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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14년 12월 도입된 달구벌건 강주치의 사업은 올해로 햇수로 10년 차다. 그사이 부침이 없진 않았지만, 지역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 곳곳에 숨겨져 있던 복지 사각지대의 시민을 발굴해 희망을 안겼다. 절망 속에 있던 그들은 달구벌 사업을 통해 ‘희망’을 봤다고 말한다. 희망이 건네진 이는 1,733명(2022년 9월 기준). <뉴스민>은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의 과거를 톺아, 성과를 살펴보고, 더 큰 희망을 위한 숙제도 짚어본다. 본 기획 취재는 정부 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7회에 걸쳐 나눠 연재된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① “달구벌 때문에 희망을 가졌어요”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② “이젠 끝이구나···” 사각지대를 제도 품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③ 고립 1020의 문을 열고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④ 8년간 복지사각지대 717명 발굴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⑤ 숙제=동북권+네트워크+규모·내실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⑥ “돈 없어도 괜찮아. 나가서 봐줄게” 두 가지 원칙에서부터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1. “취약계층 희생으로 공중 보건 위기 극복···희생자, 무작위 선정되지 않아”
[절망을 희망으로, 달구벌의 건강주치의] ⑦-2. 더 나은 취약계층 의료지원 정책을 위한 제언
“301네트워크를 만들 때 조건이 두 가지밖에 없었어요. ‘돈 없어도 괜찮아.’ 누구든지 문제가 있다면 ‘나가서 봐줄게.’ 이 두 가지 원칙을 지킨 거예요. 보건소든, 지역주민센터든, 구청이든, 경찰이든, 통·반장이든, 누구든. 지역에서 아파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연락을 해라, 그럼 우리가 나가서 봐줄게, 이렇게 시작을 한 거죠.”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진료센터 교수가 밝힌 ‘301네트워크 사업’의 원칙은 두 가지다. 돈이 없어도, 병원에 못 와도 그 병을 고쳐주겠다는 것. ‘301네트워크 사업’은 달구벌 건강주치의 사업의 모태다. 2013년 권 교수가 서울북부병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지역 내 의료취약계층에게 보건·의료·복지 통합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도입됐다.
‘301’은 권 교수의 전화번호 뒷자리이고, 서울북부병원의 301네트워크 사업 전담팀의 전화번호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119에 전화하듯 ‘301’을 누르면 지역의 이 사업을 하는 모든 병원에 전화가 연결되어서 돈 없고,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을 수 있게 하자, 이런 취지로 시작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뉴스민은 지난 9월 권 교수를 만나 달구벌 건강주치의 사업의 모태가 된 301네트워크 사업을 통해 달구벌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길 나눴다. 권 교수는 의료를 둘러싼 이념적 대립 구도를 벗어나 본질적 차원의 접근을 강조했다. 지역사회에서 병원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로서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보건·복지·의료의 협업 체계 구축 강화 필요성을 설명했다.
Q. 301네트워크 사업을 고민해서 시작하게 된 계기를 먼저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1998년에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한 민간재단에서 어린이 얼굴 기형을 무료로 수술해주는 일로 공문이 왔다. 생활보호대상자 중 지원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제가 있던 동네에 얼굴에 화상이 있어서 어려운 중학생이 있었는데, 그 친구가 생각났다. 당연히 생활보호대상자일거라고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안 계시고 조부모가 키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확인을 해보니 아니었다. 같이 살지 않는 아버지가 주민등록에 있어서 생활보호대상자가 되지 못한 거였다. 그래서 수술 신청을 못 하게 됐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당시에 제가 그 일로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그 친구 부모를 행방불명으로 파출소에 신고를 하면 행불자로 처리해서 주민등록에서 뺄 수 있다는 설명을 해줬다. 그때 알게 된 게 아무리 좋은 마음을 갖고 도와주려고 해도 행정적으로 안 되는 일이 있고, 반대로 안 되는 일이어도 해결할 방법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어려움이 있는 사람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갖게 된 거다. 시립병원장이 되어 보니 실제로 그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더라.
Q. 그런 고민이 어떻게 ‘301네트워크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었나.
시립병원장으로서 제가 생각했던 제일 중요한 문제는 우리나라에 의료기관이 정말 많지만, 장벽이 되게 높다는 거였다. 특히 돈 없는 사람들한테 그렇다. 과거에는 그런 사람들이 동네에서 발견되면 주민센터에 신고도 하고, 주민센터 사회복지사가 병원에도 데려가고 그랬다. 그런데 1990년대 후반부터로 기억되는데, 병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복지사가 그런 환자들을 병원으로 데려가도 병원이 흔쾌히 환자를 돌보지 않게 됐다. 병원비 문제를 두고 복지사에게 보증을 서도록 요구하는 일도 생겼다. 그러니 복지사들이 환자를 병원으로 데려갈 수 있겠나? 복지사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이 ‘병원에 좀 가보세요’ 권유하고, ‘병원에 다녀오셨어요?’라고 확인하는 수준이 됐다.
