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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아사히글라스(AGC화인테크노코리아)가 해고노동자들에게 공장 진입로 등에 래커칠 제거를 하는데 5,200만 원이 들었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나, 재판 과정에서 양측 합의로 이뤄진 감정 평가 결과 는 383만 원이면 충분한 걸로 확인됐다.
5일 오후 2시 30분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민사2단독(재판장 최유빈)은 아사히글라스가 해고자 등 5명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재판을 1년여 만에 재개해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2019년 6월 공장 앞 집회 과정에서 참가자들이 정문 앞 바닥 등에 래커로 “노동조합 인정하라” 같은 문구를 쓰자, 아사히글라스는 아스팔트를 제거한 뒤 재포장 한 다음 그 비용 전액을 해고자 등에게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 합의로 선정된 감정업체는 ▲아세톤을 활용한 제거 ▲고압 분사를 활용한 제거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를 도포해 제거하는 방법을 실제로 수행한 다음 적합한 제거 방법과 비용을 산정했다.
감정 결과, 아세톤을 이용하면 낙서를 외관상 영구적으로 완전히 제거할 수 있으며 비용은 346만 원 가량 들었다.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도 완전히 제거할 수 있고, 비용은 249만 원이면 됐다.
아세톤은 비용적으로도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보다 비쌌고, 아스팔트의 접착성과 내구성을 저하시키는 단점도 있는 반면, 도료는 기존 아스팔트보다 내구성도 더 강했다. 고압 분사 방식은 낙서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다.
감정업체는 “도료를 이용해 낙서 제거 시현 결과 접착력이 우수하여 박리 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며, 도포된 도료를 유지, 관리하기 위한 특별한 조치도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정문과 조경석 등의 낙서 제거에도 해당 업체는 아세톤이나 다른 도료로 도색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며, 이에 따른 비용은 134만 원이 들 것으로 평가했다.
즉, 아스팔트 접착용 도료를 활용해 정문과 조경석을 세정하고 도색하면 383만 원 가량이면 충분하고, 아세톤을 쓰더라도 480만 원이면 되지만, 아사히글라스는 그에 13배가 넘는 5,200만 원을 쓴 셈이다. 아스팔트 재포장 비용에만 4,513만 원이 사용됐다.
해고자들은 “과잉 수리에 지출한 비용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며 “재포장 전의 도로는 상당한 마모도 있었고 이를 수리 비용으로 인정하면 과다 수리 또는 편승 수리에 해당한다. 중고차가 약간 손상됐다고 신차 비용을 물어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아사히글라스 측은 “아스팔트 도로상 낙서가 아스팔트 물성과 내구력 등에 영향을 주지 않고 부작용 없이 외관상 완전하게 제거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감정업체가 도료의 내구성이 아스팔트 내구 연한보다도 길다고 평가했지만, “도포된 도료가 마모 내지 박리되면 원고가 주기적으로 추가 도포를 해야 한다는 뜻으로, 원상회복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감정에는 1,650만 원이 들었으며, 이번 소송에서 해당 비용 부담 책임 또한 가릴 것으로 보인다. 선고는 오는 12월 14일이다.
박중엽 기자
nahollow@newsmin.co.kr