 지급상대방, 지급액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지급사유를 막연하게 적어놓은 것도 지침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강력 범죄 관련 수사활동 경비지원’이라거나 ‘고액벌금 미납자 집행활동 지원’, ‘공공수사사범 정보교류활동 지원’, ‘환경범죄 수사활동 지원’ 등 두루뭉술하게 기재됐다. 고양지청 집행 내역 중에선 두루뭉술한 지급사유와 함께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이 특활비를 나눠 받은 정황도 확인돼 사용처에 더 의문을 품게 한다.
2018년 8월 23일 집행 내역을 보면, 100만 원 1건, 50만 원 4건 등 모두 300만 원을 집행했다. 지출 증빙자료를 보면 ‘수사 지휘업무 등 수사활동 지원’ 명목으로 차장검사에게 100만 원이 지급됐고, 50만 원 4건은 각 ‘공안사건 수사활동 지원’, 환경범죄 수사활동 지원’, ‘마약범죄 수사활동 지원’, ‘조세범죄 수사활동 지원’이라고 지급사유가 적혔다. 각 수사활동 영역은 고양지청 형사 각 부의 담당업무다.
뿐만 아니라 ▲이임 전 지청장 셀프 수령 ▲연말 몰아쓰기 ▲격려금·포상금 사용 등 전국에서 일부 확인된 오남용 사례도 여러 건 확인됐다. 이전까진 일부 검찰청에서 전체 자료 중 식별 가능한 극히 적은 자료에서 확인된 사실들이 고양지청에선 80% 이상의 자료를 검증한 결과로 확인된 셈이다.
이임 전 지청장 셀프 수령
연말 몰아쓰기
격려금·포상금 사용
종합 선물 세트
2018년 7월 15일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김국일 당시 고양지청장에게 150만 원이 집행됐다. 김 지청장은 당시 서울고검으로 발령이 나 이임식을 사흘 앞두고 있었다. 이임을 앞둔 지청장이 사흘새 해야 할 기밀수사가 있다고 보기 힘들어서 특활비 용도에 맞는 지출로 볼 수 없는 사례다. 김 지청장은 “인사 발표 후 두문불출 하던 때”라며 “일요일에 출근했을리 없고, (특활비 수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대검이 남은 특수활동비를 ‘13월의 돈잔치’처럼 쓴 것으로 추정되는 2017년 12월엔 고양지청에서 지급사유에서 ‘검찰총장’이 기재된 사례가 여러건 확인됐다. ‘검찰총장 수사활동 업무지원’, ‘검찰총장 국정수행업무 지원’ 등의 사유로 12월 26일부터 28일 사이 1,100만 원이 집중해서 나갔다. 12월 26일은 2017년 9월부터 2023년 4월 사이 고양지청이 하루 새 특활비를 가장 많이 쓴 날이기도 하다. 연말 몰아쓰기 패턴은 2019년, 2020년, 2022년에도 확인된다.
고양지청 재무팀 관계자는 자료 수령 과정에서 “국·과장님한테 나눠 격려금 형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길 했고, 실제로 ‘자유형 미집행자 검거 우수사례 대검 격려’, ‘편치사범 검거 우수사례’, ‘대검 우수 수사사건 선정 포상’, ‘대검 형사부 우수사례 선정 포상’ 등의 명목으로 50만 원 또는 100만 원씩 특활비가 지급된 사례가 확인된다. 격려금 및 포상금은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써야 할 특활비의 용처가 아니다.
공동취재단은 지금까지 수령한 전체 특활비 자료 6만여 장 가운데 1.3% 정도를 판독한 결과에서도 숱한 부정 사용 및 오남용 사례가 확인된 만큼 국정조사나 특별검사 도입을 통한 수사와 특활비 폐지 및 대폭 축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동취재단은 “지금까지 드러난 특활비 부정사용 및 세금 오남용, 자료 불법폐기 등에 대한 진상규명과 수사가 절실”하다며 “국회가 국정조사에 착수하고 특별검사를 도입해서라도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드러나듯 검찰 특활비 존재 이유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드러난 사실을 보면, 검찰 특활비는 폐지 또는 대폭 삭감되어야 한다”며 “수사에 필요한 경비는 특정업무경비로 항목을 전환해 사용하고, 정부구매카드 사용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가뜩이나 국가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일부 검사들의 쌈짓돈처럼 사용되는 검찰 특활비를 폐지 또는 대폭 삭감하지 않으면 국회의 존재 이유가 의심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