그렇게 어려운 분들 입장에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에, 내가 당장 먹고 살 돈이 없으니 병원에 안 가고 싶을거다.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아무리 가난해도 80만 원을 초과하는 병원비를 지원해 주는 건데, 이 사람들은 큰돈이 필요해서 병원을 못 가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찾아가서 보는 것 말곤 대안이 없다. 특히 건강보험이 통합되면서 그나마 남아있던 지역 의료거버넌스가 사라졌다. 그런 상황에서 지역병원으로서 병원의 기능 중에 중요한 게 뭘까를 생각했고, 최소한 공공병원이라면 지역에 돈이 없어서 의료 혜택을 못 받는 사람은 해결해 줘야 하는 거 아니겠나 생각했다. 방문해서 진료를 하는게 당연한 일이라고 본거다.
달구벌건강주치의의 모태, 301네트워크은 어떻게?
보건과 복지 사이 칸막이, 이를 이어줄 조정자
지역사회병원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
Q. 보건·복지·의료 간 협업을 고민한 것도 그런 차원인가?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곳은 주민센터, 보건소, 구청 이런 곳이고 병원은 그들이 하는 일 중 의료적 문제해결을 도와주면 된다. 그런 관점으로 디자인을 한거다. 잘 생각해보면 보건소나 구청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고민은 우리하고 똑같다. 보건소는 자기들이 관리하는 환자인데 해결이 안 되고, 구청에선 자기들이 사례 관리를 하곤 있는데,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있는거다. 이 사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해결을 하면 실적이 된다. 거기에 착안을 해서 ‘실적은 너네가 잡아라’고 했다. 우리는 환자만 보겠다고 했다. 사업 이름도 ‘301센터’나 ‘OOO 사업’이라고 붙이지 않고 네트워크라고 정했다. ‘우리 모두 같이 하는 사업’이라는 의미로 301네트워크라고 붙였다.
Q. 어려움은 없었나?
보건과 복지가 칸막이가 높다. 일단 대화가 잘 안된다. 간호사는 간호사끼리,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사끼리 대화가 된다. 왜냐하면 의사나 간호사는 환자의 말을 자르는 사람들이다. 진단 기준에 맞냐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잠깐만요.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해 보세요’라고 확인을 해야 하는 직업이다. 복지사는 들어주는 직업이다. ‘힘드셨겠네요. 또 다른 어려움은 없으세요?’ 이렇게 듣는 사람이기 때문에 이 둘이 대화하는게 어렵다.
복지사는 병원에 전화를 해서 환자를 보낼 때 이렇게 말한다. ‘한 달에 수급비가 30만 원이고, 한부모 가정인데요···’ 이런 식이고, 간호사는 ‘65세 여성인데요. 혈압이 180에 100이구요’로 대화를 시작한다. 이런 둘이 한 사람을 놓고 대화를 한다는 게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의 직업성이 다르다는 건 우리나라 보건, 복지가 통합되지 않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저는 의사가 팀에 참여해서 팀 리더를 하고,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사이에 조정자 역할을 하도록 했다.
Q. 그렇게 시작한 301네트워크가 벌써 10년차를 넘겼다. 교수님도 북부병원을 떠났고, 여러 부침이 있었던 걸로 안다. (301네트워크사업은 2020년부터 ‘서울케어-건강돌봄네트워크’로 명칭이 변경됐다.)
재밌는 건 서울에선, 각 정당의 색깔에 따라서, 변화가 생긴다. 저는 301네트워크라는 이름을 같이 써달라고 해왔다. 나중에 민간펀드를 만들어서 전국 병원이 나눠서 지원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301’을 전화번호로 한거다. 저의 목표는 119에 전화하듯 301번을 누르면 지역의 모든 이 사업을 하는 병원에 전화가 가서 돈 없어서 병원에 못 가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거였다. 그런데 이걸 확산을 못 한거다. 왜냐하면 제가 박원순 시장 때 서울시립병원장으로 있었고, 그때 서울시에서 이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부산과 대구에서도 한다고 했지만 이름은 다르게 간다고 했다. 제가 전화도 받았다. 같은 이름으로 못가 죄송하다는. 다 같은 마음으로 시작은 하는데 정치적인 이유로 이름을 달리 갈 수 있게 되는거다. 301네트워크라는 이름도 문재인 정부와서 바뀌었다. 정치권이 바뀔때마다 아무리 잘하던 사업도 자기들이 다른 일을 하고 싶으면, 안 하게 되는 게 지난 10년 동안 저의 경험이다.
이름이 문제라는 건 아니다. 대구 달구벌건강주치의 사업도 고민이 보인다. 이 사업에서 의사의 역할이 주치의 역할이다. 자기가 보는 환자에게 필요한 다른 자원도 매칭해서 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게 주치의의 기능이다. 아마 달구벌건강주치의라는 이름 붙인 분은 그런 고민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동네 주치의가 그 일을 다 한다면 얼마나 좋겠나. 근데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을 하면 네트워크가 더 중요하다. ‘내가 이 네트워크로 들어가면 어지간한 문제는 해결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중요한거다. 그래서 그들이 진입할 수 있는 쉬운 통로로서 전화번호도 생각을 한거다. 301.
Q. 정치적 외풍에 시달릴 수 있다는 건 아쉬운 부분이지만, 공공병원이기 때문에 이만큼 해 온 거라는 생각도 든다.
공공병원에 이런 사업을 열심히 하라고 하고, 공공병원을 늘려야 한다고 하는 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민간은 못 할거라는 생각은 틀린 얘기다. 잘하는 민간도 많다. 처음 사업을 할 때 소위 ‘운동권’ 병원 2곳을 붙였다. 1곳이 녹색병원이다. 지금도 잘하고 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순천향대구미병원도 열심히 했다. 물론 공공병원이 열심히 했다. 부산의료원, 수원의료원, 홍성의료원도 열심히 했다. 이런 일은 민간병원이든 공공병원이든 계속했으면 한다.
우리나라에는 상급종합병원이라는 게 있다. 대학병원 중심으로 소비자는 의료를 이용하길 원한다. 그건 못 막는다. 우리 부모님은 큰 병원에 모셔서 판단을 받고 싶은 국민의 자유권이다. 그렇다면 (공공/민간을 불문하고) 병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가 고민이었다. 저는 2차병원이란 말도 싫어한다. 그런 건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동네의원을 갔다가 대학병원으로 가는데 2차병원이 어디있나, 2차병원이라고 하려면 동네의원에서 동네 병원으로 가도록 의무화하던가 해야 한다.
개념적으론 지역사회병원이라고 하는 게 더 맞다고 생각한다. 아주 어려운 질환을 빼면 대학병원과 실력 차이가 크게 나진 않는다. 그런데 왜 환자들은 큰 병원을 갈까? 저는 신뢰 문제라고 생각한다. 신뢰는 왜 안 생길까? 지역사회에서 평판을 만들어야 하는데, 평판과 관련된 일을 않아서다. 대학병원은 지역사회 평판을 관리하지 않아도 오는 환자를 받아서 보면 되지만, 작은 병원은 경쟁이 심해지면서 지역사회 평판이 중요해졌는데, 자신들은 지역사회의 병원으로서 기능을 안 한다고 생각을 했던 거다. 저는 지역사회병원 기능에 중요한 몇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301네트워크처럼 지역의 어려운 사람들을 돌봐주는 거, 이게 가장 쉽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지역의 1차 의료기관들과 네트워크를 하는 거다. 세 번째는 교육이다. 지역사회병원이 살아남고 대학병원으로 가는 환자를 줄이려면, 지역사회병원들이 자기 기능을 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구체적으론 신뢰의 문제고 신뢰 확보를 위해선 지역사회에서 병원들이 자기들 평판을 좋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301네트워크를 시작한 중요한 정책적 이유 중 하나다.
Q. 2차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지역사회병원. 뭐라고 부르든 구체적인 부분에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그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은 없는 거 같다.
세계적인 연구에서도 다학제 간 연계는 다학제팀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다학제팀은 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영양사 이런 사람들로 구성되는 거다. 민간병원이든, 공공병원이든 지역사회에 있는 병원만 다학제팀을 갖고 있다. 더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취약계층 문제를 해결할 때, 그 집에 한 번 찾아간다고 해서 그들이 ‘내 어려움이 이런 거니 좀 도와주세요’라고 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현장을 전혀 모르는 얘기다. 제가 일곱번을 찾아가서 입원시킨 할머니도 있다. 병원 입원 안 한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마음이 힘든 것도 많다. 그분들이 자기 마음을 열고 도움을 청할 때까지 인내하면서 설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설득이 되고 도움을 요청할 마음이 생겨야 도움을 받게 되는데, 이런 과정은 지속적인 일이고 한 번에 되는 일이 아니어서 이 일을 하는데는 다학제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분들이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원이 서비스 기관으로 적절하다고 본다. 물론 여기서 회복이 되고,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면 동네의원에 매칭을 해드리면 된다. 일단 진입은 병원으로 하는 게 훨씬 편하고 유리하다.
중요한 건 병원의 리더십이지만, 병원이 나서서 뭔가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구청이나 보건소, 지역사회 복지관 등이 하는 일을 돕는다는 스탠스로 일을 해야 한다. 복지관, 보건소, 구청에 우리가 뭘 도와드릴까요? 이런 스탠스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환자를 위한 네트워크가 안 만들어진다.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곳은 주민센터나 구청, 보건소다. 병원은 그들이 하는 일 중 의료적 문제를 도와주면 된다.
일곱번 찾아가서 입원시킨 할머니 환자분을 예로 들면, 입원을 시켜서 잘 해결은 해드렸지만 그 할머니는 가난한 동네 임대 아파트에 살았다. 할머니를 발견해서 우리한테 연락을 해온 곳도 임대 아파트에 있는 복지관이다. 입원 이후에 할머니를 관리할 사람은 병원이 아니다. 복지관으로 돌려줘야 한다. 사례 관리는 함께 하겠지만 복지관으로 돌려줘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관리하는 건 사회복지 쪽의 사례 관리자이기 때문에 그들이 관리를 하도록 하는 게 맞다. 병원이 하는 일이 더 결정적이고 중요한 문제긴 하다.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은 80% 정도가 의료적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의료적 문제를 해결해야 사회복지에서 사례관리를 할 수 있다. 복지사가 병원에 좀 갔다 오라고 해도 안 가면 복지사들이 할 수 있는게 없으니까 그럴 때 병원이 나가서 봐주면 제일 좋다. 그게 301이다.
그렇게 나가서 ‘이분 괜찮다. 우리가 약 드릴테니 다른 자원 연계 해주시면 된다. 그런데 이분은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으니까 주거 연계나 식사 연계 해주시면 좋고, 당이 높으니 도시락 배달 사업하면 이런 걸 주의하면 된다’ 같은 협의가 되어야 한다. 사회복지는 쿨하게 병원에 도움을 구하고 귀찮지만 정보를 보내주고 받아야 하는거다. 병원은 복지사가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돕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Q. 말씀처럼 지역사회병원이 301네트워크, 달구벌건강주치의 같은 사업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1~2천 원이 없어서 병원에 못 간 사람이 있다 걸 사람들이 잘 이해를 못하는 것 같다. 하루 벌어 먹는 사람한테 1,000원은 정말 큰 돈이다. 그 사람들한테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는가는 좀 더 우리가 그들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 제도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제도로 몇백억 원씩 쓰는데도 몇천 원, 몇만 원을 도와줄 수 없는거다. 되게 이상하지 않나. 굉장히 큰 위험은 해결해주고 있지만, 정작 작은 위험들이 모여 큰 위험이 되는 걸 막지 못하고 있다. 그게 우리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같은 문제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301사업을 하는 병원은 지자체에서 펀드를 받기도 하고 민간에서 받는 사례도 있고, 다양하게 병원들이 펀드를 만들어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꿈이 있다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1펀드를 크게 만들어 지원할 수 있으면 한다. 100억 원 정도면 전국에 100개 병원 정도는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머지는 재난적 의료비가 도와주면 된다. 지금은 경증, 작은 돈 때문에 병원을 못 가는 사람들을 도와줄 재원이 필요하다.
대구 건강주치의 사업을 취재해 보셨으니 알겠지만, 어려운 사업이 아니다. 돈만 조금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사업이다. 근데 거기에 돈을 많이 안 준다. 이렇게 중요한 일에 왜 돈을 많이 안 쓸까, 이념적이어서다. 이념은 실제 사람의 삶에 기반해야 한다. 삶에 기반하지 않은 이념은 관념이다. 지금 당장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서비스를 두고 평생 평등을 떠들면 뭣하나. 우리가 못살 던 때에 유럽 이데올로기를 따라가는 상황에서야 이념이 중요했겠지만, 이미 세계 경제 10위권 국가가 되어서도 유럽의 이데올로기, 미국의 이데올로기를 두고 논쟁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가가 훨씬 중요한 문제인데, 우리는 아직 어디를 따라갈거냐를 고민하고 있다.
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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